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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편성 '원론적 공감' 그쳐…'벚꽃 추경' 불발 가능성

기사등록 : 2025-02-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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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20일 4자 회담…추경 편성 합의 전무
與 '핀셋 추경' vs 野 '슈퍼 추경'…입장차 여전
'벚꽃 추경' 불발 가능성…물리적 시간 부족해
尹 탄핵심판 선고시 추경 논의 동력 상실할 듯

[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를 위해 여·야·정이 한자리에 모였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추경이 필요하다' 수준의 원론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그쳤다.

이에 당초 유력하게 점쳐졌던 '벚꽃 추경'은 요원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경안 편성부터 국회 심사까지 2개월여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물리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기에 탄핵 인용과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현안이 발생할 시 추경 논의는 아예 동력을 상실할 공산이 크다.

지난 20일 열린 국정협의회에서 여·야·정 대표들은 추경 편성을 비롯해 반도체 특별법과 연금 개혁 등 주요 현안들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4인이 각 대표자로 참석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첫 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2025.02.20 mironj19@newspim.com

이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약 2시간 동안 회의를 진행했지만, 테이블 위에 오른 현안들 중 어떤 사안에도 마땅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특히 야당이 '담판'을 거론하며 강력한 의지를 시사한 데다 여당·정부 역시 전향적 입장을 밝히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던 추경 편성은 그 필요성에 원론적 공감을 표하는 데 그쳤다.

이날 박태서 국회의장실 공보수석은 국정협의회가 끝난 뒤 "(여·야·정이) 추경 필요성에 공감했다. 추경 시기와 규모 등에 대한 세부 내용은 실무 협의에서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만 언급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며 "합의에 이르진 못했으나, 서로 명확한 입장을 확인한 것도 소득"이라고 말했다.

4자 회담 이후 추경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상 아무런 결과물 없이 '앞으로 논의하겠다' 수준에 그친 셈이다. 이날 여·야·정은 공동 합의문도 없이 각각 별도 브리핑을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추경 논의가 공회전하는 배경에는 추경 용처를 둘러싼 여야 간의 여전한 입장차가 자리한다. 앞서 민주당은 총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 계획안을 발표하며 추경 담론을 본격적으로 띄워 올렸다. 여기에는 이재명 대표의 역점 공약인 '전 국민 25만원 지급 사업'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는 이름으로 포함됐다.

민주당은 대규모 재정 투입을 통해 가계 지출 부담을 낮추고 내수를 부양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은 오히려 민생 경제에 독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에 이 대표는 소비쿠폰 대신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창업 지원에 예산을 쓸 수도 있다며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이에 대해 그는 '도저히 죽어도 못 하겠다 싶으면'이라는 표현으로 강경한 단서를 달았다.

다만 정부와 여당의 기조가 국채 발행을 최대한 자제하며 예산이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만 투입하는 '핀셋 추경'인 만큼, 대규모 '슈퍼 추경'을 주장하는 민주당과는 방향성 자체가 달라 합의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예컨대 민주당의 소비쿠폰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취약계층에 한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2월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음을 고려하면 '벚꽃 추경'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상적으로 추경은 정부안 편성부터 국회 심사까지 2개월여의 시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3월 말에서 4월 초를 의미하는 '벚꽃 추경'을 위해서는 이달 안에 규모·시기·용처 등에 대한 모든 합의를 마쳐야만 한다.

추경 논의 자체가 좌초될 가능성도 상존해 있다. 헌법재판소는 3월 중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탄핵이 인용되면 곧장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리면서 모든 화력이 정치 행보에 집중될 공산이 크다. 반대로 탄핵이 기각될 시에도 정국이 또다시 격랑을 맞으며 추경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으로 관측된다. 

r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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