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상욱 기자 = 오타니 쇼헤이가 또 한 번 '만화야구'를 현실로 만들었다. 전날 체코전의 문보경처럼 대만전 선제 만루포 한 방으로 도쿄돔을 뒤집어 놓았다. 세 타석 만에 3안타 5타점을 쓸어담는 '만찢남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오타니는 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C조 1라운드 대만전에서 1번 지명타자로 나섰다. 1회초 첫 타석에서 우익선상을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고 2회 1사 만루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앞선 타자 와카츠키 겐야가 포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며 흐름이 끊긴 직후였다. 볼카운트 2볼 1스트라이크. 대만 선발 정하오쥔이 바깥쪽 낮은 124㎞ 커브(약 76.8마일)를 던지자 오타니는 주저 없이 잡아당겼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이 됐다. 일본의 이번 대회 첫 득점이자 첫 홈런, 첫 타점이 모두 이 한 방에서 나왔다.
오사카에서 열린 평가전 2경기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오타니는 실전에 들어가자 확 달라졌다. 첫 타석 2루타에 이어 두 번째 타석 만루홈런까지 사실상 일본 공격의 전부를 혼자 책임지며 '슈퍼스타는 실전에서 증명한다'는 공식을 다시 확인시켰다.
오타니는 홈런을 치고 주루하면서 '말차 휘젓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 세리머니는 오타니가 주문하고 키타야마 고키가 만든 일본 대표팀의 공식 퍼포먼스다. 오타니는 이번 WBC를 앞두고 팀 미팅에서 "새 세리머니를 하나 만들어 오라"고 키타야마 고키에게 특별 주문을 했다. 키타야마는 일본프로야구(NPB)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의 우완 투수이자 이번 '말차 세리머니'의 발안자다.
키타야마는 왼손으로 찻그릇을 받치고 오른손으로 차선을 쥔 듯한 동작을 하는 일본 전통 다도에서 '말차 세리머니'를 고안했다. 이 퍼포먼스에는 언어유희도 숨어 있다. 일본어로 '차를 끓여 내다(お茶を点てる)'에 쓰는 한자 '점(点)'이 야구에서 득점할 때 쓰는 '점(点)'과 같은 글자인 데에서 착안했다. 키타야마는 일본 매체를 통해 "다이아몬드를 휘저어서 다 같이 점수(点)를 내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오타니의 만루포를 시작으로 2회초에만 15명의 타자가 나서 10점을 뽑는 빅이닝을 완성했다. 타자 일순으로 다시 오타니에게 타석이 돌아왔고 2사 1, 3루에서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았다. 세 타석 만에 2루타-만루홈런-안타를 쳐 사이클링 히트까지 3루타만 남겨뒀다. 5회까지 점수 차가 15점 이상일 경우 대만은 콜드패를 당한다. 3회초 일본은 13-0으로 앞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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