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6.27' 대책으로 가계대출 상승세가 대폭 감소한 가운데 은행권 추가 규제를 확대한다. 하반기 대출총액을 당초 목표보다 절반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만큼 대출모집인 중단 연장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당장 이번주부터 대출문턱이 또 한단계 높아질 전망이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중단 조치를 연장하고 비대면 주담대 금지도 확대한다. 신한은행은 소유권 이전 전세대출 취급 제한 조치를 서울에서 전국으로 확대했으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도 10월까지 중단한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대출모집인 대출 접수를 9월까지 중단했다. 대출모집인 제도를 일시 중단해 대출접수 자체를 줄인다는 의도다. 이밖에도 IBK기업은행은 전세대출 '갈아타기'를 전면 중단했으며 SC제일은행은 아예 9월까지 비대면 주담대를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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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2025.08.13 ojh1111@newspim.com |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6.27' 대책 이후 증가세가 빠르게 꺾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금융권 7월 가계대출 증액규모는 2조2000억원으로 전월 6조8000억원 대비 1/3로 크게 줄었다.
특히 은행권 가계대출 증액규모는 6월 6조2000억원에서 7월 2조8000억원으로 3조4000억원이나 급감했다. 가계대출 규제와 7월부터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상환비율)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는 건, 상승세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잔액 자체는 여전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증액규모가 다시 늘어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도 후속 규제를 확대라는 요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8월초(12일 기준) 가계대출 증액규모는 1조32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영업일당 1700억원 정도로 8월 전체 영업일에 대입하면 3조3000억원 가량의 증액이 예상된다. 7월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규모다.
통상 8월에는 휴가철 자금과 이사철 비용 확보 등을 위한 대출수요가 몰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규제 시행 한달반 만에 다시 가계대출 증액규모가 상승하는 건 심각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당국 역시 가계대출 상승세가 다시 커질 경우 전세대출자금도 DSR 규제에 포함하는 등 추가 규제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현 50%인 규제지역 담보인정비율(LTV)을 더 낮추는 방안도 언급했다.
다만 6.27 대책에도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어 가계대출 증액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입장이다.
대출규제 여파로 9억원 이하의 아파트 거래가 증가하는 현상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실거래시스템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 중 9억원 이하 비중은 49.5%로 규제 전 37.7% 대비 11.8%포인트(p) 증가했다. 주담대 6억원 한도 제한을 피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 아파트에 거래가 집중되며 대출수요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계속 높이면서 실수요자 및 서민층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 등 새로운 금융당국 수장이 드러낸만큼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된 심도깊은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담대 상한을 제한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9억원 이하로 수요가 너무 몰리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 아파트 경쟁 심화로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실수요와 투기를 명확히 구분하고 디딤돌 등 서민대출을 늘리는 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