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종교계에서 또다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터졌다. 개신교 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기하성) 소속 현직 목사가 과거 신학생 시절 미성년자 조카를 성추행하고 성폭행을 한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 이 모(여·35) 씨는 11일 뉴스핌과 인터뷰에서 20년 전 자신의 외삼촌 박 모(49) 씨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이씨는 중학교 3학년, 박씨는 여의도순복음총회신학교에 다니는 30살 신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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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뉴스와 직접 관계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이씨는 "1999년 11월 어느 날 하교 후 혼자 집에서 교복을 입은 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는데, 마침 옆 아파트에 살던 외삼촌이 집에 찾아왔다"면서 "(외삼촌이) 갑자기 (나를) 소파에 눕혀 가슴을 만지더니 바지와 속옷을 벗고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으로 도망가 숨으니까 삼촌은 '문 안 열면 죽여버린다, 엄마한테 말하지 말라'면서 한동안 부서져라 문을 두드리다가 1시간 쯤 뒤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집안 어른들께 있는 그대로 다 말씀드렸는데 삼촌의 사과나 경찰 신고 등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도 했다.
이후 이씨의 삼촌 박씨는 지난 2006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사로 안수받은 뒤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이씨는 오랜 고민 끝에 지난 2015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그날'의 사건을 제보하고 박 목사의 자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회는 2016년 초 박 목사를 사직 처리했고, 박 목사는 지난해 3월 전북 익산시에 '개척 교회'를 설립했다.
이씨는 "성추행범 박 목사에게 왜 지원금까지 주면서 개척토록 했느냐, '징계 면직'하라"면서 지난해 6월 교단 총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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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추행' 피해자 이모씨가 박모 목사를 상대로 교회에 제출한 탄원서(왼쪽)와 박 목사의 입장문(가운데)과 교단 재판위원회 중재에 따른 합의서(오른쪽). <출처=피해자 이모씨 제보> |
박 목사는 지난해 교단 재판위원회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늦게나마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는데 (이씨가) 또 다시 용서를 빌라고 한다"면서 "목회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내가 목회자(목사)가 돼서 성추행을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위 역시 박 목사의 출교 등 징계조치는 어렵다고 봤다. 다만 당 교회 신자가 오랫동안 고통받고 있으며 가해자 역시 범행사실을 인정한 점 등을 감안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와 위로금 2000만원을 받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조건으로 합의토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합의금이 삼촌이 아닌 외숙모 이름으로 입금됐다"면서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합의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재판위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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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 성추행' 피해자 이모씨가 박모 목사의 부인 이모씨로부터 네 차례에 걸쳐 합의금 2000만원을 받은 통장입출금내역(왼쪽)과 이에 따른 내용증명서(오른쪽). <출처=피해자 이모씨 제보> |
이에 박 목사는 뉴스핌과 통화에서 "법적으로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고, (입금 당시) 아내 이름에서 내 이름으로 미처 바꾸지 못했지만 약속된 금액도 다 보내며 충분히 이행했다"면서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는데 이를 다시 들춰내면 (당사자간) 합의 위반이고 명예훼손과 배상책임 등이 따른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홈페이지 소개란에 박 목사와 그의 교회 등 관련 정보를 최근 모두 삭제했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