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고홍주 수습기자] 극적인 하루였다.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박근혜 뇌물'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지난해 2월17일 법정 구속된 후, 353일 만에 구치소 생활을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서초동 고등법원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이 부회장은 서류봉투를 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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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재판이 시작되자 이 부회장은 함께 기소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 등과 굳은 표정으로 재판부의 입에 집중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은 몇 차례 입술보호제를 꺼내 바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재판부가 1심에서 주요 양형 사유로 삼았던 뇌물공여죄를 일부 인정하자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건넨 204억원을 뇌물이 아니라고 본 데라 재산 국외 도피혐의 등의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긴장이 풀린듯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 등이 박 전 대통령에 강압에 못이겨 범행했다는 양형사유를 밝힐 때는 더욱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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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뒤 구치소로 향하는 호송차에 오르며 미소짓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오후 3시 10분. 마침내 징역 2년 6월, 집행유예 4년의 선고가 내려졌다. 353일간의 구치소 생활이 일단락되는 순간이었다. 재판부는 “판결 내용을 고지하는 것에 동의하냐”고 묻자 뒤쪽에 앉아 있던 변호인단의 의견을 구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호송차를 타고 지난 1년여간 머물렀던 경기도 의왕시 서울 구치소를 다시 찾았다. 오후 4시 40분께 구치소 정문을 나와 사회로 돌아온 이 부회장은 “좋은 모습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를 뵈러 간다”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입원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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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이 부회장이 차를 타고 사라질 때에는 구치소 앞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이 “정의가 승리했다”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정문이 아닌 외진 후문으로 몰래 들어갔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 병실에서 40분여 간 머무른 뒤 다시 비밀리에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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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6시 28분께 이재용 부회장을 태운 승용차가 서울 한남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고홍주 기자> |
저녁 6시 28분께 이 부회장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자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은 별도의 인터뷰 없이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차고로 향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집으론 꽃과 케이크, 치킨 등이 배달돼 들어갔다. 숨 가쁜 하루의 끝, 353일간의 구치소 생활의 끝이었다.
[뉴스핌 Newspim] 고홍주 수습기자 (adelant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