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국내 최대 건설 전문 금융기관인 건설공제조합이 노사 간 극심한 마찰로 내홍을 겪고 있다. 조합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의 김상수 운영위원장이 이사장 추천 및 선임 과정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후에도 과도한 경영·인사 개입을 하고 있다는 노조 측의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러한 지배구조가 지속될 경우 경영 여건이 악화된 조합을 이끌어야 할 신임 이사장 역시 '식물 이사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이사장 선임을 두고 건설공제조합 운영위원회를 규탄하며 지난 13일부터 천막을 치고 실내 농성을 이어왔던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건설공제조합지부는 이날 오전에도 서울 건설회관 1층 로비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다. 2025.02.19 dosong@newspim.com |
◆ 노조 "운영위, 입맛 인사로 이사장 위에 군림…인력 감축·영업점 축소 지속" 비판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 노조는 이사장 선임, 인사 개입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사측을 질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임시총회를 열고 운영위가 추천한 이석용 내정자를 신임 이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건설공제조합지부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운영위가 입맛 인사를 통해 경영을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 |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건설공제조합지부의 집회 모습. 2025.02.19 dosong@newspim.com |
운영위는 조합의 사업 심의·의결 및 업무 집행 감독을 담당하는 기구로, 실질적으로 조합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핵심 조직이다. 건설공제조합 이사장은 공모제로 선임되며, 이사장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의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운영위에 추천한 뒤 총회를 통해 최종 선임된다.
노조 측은 운영위가 사실상 경영상 수장인 이사장의 상위에 존재하며, 그 중심에 김상수 운영위원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 주도로 이사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의사 결정이 진행돼 지속적인 인력 감축과 조합 영업점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박영빈 전 이사장의 재임 기간이었던 2022년부터 최근 3년간 조합의 채용 인원은 공채 6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전체 직원 수는 450명에서 390명으로 감소했고, 영업점도 39개에서 16개로 축소됐다.
노조는 이번에 선임된 신임 이사장 역시 운영위의 경영 개입을 막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이사장이 본인의 고유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면 운영위원장에게 종속된 '식물 이사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전에도 금융 전문가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됐지만, 김 운영위원장의 인력 감축 기조 속에서 신입 직원 채용 권한조차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운영위원장, 국토부 개정에도 운영위 영향력 행사"
김 위원장이 조합 운영위원장에 선임된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대한건설협회장을 역임한 인사로, 2021년 이전까지 건설협회장은 당연직으로 운영위원을 맡아왔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김 위원장의 건설협회장 임기 중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해, 조합 이사장과 건설협회장의 당연직 운영위원 자격을 삭제했다.
이는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간 이해상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조합 역시 이에 동의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건설협회장 임기를 마친 뒤 다시 조합 운영위원장으로 선임되면서 운영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박창성 건설공제조합지부장은 "국토부 시행령 개정으로 당연직 운영위원에서 배제된 것에 앙심을 품고, 인력 감축 등의 방식으로 조합을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노조 "이사장 권한 보장·운영위 지배구조 개선해야"
노조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사장의 경영권 약화에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인력 증원 및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 사항은 ▲이사장의 신입 직원 채용 권한 보장 ▲영업점 통폐합 철회 및 인력 증원 ▲운영위 중심의 지배구조 개선 등이다.
![]() |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임시 총회가 열리는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 2층 대회의실 앞에서 집회를 이어가는 민주노총 사무금융노조 건설공제조합지부. 2025.02.19 dosong@newspim.com |
이와 같은 요구사항과 함께 지난 13일부터 천막을 치고 실내 농성을 이어왔던 건설공제조합지부는 이날 오전에도 서울 건설회관 1층 로비에서 규탄 시위를 벌였으며, 총회가 열리는 오후 2시 대회의실 앞에서도 시위를 이어갔다.
노조 측의 주장과 관련해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영업점 통폐합은 감독 기관인 국토부의 공제조합 혁신 방안에 따른 것"이라며 "운영위의 조합 의사결정 구조는 건설산업기본법과 조합 정관에 따른 절차대로 진행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건설공제조합은 지난해 말 기준 조합 1만3300여개사, 자본 6조6000여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종합건설금융기관이다. 다만 최근 건설업계의 불황 여파로 보증대급금이 급증하며, 수익성이 급감하는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태다.
dos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