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한 동굴에서 과거 현인류인 호모사피엔스와 동시대를 살았을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인류 유골 여러점을 발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실린 논문을 토대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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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북부 루손섬의 칼라오 동굴에서 발견된 신(新)인류 '호모루조넨시스'의 치아 Callao Cave Archaeology Project/Handout via REUTERS 2019.04.10. [사진=로이터 뉴스핌] |
네이처는 프랑스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루손섬 카가얀주에 있는 칼라오 동굴에서 발견한 유골이 지금껏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인류종이라는 내용의 논문을 실었다. 연구팀이 약 3년이란 기간 동안 이곳에서 채집한 유골로는 7개의 치아, 발과 손, 허벅지에서 채취한 6개의 뼈가 있다.
적어도 세 명의 각기 다른 사람들의 뼈다. WSJ에 따르면 치아는 작은 턱에 알맞는 앙증맞은 크기였으며, 신(新)인류의 사람은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으면서도 발이 굽어진 것으로 보아, 나무 등을 올라 탈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말그대로 원시인류와 현인류를 섞어 놓은 듯한 신체 구조다. 치아와 발가락, 손가락 뼈는 호모사피엔스, 데니소바인, 네안데르탈인, 호모날레디, 호모플로레시엔시스 등 여러 사람종의 특성을 섞어 놓은 형태다.
과학자들은 이들 종족이 도구를 사용해 사냥을 했거나 음식을 조리해 먹었는 지 여부는 발견하지 못했다. 또, 두뇌는 얼마나 발전했는 지 여부도 마찬가지다. DNA를 뼈와 치아에서 분리하는 데 실패해 이들이 얼마나 현인류와 닮았는 지도 알 수 없는 상태다.
새로운 인류의 발견은 사람종이 초기 진화하는 과정 중 빠진 퍼즐 조각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나다의 레이크헤드 대학교 인류학자 매트 토체리는 "진화는 이러한 특성의 모자이크(합성)를 만든다"며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사례임은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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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인류 '호모루조넨시스'의 유골이 발견된 필리핀 북부 로손섬의 칼라오 동굴 Callao Cave Archaeology Project/Handout via REUTERS 2019.04.10. [사진=로이터 뉴스핌] |
유골이 발견된 장소의 이름을 따 신인류의 명칭은 '호모루조넨시스'(Homo luzonensis)다. 연구팀이 유골의 부패 정도를 감식한 결과 호모로조넨시스는 지금으로부터 5만~6만7000년 전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는 우리의 조상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전 세계 지역으로 이주하던 때라면서 두 인류종이 동시대에 살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두 종이 만났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호모사피엔스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서방으로 그리고 마지막에 동방으로 이동한 반면, 호모루조넨시스가 발견된 지점은 루손섬이다.
그런 점에서 과학자들은 호모루조넨시스가 어떻게 루손섬에서 발견됐는 지 의문이다. 루손섬은 깊은 바다로 둘러쌓여 있어 호모루조넨시스가 어떻게 이 섬에 도달하게 됐는 지는 설명할 수 없어서다. 연구팀의 디트로이트 박사는 "그들은 바다를 건너 온 것은 분명하겠지만 어떻게 왔는 지는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 바다를 건너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인류종이 왜 멸종됐는 지도 인류학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또, 호모사피엔스가 생존한 유일한 인류종인지도 알아야 한다. 인류학자 토체리는 "이는 하나의 경종이다. 인류 진화론은 더 복잡해졌고 더 흥미로워졌다"고 평했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