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일 국가정보원이 기획재정부에 '전시동원용 암호자재' 협조 요청을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기관들 간 전시동원용 암호자재 요청은 이례적인 상황으로, 양 기관이 계엄 정황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더욱이 계엄 당일 기재부가 국정원에 예비비 1100억원을 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예비비는 통상적으로 심각한 자연재해나 국가 재난 등 긴급한 상황 발생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투입되는데, 계엄 당시 예비비 편성 근거에 대해서는 지금껏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14일 <뉴스핌>이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최근 3년간(2022~2024년) 기재부 공문 목록'에 따르면,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3일 기재부 운영지원과에 전시동원용 암호자재 접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암호자재란 국가·공공기관이 비밀 보호와 통신보안을 위해 사용하는 암호 기술 적용 장치와 수단, 또는 문자·숫자·기호 등으로 구성된 암호표, 난수표, 암호논리 등을 수록한 문서나 도구를 말한다. 쉽게 말해 비밀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 키, 문서, 소프트웨어, 데이터 등을 말한다.
암호자재는 국가 또는 기관의 정보 보호를 위해 암호화된 통신내용을 안전하게 전송하고 해석하는 데 사용된다. 보안 등급에 따라 Ⅰ급, Ⅱ급, Ⅲ급 비밀 소통용 암호자재로 구분되며, 국가정보원이나 기관장이 제작·배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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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출입이 제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2024.12.03 leehs@newspim.com |
전시동원용 암호자재는 전시 상황을 가정하고 병력, 물자 지시를 인증하고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암호키·코드표·장비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가비상시 지휘와 전파 보안을 위한 핵심 자원이라는 뜻이다.
공교롭게도 계엄 당일 국정원이 기재부에 전시동원용 암호자재 접수 협조를 요청한 만큼, 정부 내에서 전시 동원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계엄 당일 국정원에서 협조 요청이 왔고, 비밀 기록물로 관리를 하고 있다"며 "암호자재는 비상 대비용 자재이기 때문에 국정원과 소통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2022년과 2023년 기록을 살펴보면, 국정원이 암호자재 훈련 협조 요청을 한 적은 있으나 명시적으로 '전시동원용'이라는 표현을 쓴 적은 계엄 당일 뿐이다. 요청 시점이 계엄 당일이라는 점과, 그 대상이 예산을 총괄하는 기재부라는 점에서 사실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재부는 계엄 당일에 1180억원의 예비비를 국정원에 배정한 사실이 있다"며 "계엄날 여러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던 것에 대해 기재부가 명확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오기형 의원은 계엄 당일 기재부가 국무회의를 열고 '사이버안보 위협 대응 경비(2급 비밀)'에 일반 예비비 1180억원 지출안을 의결했고, 기재부가 이 예산을 국정원에 배정해 계엄 쌈짓돈을 건네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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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위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TF-경제8단체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9.09 mironj19@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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