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월가가 설계한 순수 메모리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뜯어 보니 실상 '삼전닉스' 펀드로 확인돼 관심을 끈다.
2026년 4월2일, 미국 자산운용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Roundhill Investments)가 만든 세계 최초의 메모리 반도체 전문 ETF는 인공지능(AI) 테마를 앞세워 이미 날개를 달았다.
종목 코드 'DRAM'으로 거래되는 펀드는 CNBC 집계 결과 출시 불과 10거래일만에 자산 규모 10억달러를 돌파했고, 45일만에 100억달러에 근접한 뒤 5월30일(현지시각) 기준 약 128억달러를 찍었다.
업계 전문가들은 2026년 들어 가장 빠르게 성장한 ETF라고 입을 모은다. CNBC는 비트코인 열풍 이후 가장 뜨거운 ETF라고 전했다.
흥미를 끄는 대목은 포트폴리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편입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시장 조사 업체 ETFDb에 따르면 5월29일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이 각각 27.23%와 18.12%로 집계됐다. 이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 비중 5.27%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서학개미들 사이에 DRAM이 '삼전닉스 펀드'로 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 세계 최초 메모리 전용 ETF 어떻게 설계됐나 = 라운드힐의 공식 프로스펙터스에 따르면 DRAM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정밀한 바스켓에 대한 노출 제공'을 운용 목표로 한다.
CBOE가 공개한 상장 근거 문서에서는 상품의 투자 철학에 대해 "메모리는 AI 혁명의 핵심 병목이며, 데이터 집약적 애플리케이션으로의 구조적 전환과 지속적 수요 성장에 의해 뒷받침되는 장기 성장 스토리"라고 짚었다.
편입 조건은 엄격하다. DRAM과 HBM(고대역폭 메모리), NAND 등 메모리 반도체 관련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만 선별해 총 12개 종목으로 구성되며, 운용 보수는 연 0.65%다.
야후 파이낸스는 DRAM에 대해 "집중이 바로 이 상품의 본질(The concentration is the point)"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편입 비중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7위인 마이크론 등 3종목의 비중이 50%를 웃돈다. 한 때 이들의 편입 비중은 70%에 달했다.
이 밖에 샌디스크(SNDK)와 씨게이트(STX), 일본의 키옥시아 홀딩스(285A), 대만의 난야 테크놀로지(2308) 등이 상위권에 편입됐고, 미국 국채와 달러화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 왜 '삼전닉스'가 절반에 달할까 = DRAM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절반 가까이 편입된 데에는 글로벌 메모리 산업의 과점 구조라는 명백한 이유가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펀드가 미국 투자자들을 위해 설계됐다는 점도 중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증시에 직접 상장돼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가 이들 두 기업에 투자하려면 한국 증권 계좌를 개설한 뒤 원화 환전과 한국거래소(KRX) 거래 시간대 대응 등 높은 장벽을 넘어야 한다.
미국 펀드평가사 모닝스타는 "DRAM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 점유율을 지배하는 세 기업에 대한 노출을 제공한다"고 설명하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던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 대한 투자 창구 역할을 강조했다.
DRAM은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 하나의 달러 표시 티커만으로 글로벌 메모리 산업 전체에 베팅할 수 있는 최초의 수단인 셈이다.
이와 함께 라운드힐이 내세우는 또 하나의 핵심 논리는 '순수 노출(Pure Play)'이다. S&P500이나 나스닥100은 물론, 기존의 반도체 ETF인 SOXX나 SMH조차도 엔비디아(NVDA)와 TSMC(TSM), 브로드컴(AVGO) 등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대거 편입하고 있어 메모리 섹터만의 집중 베팅이 불가능하다.
DRAM은 이 같은 공백을 정확히 겨냥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밴데크(VanEck) 반도체 ETF(SMH)가 2026년 들어 60% 수익률을 올리는 동안 메모리 특화 기업들의 상승폭은 그보다 훨씬 컸다.
◆ "비트코인 이후 가장 뜨거운 ETF" = CNBC는 비트코인 열풍 이후 DRAM만큼 강력한 자금 흡인력을 가진 ETF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2026년 5월11일 CNBC 'ETF Edge' 프로그램에 출연한 라운드힐 CEO 데이브 마자(Dave Mazza)는 AUM이 6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공식 확인했으며, 씨티(Citi) 리서치의 ETF 전략 디렉터 드류 페팃(Drew Pettit)도 이 상품의 구조적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바차트는 5월12일 "DRAM이 6주 만에 65억달러 AUM을 달성하며 2026년 AI 인프라 붐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고 평가했다. 모닝스타가 집계한 출시 이후 수익률은 2026년 5월 기준 77.9%였으며, 마켓워치는 팩트셋 데이터를 인용해 수치 98%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ETFDb에 따르면 5월29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69.30%로 나타났다.
◆ 서학개미도 몰렸다 = 투자 열기는 월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한국의 이른바 '서학개미'들 사이에서도 DRAM은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ETF 전문 리서치 기관인 ETFGI의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ETF 순매수 규모는 2025년 연중 2024년 수준을 일관되게 상회했고, 2025년 전체 해외 ETF 순매수 총액은 전년 대비 약 179억달러 증가했다. 2025년 10월에는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인 158억5000만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확대된 서학개미의 해외 ETF 투자 흐름 속에 친숙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핵심 편입 종목으로 담으면서도 글로벌 메모리 산업 전체에 베팅할 수 있는 DRAM은 자연스럽게 주목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DRAM은 반드시 짚어야 할 구조적 비용이 존재한다. 한국 세법상 해외 상장 ETF의 매매 차익은 해외 금융 투자 소득으로 분류돼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국내 증시에서 직접 매수하는 경우 매매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고, 국내에 상장된 동일 전략의 ETF 역시 훨씬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출시 이후 수익률이 98%에 달한다 해도 22%의 양도세를 적용하면 세후 실질 수익률은 크게 낮아진다. 여기에 달러/원 환율 환율 변동이라는 추가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원화 강세 국면에서는 달러 표시 수익률이 원화로 환산될 때 그만큼 깎이기 때문이다.
DRAM이 제공하는 섹터 순수성과 글로벌 메모리 기업 원스톱 편입이라는 장점이 세금 비용을 정당화하는가에 대해 냉정한 계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과열 경고, 닷컴 버블의 그림자 = 뜨거운 인기몰이 속에 경고음도 울리기 시작했다.
모닝스타는 2026년 5월19일 보고서에서 편입 종목들이 고평가 됐다고 직격하며 펀더멘털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바차트는 한발 더 나아가 "DRAM의 기록적 성공은 닷컴 버블 붕괴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테마형 ETF는 구조적으로 해당 테마의 시장 가치가 정점에 달한 시점에 출시되는 경향이 있고, 이후 성과가 부진해지는 사례가 역사적으로 반복됐다는 얘기다.
12개 종목에 집중된 포트폴리오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강 사이클에 진입할 경우 변동성이 기존의 포괄적인 반도체 ETF보다 훨씬 크게 증폭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대목이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