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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반도체 전압 안정용 초소형 부품인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둘러싸고 호황기 장기화를 전망하는 시각이 잇따른다. AI(인공지능) 서버 수요뿐 아니라 AI 스마트폰·PC(개인용컴퓨터), 자율주행차,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수요처가 동시에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면서다.
◆"호황 2030년까지"
골드만삭스는 MLCC 점유율 1위 업체(트렌드포스 추산 40%대)인 일본 무라타제작소(6981) 사장과의 면담 내용을 토대로 MLCC 호황기가 2030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종전에는 2028년까지로 봤지만 전력 부족발 데이터센터 건설 장기화, 자율주행차·휴머노이드로봇 등의 수요처 추가 관측으로 종전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MLCC는 반도체 칩 바로 옆에 배치돼 전압을 안정시키는 초소형 부품이다. 반도체는 작동할 때 전력 소모가 순간순간 급변하는데 이때 전압이 불안정해지면 오작동이 발생한다. MLCC는 칩 주변에 빼곡히 실장돼 전기를 순간적으로 저장했다 방출하는 방식으로 전압 변동을 억제한다. 고성능 칩일수록 전력 변동이 커 더 많은 MLCC가 필요하다.
MLCC 탑재량이 두드러진 곳은 단연 AI 서버다. AI 연산용 고성능 칩은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다 그 변동 폭도 극심해 전압 안정용 MLCC가 대량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전력 사용량이 기존 서버의 약 2배인 엔비디아 GB(그레이스블랙웰)200 베이스보드(연산 칩과 메모리가 함께 실장되는 회로판) 한 장에만 약 6500개가 실장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μF(마이크로패럿; 전기를 저장하는 용량을 나타내는 정전용량 단위) 이상 고용량 제품이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AI 외 수요도 상당"
AI 서버 밖에서도 탑재량은 상당하다. 자동차가 대표적이다. 내연기관차는 약 3000개지만 순수 전기차는 1만8000개로 약 6배에 이르고 일부 고급 차종은 3만개까지 늘어난다. AI PC는 NPU(신경망처리장치)가 더해지며 일반 노트북(약 1000개)의 1.4~1.6배인 1400~1600개가 실장된다. AI 스마트폰도 일반 제품의 1.3배가량인 1300~1500개로 증가한다.
MLCC 공급 부족이 시장에서 주목받은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부족 신호 자체는 일찍부터 있었다. 무라타의 출하 대비 주문 비율은 2023년 12월에 1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주목이 늦은 것은 가격 인상이라는 가시적 신호가 없었던데다 시장의 관심이 HBM(고대역폭메모리)·GPU에 집중되고 사재기도 나타나지 않아 가격 상승이 완만했기 때문이다.
수급 긴장이 뚜렷해진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주요 제조업체 가동률이 90%를 넘어선 가운데 일부 고용량 제품 납기가 8주에서 24주로 대폭 길어졌다. 무라타가 4월부터 15~35% 가격 인상에 나선 것으로 보도된 가운데 다른 업체의 인상 계획 발표나 검토 소식이 전해졌다. 부족이 가격이라는 가시적 형태를 띠고서야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한 셈이다.
◆"단기 품귀 아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MLCC 공급 부족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요 전망이 갈수록 상향되고 있어서다. 무라타는 작년 12월 AI 서버용 MLCC 출하량 성장률 전망을 연평균 18%에서 30%(2025~2030년)로 올렸다. 2030년 수요는 2025년의 3.3배에 이를 것으로 봤다. 베이스보드 한 장당 탑재량 전망도 1만5000개에서 2만개로 높였다.
공급이 수요를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도 장기화 관측을 뒷받침한다. 신규 MLCC 생산라인은 투자 결정에서 양산까지 18~24개월이 걸린다. 주요 업체들이 증설에 나섰지만 생산능력 확대가 수요 증가 속도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렵다. 생산능력이 더디게 늘어나는 가운데 고급 제품 수요가 집중되면서 수급 긴장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전력 부족에 따라 미뤄지는 현상을 오히려 호황을 떠받치는 요인으로 해석했다. 부품 업황에서 더 큰 위험은 수요 총량보다 변동 폭으로 꼽힌다. 수요가 한 시점에 몰리면 그 정점을 맞추려 증설에 나섰다가 수요가 꺾인 뒤 남는 설비가 과잉 생산능력으로 돌아오곤 했다. MLCC 업계가 2018년과 2020~2021년 가격 급락에서 겪은 일이다. 건설이 2030년까지 분산되면 수요도 완만해져 급한 증설에 따른 위험을 피해 갈 수 있다.
▶②편에서 계속됨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