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핌] 정상호 기자 = "제가 어떻게 동네에 쓰임이 있을까요?" 그가 '쓰임'을 말할 때는 은근히 활기가 넘친다. 커뮤니티와 동네 친구 대목에서도 옅은 미소가 번진다.
경상도 출신인 그는 30대 초반에 건강도 좋지 않은 데 아무런 연고도 없는 지방의 소도시에 삶의 터전을 새로이 꾸린다. 당연히 한 가정의 가장이고 설상가상 아내도 건강이 좋지 않다. 이게 9년 전쯤이다.
이들 부부는 일단 모든 걸 내려놓고 좀 건강하고 좀 재미있게 생활할 곳으로 충주의 관아골을 선택했다. "충주하면 좀 막연했지만 충주라는 도시가 사과 아니면 다른 이야깃거리가 많이 없더라고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내가 만들어내면 좀 승산이 있겠다. 좀 주목받기 좋겠다 해서 충주행을 택했어요."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관아골이라는 동네는 저녁 6시가 돼도 불이 안 켜졌어요. 그만큼 동네 주민들한테는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만 싶어 하는 동네였죠. 비어 있는 건물이 한 68% 정도 됐어요."
그랬던 관아골이 지금은 예전부터 내려온 노포와 새로 들어온 브랜드를 합해 한 50개 정도되는 상권이 자리를 잡고 있다. 빈집도 2024년 통계로 15%까지 줄었다고 한다.
이같은 관아골의 놀라운 변화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세상상회의 이상창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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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관아골 세상상회 이상창 대표 |
뉴스핌은 20일 [헬로 로컬크리에이터] 네번째 방송으로 충주 관아골에서 세상상회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창 대표의 도전과 성장 스토리, 미래 비전 등을 다뤘다.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진행을 겸해 이야기를 나눴다.
충주에 들어온 이상창 대표는 차도 못 들어가는 관아골 뒷골목에 위치한 일제시대 적산 가옥과 근대 가옥이 나란히 있는 건물을 리모델링 한다. 시간이 가지고 있는 서사,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최대한 살려낸다.
그는 문턱이 낮은 문화 서비스 공간을 생각했지만 주특기가 있어야 손님들을 어필할 수 있으니까 카페라는 장르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충주 최초의 한옥 카페다. 그는 커피를 볶고, 아내는 충주에서 나는 과일로 케이크를 만들었다. 카페 세상상회는 어렵지 않게 자리를 잡는다.
"그 동네를 1년 동안 열심히 스터디하면서 알게 된 그런 커뮤니티나 그 동네를 움직이는 건 사람이라는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동네의 쓸모에 어떻게 보탤까' 이런 고민들을 많이 했어요."
그즈음 이 대표는 동네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이른바 동네 친구들과 함께 보탬협동조합을 시작한다.
이들은 '담장마켓'을 작당했다. 두 사람이 걷기에도 비좁은 세상상회 앞 골목은 매달 장터 겸 축제가 열렸다. 지금은 회당 평균 판매자 50팀, 구매자 2000명이 방문하는 충주의 대표 장터가 됐다. 관아골 골목은 혼자의 강력한 브랜드가 아니라 동네 친구들, 이웃들과 함께 끈끈한 우정 멤버십으로 상권을 다시 일으켰거나, 없던 상권을 만들어 낸 것으로는 전국 최초라는 평가를 받는다.
보탬협동조합은 보탬플러스로 진화한다. 알바요정이 탄생하고 청년몰이 들어선다. 그의 세상상회를 거친 14명의 알바 요정 중 4명이 주변에서 함께하고 있다.
"일단은 이제 지역에서 뭔가 좀 큰 작당을 하려면, 무브먼트를 가지려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이런 오지랖 성향의 친구들이, 가치를 알 수 있는 친구들이 모여서 설립한 모델이고요. 결국에는 다른 청년들에게 이런 낮은 문턱의 공간 혹은 비빌 언덕이 되어 주자고 해서 시작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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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관아골 세상상회 이상창 대표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 |
'쓰임'과 동네 친구 커뮤니티는 선순환의 동력이 된다. 우수한 커뮤니티 비즈니스이자 협업 상생의 결과는 그들 모두에게 건물을 안겼다. 건물주가 된 것이다.
