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상용 기자 = 미국 정부가 일찌감치 중국 기업 10곳 정도에 엔비디아(NVDA)의 고성능 인공지능(AI) 반도체 H200의 구매를 허가했지만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실제 거래는 단 한 건도 성사되지 않은 상태라고 14일 로이터가 전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승인된 거래조차 실행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JD닷컴 등 약 10개 중국 기업에 H200 칩 구매를 허가했다. 레노버와 폭스콘 등 일부 유통업체 역시 판매 대행 승인을 받았다. 구매 승인을 얻은 중국 기업들은 각각 최대 7만5000개의 H200칩을 엔비디아로부터 직접 혹은 유통업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엔비디아의 납품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복수의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구매 자제를 독려하면서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이번 사안은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의 방중 일정과 맞물리며 더 관심을 받고 있다. 황 CEO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으로 미·중 정상회담 일정에 합류했다. 이번 방문이 H200칩에 대한 중국측 빗장을 여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엔비디아는 한때 중국의 첨단 반도체 시장에서 약 95%의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중국쪽 매출이 엔비디아 전체 매출의 13%에 달할 만큼 중요한 시장이었지만, 미·중 간 기술 경쟁이 격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국은 올해 초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중국 기업들에 대해 군사용 전용 금지 및 보안 요건 충족을 요구했다. 엔비디아에는 미국 내 재고 확보 의무도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H200 판매 수익의 25%를 미국 정부가 확보하는 구조도 도입했다. 현행 미국의 법제상 직접적인 수출세 부과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해당 칩이 미국 영토를 경유해 중국으로 선적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건은 중국의 경계심을 더 자극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엔비디아칩에 일종의 백도어가 장착돼 보안상에 취약점이 생겨날 위험을 걱정하는 것은 물론, 미국산 AI칩의 유입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국무원은 공급망 보안 규정을 강화해 핵심 기술 부문에서 외국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다. 딥시크 등 중국 AI 기업들도 화웨이 칩을 활용하는 등 '탈(脫)엔비디아'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엔비디아의 중국 내 입지는 계속 좁아져 왔다. 최근 황CEO는 중국 AI 가속기 시장에서 자사 점유율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국 내 대중(對中) 강경파들 사이에선 H200칩의 수출을 승인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AI 기술 우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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