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롯데 창업주 3세인 신유열 상무가 지난해 롯데케미칼 상무로 승진하며 본격적인 경영 시험대에 올랐다.
작년 말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신유열 상무는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2020년 일본 롯데에 부장으로 입사한지 3년, 작년 초 임원 배지를 단지 1년이 채 안돼 이뤄진 초고속 승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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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사진=롯데] |
롯데케미칼에서 상무 직급을 달았다는 점에서 롯데의 경영승계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버지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1990년 지금의 롯데케미칼인 호남석유화학에 상무로 취임하며 경영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신 상무의 경영 능력은 최근 신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 부분에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롯데케미칼은 이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친환경 소재사업으로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신 상무는 이번 상무 승진 과정에서 신사업인 수소 에너지, 전지 소재 관련 발굴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신 회장 없이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와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3'를 직접 찾아 수소, 배터리 등 롯데의 미래 사업을 소개하는 전시관을 둘러보기도 했다.
경영 능력을 인정 받는다면 신 상무가 10년 내 승계를 받을 확률이 높다. 신 회장도 롯데케미칼에 상무로 입사한지 7년 만인 1997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신 상무는 임원 승진 이후 부쩍 공개석상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며 대외적인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주로 일본에서 머물던 신 상무가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20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영결식이 유일했지만, 올해부터는 한국에서도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CES 직후인 지난 12일에는 신격호 명예회장 추모식에 참석한 뒤 롯데 VCM(Value Creation Meeting·옛 사장단회의)에 처음으로 배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년 만에 완전 대면으로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신 상무는 계열사 사장단과 만났다.
그에 앞서 작년 10월에는 롯데쇼핑 경영진과 함께 서울 잠실 롯데마트 제타플랙스와 롯데백화점을 찾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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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왼쪽 두번째)가 롯데월드타워 1층에서 신격호 롯데 창업주 흉상에 헌화한 뒤 걸어가고 있다.[사진=노연경 기자] |
이처럼 신 상무가 후계자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당장 경영권 승계를 논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신 상무는 롯데의 유의미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지분 취득은 일본과의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호텔롯데의 상장이 이뤄진 뒤에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의 대주주가 일본 롯데홀딩스이기 때문에 일본 롯데와의 지배구조 연결고리를 끊어내려면 호텔롯데 상장이 필수적이다.
신 회장은 지지부진한 호텔롯데 상장에 속도를 붙이기 위해 올해 임원인사에서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를 호텔군 총괄대표로 앉히며 1년 만에 대표를 교체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