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올 시즌이 최고"라고 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국내 공연 십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 뮤지컬 '시카고'를 본다면 의문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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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공연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시카고'(연출 티냐 나디니, 김태훈)는 이름에서 보듯 미국에서 태어나 전세계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1996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 햇수로는 벌써 22년이다. 영국, 캐나다, 호주, 독일, 브라질, 프랑스 등 전세계 36개국, 490개 도시에서 3만2500회 이상의 공연을, 3000여 만 명의 관객이 지켜봤다. 국내서는 2000년 초연 이후 14번째 시즌을 맞이, 오는 23일 공연에서 1000회를 쓰게된다.
이 작품은 1926년 시카고 쿡 카운티의 공판에서 영감을 받아 쓴 동명 희곡을 1975년 밥 포시(Bob Fosse) 특유의 스타일로 재탄생시켰다. 갱 문화가 발달한 시카고의 어두운 뒷골목에 관능적 유혹과 살인이라는 대중적 테마를 결합해 농염한 재즈 선율로 풀어내 매력미를 더했다.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한 볼거리와 흥겨운 무대가 이어진다. 대표적인 쇼비즈니스 뮤지컬로 일컬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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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공연 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남편과 여동생을 죽인 '벨마 켈리'와 불륜 상대를 살해한 '록시 하트'가 승률 100%를 자랑(?)하는 돈만 밝히는 변호사 '빌리 플린'을 고용하면서 극은 전개된다. 무죄를 이끌어내고, 대중의 관심을 끄는 스타가 되려는 과정이 그려진다. 스타가 되려는 두 사람과 돈을 벌기 위한 빌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언론은 신문을 팔기 위해 더 자극적인 내용에만 관심을 갖는다. 야망으로 가득찬 인물들을 통해 황색 저널리즘, 황금 만능주의, 부패한 사회 풍자, 화려한 도시 이면 속 인종차별 등을 꼬집는 통쾌한 메시지도 전한다.
관능적인 재즈와 춤은 여기에 흥겨움을 입힌다. 대표적인 넘버 '올 댓 재즈(All That Jazz)'부터 '셀 블록 탱고(Cell Block Tango)' '올 아이 케어 어바웃(All I Care About)' '록시(Roxie)' '위 보스 리치드 포더 건(We Both Reached For the Gun)' '핫 허니 래그(Hot Honey Rag)' 등 쉴 틈 없이 몰아친다. 변화무쌍한 안무에 높은 고음, 극중 인물의 감정까지 담아야 하는 극한의 넘버가 이어진다. 그만큼 관객들의 몰입도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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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공연장면 [사진=신시컴퍼니] |
이번 시즌에는 베테랑 배우 최정원, 아이비, 남경주와 함께 새롭게 박칼린, 김지우, 안재욱이 참여해 각각 벨마 켈리, 록시 하트, 빌리 플린을 연기한다. 특히 최정원과 아이비는 수없이 맞춰온 호흡을 과시하듯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새롭게 합류한 안재욱은 프레스콜 당시 "그동안 끌어주는 역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받쳐주는 역할인데 제 사이즈에선 이 정도가 딱인 것 같다"고 말한 것처럼, 능청스러우면서도 물질주의 '빌리'를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무엇보다 '시카고'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 '앙상블'의 합은 최고다. 이들은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섹시하게 무대를 더욱 아름답고 풍성하게 만든다. 화음과 볼륨의 강약조절도, 복잡한 안무도 모두 완벽하다. 또 무대 정중앙 계단 위에 차지한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지휘자가 극 중간 중간 해설자가 되거나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 받는 모습이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자꾸만 더 보고 싶어지는 뮤지컬 '시카고'는 오는 8월5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