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기랑 기자 = 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기업 지원 예산을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계하는 방향으로 재정사업 개편에 나선다.
청년·지역 인재를 많이 채용한 기업에는 보조금과 융자 혜택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는 직무전환 교육 등을 지원한다. AI 직업훈련을 받은 청년 인재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연결하는 사업도 신설한다.
정부는 9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3차 청년정책 관계장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기업지원-일자리 연계형 재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 "고용 없는 성장" 대응…기업지원 방식 전면 손질
정부는 AI 확산과 산업구조 전환 속에서 '고용 없는 성장'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체 고용률은 상승 추세지만 청년 고용률은 하락하고 있으며, 실업자·취업준비생·'쉬었음' 상태인 20~30대 미취업자는 올해 1분기 기준 171만명에 달한다. 특히 AI 고노출 업종에서 청년 일자리 감소가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 사이 감소한 청년 일자리 21만1000개 가운데 20만8000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또 노동연구원은 중·고령층과 달리 청년층은 AI 도입 기업에서 2023년을 기점으로 고용 추이가 정체 상태에 진입하는 차별적 패턴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산업 지원 정책이 매출·투자·기술성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기업들이 채용과 일자리 창출을 우선순위로 고려하지 않는 한계가 있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정사업을 통해 '고용 친화적 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정부는 'Good-Job Link'를 통해 기업지원 사업에 고용 인센티브를 본격 도입한다. ▲5극3특 성장엔진 특별보조금 ▲유턴기업 투자보조금 ▲외국인투자 현금지원 ▲지역투자촉진보조금 ▲유니콘브릿지 등 대규모 보조사업에서 청년·지역인재 채용 규모에 따라 보조율을 높이고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유턴기업 투자보조금은 청년·지역인재 고용 수준에 따라 보조비율을 우대하고, 계획보다 많은 인력을 채용하면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구조를 도입한다. 외국인투자 현금지원 사업도 비수도권 투자기업이 청년·지역인재를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면 국가 분담비율 상향을 검토한다.
AI 빅테크 육성사업과 글로벌 팁스, AX 스프린트, SW 고성장클럽 등 성장지원 사업은 채용 실적이 우수한 기업에 가점을 부여하거나 후속 지원사업 선정 과정에서 우대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이 중 글로벌 팁스는 신규 고용 15명 이상 달성 기업에 가점을 주는 구조가 올해 3월부터 이미 시행 중이다.
점프업 프로그램과 해외건설시장 개척 지원은 채용 확대를 전제로 관련 사업을 패키지·원스톱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아울러 ▲친환경차 전환촉진 이차보전 ▲국가첨단전략산업 기술혁신 융자 ▲미래환경산업 육성 융자 등 정책금융 사업은 신규 채용 목표를 달성한 기업에 금리 인하나 이차보전 확대 혜택을 제공한다.
◆ 초기 벤처는 제외…'순증 고용' 성과관리 도입
다만 이 인센티브 구조가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업 초기 중소·벤처기업은 고용 인센티브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기업 규모별로 채용 의무를 차등 적용할 방침이다. 성장 단계 초기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역설적으로 청년 채용 여력이 큰 기업 위주로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예상된다.
고용 성과 산정 방식도 주목된다. 정부는 '과거 대비 순증 인력'을 기준으로 고용 실적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인력을 줄이고 신규 채용으로 채우는 방식의 편법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인력 구조조정 후 재채용을 어떻게 걸러낼지는 세부 지침에서 구체화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 대신 직무 전환을 통해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가칭) 고용위기 극복 패키지'를 도입해 단축근무와 직무전환 교육 등을 묶어 지원하고, 노사가 함께 참여하는 산업전환 훈련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산업전환 공동훈련센터에서 노사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성과 평가에 가점을 부여해 훈련센터 운영 인센티브와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산업별 AI 전환 훈련과 공동훈련센터를 늘리고, AI 캠퍼스와 AI 워커 등 청년 대상 AI 특화훈련도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는 AI 훈련을 받은 청년 인재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에 직접 연결하는 사업도 신설한다. 올해 기준 약 2만7000명 규모의 정부지원 AI 훈련 수료자를 활용해 '중소기업 AI 청년코치'와 '소상공인 AX·DX 컨설턴트' 사업을 추진한다. AI 직업훈련 수료자가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AI 전환을 지원하고, 소상공인 사업장을 찾아 디지털 전환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청년 인재의 현장 경험을 늘리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협동조합의 AI 전환을 위한 청년 코디네이터 육성 및 전문인력 현장 배치도 지원한다. 아울러 정부지원 직업훈련 수료자를 채용한 중소·중견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방안과 사회적기업 AI 전문인력 채용 지원 사업도 검토한다. 이와 함께 'AI 분야 플러스(+) 국가자격'을 신설해 기존 국가기술자격에 AI 역량을 결합한 인증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방안이 해외에서 효과가 검증된 모델을 참고했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지역선별보조금(RSA)은 정부지원 10억원당 최소 32.6명의 고용을 창출했고, 독일의 지역경제구조개선 공동과제(GRW)는 37.6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미국 칩스(CHIPS) 인센티브 프로그램도 2021~2025년 사이 최소 3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정부는 이번 방안에서 구체적인 국내 고용창출 목표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효과가 사업 규모·범위, 산업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지만, 성과 검증의 기준선이 없다는 점은 향후 정책 평가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방안은 올해 제도 개편을 거쳐 2027년도 예산 편성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사업 규모와 세부 지원 조건은 정부예산안 편성과 국회 심의 과정 등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정부는 향후 집행 성과와 고용 효과를 분석해 적용 분야를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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