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반도체주가 2주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지만 월가에서는 이번 조정을 'AI(인공지능) 랠리의 끝'이 아닌 저가 매수 기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동안 상승 랠리에서 소외됐던 투자자들이 조정을 틈타 다시 저가 매수(Buy the Dip)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4일(현지시간) 장 초반 한때 6%대까지 빠지며 출렁인 뒤 낙폭을 대부분 만회해 약 2% 하락으로 마감했다.
엔비디아·인텔·AMD 등 주요 종목이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종가 기준으로는 장중 저점에서 상당 폭 회복한 모습이다.
◆ '브로드컴 쇼크'가 부른 단기 급락
이번 조정은 브로드컴이 AI 칩 매출 가이던스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으로 제시하면서 촉발됐다. 브로드컴 주가는 이날 약 13% 급락해 2025년 초 이후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AI 인프라 투자 수혜의 대표주로 꼽혀온 브로드컴이 실망스러운 수치를 내놓자 그동안 가파르게 오른 반도체주 전반에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SOX는 3월 말 이후 두 배 가까이 급등한 상태여서 시장에서는 차익실현성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 "기다리던 조정 왔다"…옵션시장서 '저가 매수' 베팅
서스퀘하나 인터내셔널 그룹의 파생상품 전략 공동 책임자 크리스토퍼 제이컵슨은 "일부 투자자들은 조정을 기다리며 현금을 들고 대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제이컵슨에 따르면 고객들은 이날 급락한 브로드컴과 마이크론 등에 대해 풋옵션 매도에 나섰다. 이는 해당 종목들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향후 반등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체투자사 코할로(Cohalo)의 콜턴 로더 최고운용책임자는 "브로드컴의 AI 칩 전망이 실망스럽게 나오면서 장 초반 투자심리가 다소 악화됐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이를 반도체 업계 전반의 문제가 아니라 브로드컴 개별 이슈로 판단하면서 우려가 완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개별종목 매수+ETF 헤지…"AI 테마는 유효"
제이컵슨은 경험 많은 투자자들이 현재 개별 종목 매수로 상승에 베팅하는 동시에 ETF로 하방 위험을 헤지하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변동성에 대비하되 AI 투자 테마 자체에 대한 신뢰는 유지하는 포지셔닝이다.
그는 "투자자들은 최근 반도체주에서 상당한 수익을 거뒀다"며 "이제는 개별 종목을 보유한 채 ETF로 헤지하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월가는 이번 급락을 AI 투자 사이클의 균열이 아니라, 과열 국면에서 나타난 숨 고르기로 해석하고 있다. '바이 더 딥(Buy the Dip·저가 매수)' 전략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는 평가다.
kwonjiu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