기사등록 : 2013-05-29 10:05
[뉴스핌=김선엽 기자] 한국은행 임승태 금융통화위원이 '비둘기(통화완화)'로 돌아왔다. 지난해 7월과 10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명시적으로 반대하며 ‘매파’ 선언을 했던 그가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비둘기로 돌아섰다.
대체 무엇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어떤 이유로 임 위원은 한은에서 3년이란 시간을 함께 보냈고, 고등학교 선후배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던 김중수 총재를 곤궁에 몰아세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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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학선 기자> |
오로지 경기만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은 아니지만, 경기 이외의 것을 지나치게 고려하면서 균형감각을 상실한 것으로 비춰진다.
특히 임 위원 스스로 금리정책보다는 신용정책의 확대를 통한 미시적 대응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으면서도, 총액한도대출제도를 확대 개편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한 부분은 성급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의 변심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탓에 임 위원이 다음 '자리'를 고려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자연스레 제시된다.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만큼 박근혜 정부 하에서 한 번 더 쓰임을 원하면서 청와대와 여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 소신 못 지킨 金…정치판 된 금통위
인하를 주장하는 금통위원이 4명으로 늘어나자, 그동안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김 총재 역시 대세를 따르고 말았다. 김 총재는 금리인하로 돌아선 이유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속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는 박원식 부총재가 한 달 만에 인하로 돌아서며 5월 인하를 4대 3에서 6대 1로 포장한 것이다.
리더십에 문제가 없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이나 김 총재의 결정은 오히려 그의 리더십에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 시장에서는 더 이상 총재의 멘트를 신뢰하지 않게 됐고 시장과의 불통 이미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출구전략 논의가 싹트기 시작한 것을 고려하면 그의 '변심'은 더욱 아쉽게 됐다. 선견지명과 일관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친 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은 1년이다. 한은 내부에서조차 금통위 의사결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고 시장에서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김 총재가 다른 위원들을 추슬러 남은 열 번의 금통위를 무사히 끌고 갈 것인가에 다시 관심이 집중된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