"8년 만에 멤버 모두가 본인들의 공간을 가지게 된 거죠. 그래서 그 공간에서 자기 본캐를 하면서, 안정적인 자기 비즈니스를 하고 있죠. 또 하나는 뭐 자랑일 수도 있는데 처음에 인연을 맺었던 친구들, 단톡방에 있는 친구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아직도 같이 있어요. 별 불협화음 없이. 그런 게 성과라고 할 수 있겠죠."
이제 관아골은 1세대인 세상상회 골목과 2세대인 여인숙 골목이 어우러져 충주의 핫플레이스가 됐다. 담배골목이라는 어두운 과거를 딛고 FnB, 카페, 편집숍, 독립 서점 등이 있고 협업 모델로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 굿즈를 만들기도 한다. 그는 이런 성장의 배경에는 정부나 지자체와의 협업이 있다고 말한다.
"어설픈 갑을 관계가 아니라 확실한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지역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더 많이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이를테면 우리 멤버 모두가 청년 정책자문위원회나 지역에 있는 관변 단체에 소속돼 있어요. 저는 청년 쪽에 있고 대표는 문화 관광 쪽에 있고, 서로 장르별로 지역에서 지금 고민하고 있는 접점들을 찾아 함께 하려는 친구들에게 기회 요소들을 만들어줄 수 있는 판을 짜는 거죠."
그러면서 먼저 성장한 로컬크리에이터로서의 역할도 빼놓지 않는다. 그의 가치는 수직적 향상보다는 수평적 확장, 스케일 업보다는 스프레드 아웃이다.
"다양한 커뮤니티 중에서 제가 너무 우뚝 솟는 거예요. 그러면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까요? 동네에서 좋은 바이브를 일으키려면 커뮤니티를 만드는 빌더 역할을 해야 하고요. 동네에 뿌려져 있는 자원, 사업, 인재들이 많은 데 이거를 하나로 꿸 수 있는 링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지역을 모니터링하면서 적재적소에 빈틈을 메워 놓는 필러 역할도 필요합니다."
이 대표의 사람과 '쓰임'에 대한 믿음은 예비 창업자에게 전하는 조언에서도 흔들림이 없다. 왜 로컬을 택했는지 동기 부여와 명분을 확실하게 가져야 하고, 착한 가격의 부동산을 빨리 소유하라고 했다. 건물주다. 특히 혼자 하려고 하지 말고 주변에 같이 있는 친구들과 상생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2의 세상상회, 제2의 이상창이 나와 있을 관아골의 10년 후를 기대한다. 물론 자신은 여전히 로컬크리에이터의 좋은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좋은 우산 역할을 계속하고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저는 고향을 떠났지만 제 아들이 '아빠가 세상상회 하는 거 너무 멋있고 충주 사는 거 너무 좋아'라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일까. 이상창 대표는 충주하면 '참 일하기 좋은 곳이야, 살맛 나는 곳이야' 이렇게 읽히는 동네를 향해 오늘도 기꺼이 '쓰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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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민 성신여대 교수 |
한편 뉴스핌TV로 만나는 [헬로 로컬크리에이터]는 로컬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을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중 하나로 보고, 전국의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 로컬콘텐츠를 통한 청년 창업과 생태계를 진단한다. 나아가 지역에 특화된 콘텐츠를 가진 기업가형 소상공인으로의 성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격주 목요일 혹은 금요일 생방송되며 진행은 채지민 성신여대 교수가 맡고 있다. 채 교수는 현재 성신여자대학교에서 새로 신설된 지역개발 및 로컬디자인 전공과정에서 골목경제 및 로컬크리에이터, 지역가치 창조론 및 실습, 지역 및 공간정책 실습 등 현장중심형 실습 위주의 교육프로그램을 강의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개발 및 로컬콘텐츠 분야의 전문인재 양성 및 지역창작자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uma8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