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9시30분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출석한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공범) 피의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구속수사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는 평이다. 삼성 내부에서는 "누가 뇌물을 영수증까지 받으며 주겠느냐"며 침통한 분위기로 이 부회장의 특검행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11일 특검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를 입증하는 게 핵심이다.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대가로 최순실측 승마를 지원했고, 청와대가 이 과정에 개입해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조종했다고 보는 것이다. 대가성 지원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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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이에 대해 삼성은 그동안 일관된 주장을 내놨다.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며, 강요(협박)에 의해 지원이 이루어졌으니 자신들도 피해자라는 것이다. 협박의 피해자가 어떻게 뇌물죄의 공범이 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양측의 주장이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시간은 하루를 넘겨 장시간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달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최순실을 언제부터 알았는지, 그 시점에 실무자로부터 무슨 보고를 받았는지, 박 대통령과 독대할 때 무슨 말이 오갔는지, 합병을 위한 로비가 있었는지 등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 바 있다.
특검이 각본(혐의)대로 이 부회장의 진술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삼성물산 합병과 승마 지원의 대가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그 시기부터가 다르다.
삼성물산 합병이 이루어진 임시주주총회는 2015년 7월17일이다. 국민연금은 이때 찬성표를 던졌다.
승마 지원은 그로부터 8일이 지난 7월25일 이후다.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한 후 지원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질책이 있었는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삼성이 합병을 대가로 승마 지원을 결정했다면 합병결의 이전인 5~6월 정도에 지원이 이루어졌어야 한다.
더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은 이미 이전부터 그 기류가 형성돼 있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의 반대 의견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루며 '한국 대표기업의 합병이 실패하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에 주주들이 찬성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당시 합병과 관련해 보고서를 낸 증권사 22개 가운데 21개 증권사가 합병에 찬성했다.
대가성의 뇌물공여가 석연찮은 점은 또 있다. 뇌물이라는 것이 말 그대로 '넌지시' 건네는 부정한 돈이다. 하지만 삼성은 지원 계약 체결부터 비용지출 항목까지 영수증을 첨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말 구입을 주도한 독일 비덱에 송금한 후에도 세세하게 영수증 첨부를 요구한 바 있다.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뇌물이었다면 영수증까지 받고 했을까라는 말이 삼성 내부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이와 관련해 이 부회장은 지난달 청문회에서 "(지원한 것에 대해) 후회가 막심하다"면서 "대가성은 없었다"고 억울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편, 이 부회장이 특검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지난 2008년 '삼성특검'에 이어 9년만이다. 당시에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등과 관련한 편법 경영승계 의혹으로 조중웅 특별검사팀에 피의자로 소환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 재계팀장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