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아르헨티나가 15년 만에 국제 채권시장 복귀를 앞두고 있다.
최근 아르헨티나 하원이 주요 채권단 간 채무상환안 합의를 승인하자 상원 의결 역시 낙관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면서 아르헨티나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가시권 안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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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 (가운데) <사진=블룸버그통신> |
지난 3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상원에서 채무상환안 합의가 의결될 경우 다음 달 초 150억달러의 달러화 표시 신규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의 국채 발행은 2001년 채무불이행(디폴트) 선언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발행액 기준으로는 20년 전 멕시코가 발행한 160억달러 이후 신흥시장 기준 최대 규모. 정부는 대규모 채권 발행을 위해 이달 초 씨티은행, HSBC, JP모간 등을 공동주간사로 선정하는 등 투자자 맞이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아르헨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의 성공 여부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수익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마땅한 국채 투자처를 찾기란 쉽지 않았는데. 대량의 높은 금리의 안전자산이 공급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신흥 시장의 '리스크-온'(위험 선호) 심리가 확산된 가운데 아르헨 국채 발행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실제 아르헨티나의 대표 주가지수인 머발지수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10% 넘게 상승하는 등 지난 12월 취임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친시장 정책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앞서 지난 22일 아르헨티나의 정책 지속성이 개선된 점을 반영해 현지 통화표시 채권의 신용등급을 'B'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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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머발지수 추이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의 일레인 무어 채권 전문 기자도 이달 초까지 MSCI신흥시장지수가 10%가량 상승한 점을 거론하며 "과연 누가 연달아 부도를 낸 국가의 채권을 매입할 것인가 궁금해하겠지만, 명백하게도 모두가 그럴 것이다"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9일 자 기사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부활 예감에 주식과 채권 가격이 계속 상승해왔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아르헨티나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현재 5%보다 높은 8% 부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워낙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쏟아내는 데다, 과거에 8번이나 부도를 낸 전력이 있어 고금리를 제시하지 않고서는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긴 힘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노무라증권의 라틴아메리카 채권전략 부서장은 "아르헨티나는 좀 더 관대한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리 수준은 7.5%~8% 사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발행 규모와 디폴트 전례가 오히려 채권 시장에 충격을 줄 뿐이라는 지적도 제기한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그레그 사이친 신흥국 팀장은 "한 번에 많은 양을 쏟아낼 경우, 돈이 필요한 정부의 처지만 노출할 뿐"이라면서 "80억달러만 발행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