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등록 : 2014-09-24 11:40
[뉴스핌=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개혁을 고수할 것인가, 성장 페달을 밟아야 하나’ 3분기말에 접어들면서 중국에 경기 논쟁이 들끓고 있다. 이미 8월 지표 악화로 잔뜩 위축된 시장은 정부에 즉각적인 부양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국은 시진핑(習近平) 지도부의 제일 중요한 국정 아젠다인 개혁을 훼손할 수 없다며 전면적 경기 부양에 난색을 표시했다. 시진핑 지도부는 14억명의 비전인 '중국꿈(中國夢)' 실현을 위한 최우선 정책으로 산업 구조재편과, 국유부문 혁신, 경제성장 방식의 전환 등 개혁 작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 시장 아우성에 정부 7.5%이하 저성장도 수용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최고 지도자들은 지난 8월 허베이(河北)성 북대하(베이다이허)에서 비공개 모임을 열고, 연말 중앙 경제공작회의에서 논의할 주요 경제현안을 점검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이 자리에서 경제 성장률이 목표치인 7.5%에 미달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개혁을 경기부양보다 우선한다는데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중국 러우지웨이(樓繼偉) 재정부 부장(장관)은 지난주말 G20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중국경제는 “총체적으로 안정성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중국 경기후퇴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그는 거시정책은 단편적인 지표변화가 아닌 종합적 상황과 목표를 고려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지적, 시장의 경기부양 요구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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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가 급속히 후퇴하면서 시장부양을 둘러싼 경기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개혁 고수입장을 거듭 밝히며 전면적 경기부양 가능성을 일축했다. (서부 충칭 인근 장강위로 화물선이 지나고 있다) |
◇ 개혁은 백년대계, 경기대응은 ‘미니부양’
급격한 경기 후퇴조짐에 대해 중국 지도부도 내심으로는 적지않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10월 21일께 나올 3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 비해 크게 후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부작용이 없는 미니부양 형식을 빌어 경기 하강 저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경제 운영에 대한 중국 정부 스탠스는 개혁이라는 '가치'를 훼손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목표치 7.5%를 포기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교통은행 롄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지도부가 비록 경제 성장 후퇴를 일정정도 용인할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경제상장의 기초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롄핑은 ‘개혁과 거시경제 정책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며 7.5% 성장목표는 국무원의 신임도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가볍게 포기할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배경하에 중국은 대상을 정한 부분적 미니 부양으로 경기 하강을 저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9월 지표까지 악화할 것으로 우려되자 이달 중순 5대 은행에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를 통해 5000억 위안을 공급했다. 다소 견강부회격이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를 통화 완화 정책으로 받아들였다. 실제 효과면에서는 지급준비율 0.5%포인트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베이징의 중앙재경대 궈텐용(郭田勇) 교수는 8월지표로 볼 때 신용대출 수요 약화 및 공업증가치 하락, 물가 형세는 각 분야의 디플레 우려를 불러일으켜 중앙은행이 긴급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은 비록 공식 확인은 안했지만 한 주뒤인 22일에도 부동산 구매제한을 완화하고 4대 국유은행 주택대출을 늘리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의 거듭된 입장 표명처럼 이런 움직임은 결코 개혁의 후퇴가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SLF를 통한 5000억 위안 공급도 당연히 전면적인 경기부양과 거리가 먼 것이라는게 정부 입장이고 관변 연구기관들의 관측이다. 어떤 전문가들은 SLF가 장기적 통화완화 정책 기대와 선을 긋는 정책이라는 점에서 연내 지준율 인하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전망했다.
중앙은행인 통화정책 위원회 천위루(陳雨露) 위원은 “지금은 금리를 내릴 시기가 아니다. 금리인하는 고강도 부양의 신호인데, 중앙은행은 아직 여러가지 유효한 경기 대응의 수단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대상을 정한 부분적 지준율 인하, 공개시장 조작 강화 등이 그 예다”고 밝혔다.
러우지웨이 재정부장의 지난주 G20발언 역시 중국 당국의 이런 상황인식과 정책 대응방향을 그대로 예시하고 있다. 그는 “중국경제 추세는 합리적 구간에 있다. 1~8월 취업상황은 양호하다. 단 성장둔화 압력은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경제정책은 계속해서 취업증가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게될 것이다, 단편적인 지표 때문에 거시정책이 출렁이지 않을 것이다” 고 말했다.
중국 지도부는 북대하회의에서도 개혁이 경기부양에 우선한다고 결의 했다. 이는 금리나 지준율 인하 같은 대대적 경기부양이 없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실업률 상승은 좌시할지 않겠다는게 정부 방침이다. 민생은행 애널리스트는 최근 중국 제일재경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성장률이 좀 낮아져도 개혁을 밀어붙일 것이다. 성장속도가 다소 높고 낮음은 실질적으로 실업률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보다는 성장이 7.5%보다 낮아진다고 개혁을 늦췄다가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을 잃게되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개혁은 장기 지속성장을 위해 초석을 쌓는 공사이기 때문이다 ”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