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부처별 업무보고에서 특정 관료들의 실무 대응을 직접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평가해 관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업무보고 생중계가 이어지는 가운데, '말 잘하는 보고'가 아니라 '준비된 실무'가 기준이 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 '콩GPT' 별명 얻은 변상문 농식품부 국장
가장 화제가 된 인물은 변상문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GMO(유전자변형) 콩과 식용 콩 수입 비중을 묻는 질문을 던졌고, 변 국장은 채유용 대두 100만톤(t)은 전량 GMO, 식용 콩은 Non-GMO라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로 즉각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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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상문 농식품부 식량국장 [자료=뉴스핌TV] 2025.12.17 jsh@newspim.com |
당시 이 대통령은 "사료는 그렇다 치고 콩과 옥수수는 수입하지 않느냐"며 "그중 유전자 조작된 농작물 비율이 얼마인가"라고 물었습니다. 특별한 답변이 나오지 않자 "모를 수도 있다"면서도 "수입 규모와 GMO 비중을 알고 싶다"고 재차 질문했죠.
이에 변 국장은 "콩은 채유용(기름용)으로 약 100만톤이 수입되며, 전량 GMO로 보면 된다"며 "반면 두부 등에 쓰이는 식용 콩은 Non-GMO"라고 명확하게 답했습니다. 이어 "Non-GMO 입증 업체를 통해 수입하고 있다"고 부연 설명했고, 국내 콩 생산량에 대한 질문에도 "올해 약 8만3000톤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가에서는 "사전에 자료를 외우다시피 준비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답변"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온라인에서는 변 국장을 두고 '콩GPT'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습니다. 대통령실도 해당 사례를 들어 "국민이 궁금해하는 지점에 정확히 답한 모범적인 업무보고"라고 평가했습니다.
◆ "정부 돈 안 쓰고 굴린다"…건설기술교육원 사례도 언급
이 대통령은 또 지난 12일 진행된 국토교통부 등 업무보고 자리에서 건설기술교육원의 운영 방식도 직접 언급했습니다. 정부 출연에 의존하지 않고 교육비 수입만으로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운영비를 자체 충당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공공기관의 재정 운영 모범 사례로 평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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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대철 건설기술교육원 원장 [자료=뉴스핌TV] 2025.12.17 jsh@newspim.com |
당시 이 대통령은 "이렇게 교육비를 많이 내고 하는 데가 있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고 의문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권대철 건설기술교육원 원장이 "대부분 7주일 정도 교육받는데, 한 20만원정도 내는 부분이 10년 정도 동결상태로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답하자 이 대통령이 놀랍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죠.
이를 두고 관계 부처에서는 "대통령이 단순 성과보다 '숫자'와 '운영 구조'를 함께 본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공공기관장들 사이에서도 업무보고 부담이 확연히 커졌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 국정자원 화재 때 식약처 대응도 직접 언급
눈에 띄는 장면은 하루 전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업무보고에서도 나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당시 현장 대응을 총괄한 대응팀장의 판단과 조치를 언급하며, '잘 대응했다'는 취지로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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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익상 식약처 정보화담당관 [자료=뉴스핌TV] 2025.12.17 jsh@newspim.com |
당시 이 대통령은 "국정자원 화재 때 별도 시스템을 만들어서 민원처리를 했다고 하던데 아주 훌륭하게 잘 처리했다"고 담당자를 추켜세웠습니다. 해당 팀장은 김익상 식약처 정보화담당관으로 알려졌습니다.
식약처 내부에서는 "통상 기관장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는데, 실무 책임자의 현장 대응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식약처 한 관계자는 "위기 대응에서 보고서보다 현장 판단을 중시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고 전했습니다.
◆ 관가에 번지는 '업무보고 기준 변화' 신호
이 같은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세종 관가에서는 업무보고 준비 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과거처럼 정제된 문구 중심의 보고서보다, 숫자·현황·시나리오를 즉각 설명할 수 있는 실무 준비가 중요해졌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죠.
한 중앙부처 국장은 "이제는 '장관이 얼마나 말을 잘하느냐'보다 '실무자가 현안을 얼마나 꿰고 있느냐'를 대통령이 직접 보는 구조"라며 "관료사회 전반에 긴장감이 확실히 생겼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업무보고 생중계라는 형식 변화 속에서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비교적 분명합니다. 국정은 장면이 아니라 준비로 평가받는다는 것입니다.
jsh@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