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한국 경제가 반도체 호황을 발판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 진단이 나왔다. 다만 중동 전쟁 장기화로 물가가 3%대로 다시 올라서고,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를 웃돌면서 경기 하방 위험은 여전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중동 전쟁에 따른 경기 하방 위험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호황을 중심으로 완만한 개선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 내수는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4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 증가하며 전월(5.0%)보다 상승폭이 축소됐지만, 3개월 이동평균 기준으로는 2월 1.9%, 3월 3.2%, 4월 3.6%로 상승세가 지속됐다. 서비스업 생산도 3.5% 증가하며 금융·보험업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보였다.
소비 심리도 살아나는 모습이다.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6.1로 전월(99.2)보다 큰 폭 상승했다. KDI는 4월 말부터 지급된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향후 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투자는 반도체 산업이 이끌었다. 4월 설비투자는 8.1% 증가하며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장비 투자가 41.1% 급증했고, 선행지표인 5월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도 54.9% 늘었다. 일반산업용기계와 전기·전자기기 투자 역시 증가폭이 확대되며 반도체 외 분야로도 일부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수출은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강한 흐름을 이어갔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했다. 일평균 기준 반도체 수출은 182.5%, 컴퓨터 수출은 309.8% 급증했다. 미국(66.9%)과 중국(89.7%)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큰 폭 늘었다. 수출 증가폭이 수입 증가폭을 웃돌면서 무역수지는 269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건설경기는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했다. 4월 건설기성은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건축 부문은 6.4%, 토목 부문은 2.8% 각각 줄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건설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기성 디플레이터는 2월 2.1%에서 4월 4.6%까지 높아졌다. KDI는 착공 지연과 공사기간 장기화가 향후 건설투자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월(2.6%)보다 확대됐다. 석유류 가격이 24.2% 오르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근원물가 상승률도 2.2%에서 2.5%로 높아졌다. 항공료 등 유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상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시장에서는 중동 리스크 영향이 반영됐다. 달러/원 환율은 5월 말 기준 1507.9원으로 전월 말(1483.3원)보다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3.60%에서 3.73%로 올랐다. 반면 AI 투자 기대감이 이어지며 코스피는 8476.2까지 상승했다.
KDI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설비투자가 경제 회복을 이끌고 있으나 중동 전쟁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과 고유가, 건설경기 부진이 경기 하방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유 공급 차질이 석유정제 생산 감소와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향후 경기 흐름의 주요 변수로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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