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사립유치원 비리사태 속 보육대란이 우려되면서 직장어린이집이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은 직장에 다니는 부모와 아이들을 위해 직장 내 또는 직장 인근에 설치된 어린이집을 말한다. 개인이 설립한 사립 어린이집과는 사업비 지원이나 운영방식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직장어린이집은 크게 ▲기업들이 사내 어린이집 공간을 마련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민간어린이집) ▲어린이집 설치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 정부 또는 지자체와 사업비를 분담해 운영하는 방식(공공직장어린이집) ▲특정 지역에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비를 분담해 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방식(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등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직장어린이집은 학부모들의 보육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특히 취약계층 학부모들의 보육비 부담을 최소화 할 수 있어 사립유치원을 대신할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아직까지 설치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앞으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직장어린이집 1106개·아동수 6만2838명…5년 새 두배 증가
2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10월 말 기준 전국에서 운영중인 직장어린이집은 총 1106개소로, 6만2838명의 아동들이 직장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전체 어린이집(3만9214개)의 2.8%, 보육아동(140만6516명)의 4.5%를 차지한다.
올해까지 직장어린이집 20개소를 추가로 확장해 1126개소로 늘린다는 게 정부 당국의 목표다.
직장어린이집은 2011년 449개소에서 2014년 692개소로 1.5배 늘었고, 지난해(1051개)까지 2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근로복지공단 산하 24개 직장어린이집 중 서울지역을 담당하는 김미정 근로복지공단 서울센터장은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의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형편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에서 이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 최근 몇년간 직장어린이집이 큰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 |
직장어린이집은 공공성을 띄는지 여부에 따라 '민간어린이집' 또는 '공공직장어린이집' 두 가지 유형으로도 나눠볼 수 있다. 10월말 기준 전체 직장어린이집 총 1106개 중 공공형은 429개, 기업형은 677개로 기업형이 50% 가량 더 많다.
정부는 중소기업 및 지자체 등과 협력해 공공형 직장형어린이집을 중점적으로 늘려나가는 추세다. 사업주가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희망하면 정부가 설치비와 운영비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이다.
정부 지원금은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인지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대기업이 직장어린이집 설치를 희망하는 경우, 정부는 최대 3억원 한도 내에서 60%까지 지원한다. 만약 대기업이 공동으로 짓는 경우 지원금을 두배로 늘려 최대 6억원 한도내에서 60%까지 지원한다. 또 한 사람당 60만원까지 인건비도 지원한다.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지원금이 대폭 늘어난다. 중소기업의 경우 중소기업 여러개가 모여 컨소시엄 형태로 직장어린이집을 짓는 경우가 많은데, 정부는 이들 컨소시엄에 20억 한도 내에서 최대 90%까지 설치비를 지원한다. 또 한 사람당 매달 120만원씩 인건비를 지원하고, 현원에 따라 200만원에서 최대 520만원까지 운영비를 보조해준다.
◆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12월 첫 개소…2022년까지 50개소로 확대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도 중소기업에 다니는 학부모나 일부 취약계층 학부모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영세 중소기업, 비정규직 등 저소득 맞벌이 가구의 보육지원을 위해 중소기업 밀집지역과 가까운 거주지 또는 교통 요지에 설치하는 직장어린이집을 말한다. 인근 중소기업에 다니는 학부모들에게 먼저 자녀를 등원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정부는 이달 15일 시흥시장, 강서구청장, 계룡시장과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을 위한 업부협약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협약식은 올해 고용노동부가 시범적으로 시작한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 설치를 위한 것으로, 정부(고용노동부)와 지자체가 80:20 비율로 사업비를 분담한다. 지자체 3곳에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은 162억6800만원이다.
![]() |
[자료=고용노동부] |
이미 오는 12월 서울 강서구에 1호점을 열 계획이고, 시행시와 계룡시는 부지매입 설계 중으로 2020년 3월 문을 열 예정이다. 총 3개소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에는 보육아동 450명(1개소 당 150명)을 수용할 수 있고, 보육교직원 수는 총 66명(1개소 당 22명)이다.
정부는 2019년까지 10개소, 2020년 10개소, 2021년 13개소에 대한 부지매입을 마치고 2022년 추가로 14개소에 대한 부지매입을 완료해 5년 내 총 50개소의 거점형 어린이집이 운영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내년도 10개소 추가 설치를 위해 총 28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에는 국공립에 준하는 인건비 지원도 이뤄진다. 그 대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형태다.
고용부 관계자는 "거점형 어린이집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중인 24개 직장어린이집과 유사하게 운영된다"며 "현재는 정부와 지자체가 설치비를 분담해 지자체에서 운영하지만 추후에는 근로복지공단 인가가 나서 법인단체형 어린이집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직장어린이집' 유치원 대란 속 대안될까…수십억대 사업비 부담
또다른 화두는 직장어린이집이 일부 유치원들의 비리로 촉발된 '유치원 대란' 속 이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우선 어린이집은 유치원에 다니던 아동을 수용할 수 있는 조건에 부합한다. 어린이집(0세부터 취학 전)은 유치원(만 3세부터 취학전까지)과 달리 보육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즉 유치원에 다니던 아동이 유치원을 그만두고 어린이집을 다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17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유치원 수는 총 9029개(원아수 69만4631명)다. 2016년과 비교해 42개소 증가했다. 이를 올해 10월말 기준 전체 어린이집 3만9214개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산술적으로는 어린이집 숫자가 월등히 많다.
이 중 국·공립 유치원은 4747개(국립 유치원 3개·공립 유치원 4744개, 원아수 17만2272명), 사립 유치원은 4282개(원아수 52만2110명)로 국·공립 유치원이 조금 더 많은 수준이다. 사립이 월등히 많은 유치원과는 차이를 보인다.
![]() |
근로복지공단에서 운영중인 한 직장어린이집 [사진=근로복지공단] |
직장어린이집이 유치원 대란의 대안이 되려면 우선적으로 기업 및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적시적소에 정부 지원금을 투입할 수 있다.
문제는 수십억대의 사업비와 매월 지급되는 인건비, 운영비에 대한 부담이다.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 직장내 어린이집이 운영중이기 때문에 향후 정부가 손잡을 수 있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 정부 설치비 지원이 최대 20억원에 매달 인건비, 운영비 등도 떠안아야 한다. 직장어린이집 한 곳 당 최소 수천만원의 지원비가 투입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사립유치원생 한명당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과 방과후 지도를 위한 지원금 7만원 등 총 29만원을 지원한다. 원생이 100명인 소규모 사립유치원의 경우 약 3000만원, 원생이 200명을 넘는 대규모 사립유치원에는 약 6000만원이 지원되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동교육과 교수는 "직장어린이집이 사립유치원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은 있지만 문제는 교육의 질"이라며 "어린이집의 경우 누리과정 외에 아동들이 머무는 탁아소의 개념인 반면 사립유치원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어 아동발달에 긍적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직장어린이집을 한 번에 수십, 수백개 늘리는 경우 수천억, 수조원이 투입돼 정부 재정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면서 "사립유치원을 공공형 유치원으로 전환시키려는 정부의 노력도 재정부담을 줄여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