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유미 기자] 지난해 1년동안 초·중·고 사교육비로 18조1000억원을 쓴 대한민국.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혹시나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에 학생과 학부모들 과외·학원을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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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에서 할머니가 손녀의 가방을 끌고 가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초·중·고교생의 사교육 참여율이 67.8%에 달한 것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10명 중 한두 명도 아닌 7명이 학교 수업 외에 돈을 주고 따로 교육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만으로 사교육에 투자할까요? 사교육이 고등학생의 내신 등급에 영향을 줄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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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가 한국교육고용패널자료를 이용해 도출한 '고등학교 내신 성적에 대한 사교육비 지출의 효과’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2004년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인문계 고등학생 684명의 가구 월 평균소득,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 내신 성적, 학습시간을 추적 조사했습니다.
사교육비와 내신 성적의 상관관계만을 도출하기 위해 월 소득, 어머니 학력 등 나머지 변수들이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함수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함수를 통해 사교육비와 성적을 제외하고 모든 변수가 평균인 고등학교 2학년생을 모델로 삼아 내신 성적 등급 확률 분포를 추정했습니다. 사교육비만을 다르게 대입했더니, 다음과 같은 결과가 얻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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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비 지출이 증가할수록 높은 내신 등급을 받을 확률이 커지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았을 때 내신 성적이 1등급에 속할 확률이 1.4%에 불과했다면, 월 24만3000원을 사교육에 투자하는 경우를 대입하자 확률이 2.4%로 올랐습니다.
50만원을 사교육에 소비하면 4.0%, 100만원을 썼을 땐 11.1%나 됐습니다. 월 200만원을 사교육에 소비할 경우에는 내신 1등급을 받을 확률이 무려 52.5%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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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을 받을수록, 내신 성적이 올라갈 확률은 높아진다' 이런 추정은 사교육 현장에서도 확인이 가능합니다.
과외경력 10년의 A씨는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학생들이 온전한 교과 학습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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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학생부종합전형의 도입으로 입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습니다. 내신만으로 혹은 내신과 비교과활동만으로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사교육이 대학 입시에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류영철 경상남도교육연구정보원 정책연구위원의 논문에 따르면, 실제 서울시내 상위권 모 대학의 재학생 77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더니 이 중 83.5%가 사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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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모의고사날인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학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전문가들은 주입·암기식 학습과 평가가 이뤄지는 교육·입시 과정 때문에 사교육을 하면할수록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합니다. 학원에서 반복 학습을 하면 당연히 성적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죠.
입시 전형의 한 요소인 자기소개서나 논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는 이런 것들을 준비하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에 학원에서 한 번이라도 더 쓰면 글이 나아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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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누가 많이 답을 맞히나' '누가 많이 외우나'를 점검하는 우리의 교육·입시 과정.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 키우고 확인하는 방식으로 교육환경이 바뀔 때,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지적하는 사교육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