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효진 기자] 자국 금융시장의 열악한 환경과 까다로운 규제에 미국으로 향했던 중국 기술기업들이 속속 귀국행 비행기표를 끊고 있다. 중국증시가 최근 기술기업 육성을 위한 당국의 규제 완화 정책과 유동성 장세를 등에 업고 환골탈태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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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증시 시황판 <사진=블룸버그통신> |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연초 대비 53% 가까이 올랐다. 선전성분지수와 중국판 나스닥인 창업판 지수도 각각 106%, 147% 뛰었다. 증시 랠리에 기술주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20배까지 치솟았다. 닷컴버블 시기인 2000년대 미국 기술주들의 PER 156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랠리에 힘입어 창업판 소속 베이징바오펑테크놀로지는 올 3월 상장 이후 주가가 3600% 올랐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 소속 알리바바는 6.85% 오르는 데 그쳤다. 나스닥 소속 바이두는 2% 이상 떨어졌다.
당국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선 점도 기술기업들을 본토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다.
앞서 중국 국무원은 이달 초 전자상거래 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기술기업의 중국 증시 상장을 독려해 중국 자본시장과 실물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미국 주식시장에서 발을 빼 중국증시 재상장을 계획하는 기업들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 조사에서 올해 성대유시(盛大游戏·샨다게임즈)와 완미세계(完美世界·완메이스졔), 약명강덕(药明康德·우시파마텍)을 포함, 7개 중국 기술기업이 사유화(상장폐지, 주식을 되사들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
총 규모는 61억달러로 2012년보다 77%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추가로 12개 기업이 사유화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맨디 챈 HSBC 중국증시 투자 책임자는 "사유화를 위해선 기존 주가에 최소 10~20%의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을 투자자들에 제시해야 하지만 이를 부담하고서라도 중국증시에 재상장하려는 기술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덩달아 미국증시에 상장하려는 중국 기업도 크게 줄었다.
지난 2008년~2011년 동안 미국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은 60곳을 넘었다. 반면 2012년에는 두 곳으로 쪼그라들었다.
상장 직전의 높은 관심에 비해 상장 이후 주가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신생기업들이 높은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빨아들이는 영향도 있다.
GGV캐피탈 한스텅 운영파트너는 "해외증시가 본토증시보다 더 나은 사업환경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알리바바와 바이두를 비롯해 미국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대부분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