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이 일본 상장사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일본 금융회사가 시총 정상에 오른 것은 버블경제 붕괴 이후 처음이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 있는 세계'가 부활하면서 은행의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MUFG의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42조1000억엔을 기록했다. 토요타자동차와 메모리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를 웃돌며 일본 기업 가운데 1위로 올라섰다.
닛케이평균주가가 역사적인 고점에서 움직이는 가운데 최근 일본 증시에서는 은행주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회사가 일본 증시 시총 1위를 차지한 것은 1986년 스미토모은행 이후 처음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일본 은행들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막대한 부실채권 문제에 시달렸다. 2000년대 들어 대형 은행 간 합종연횡이 이어졌지만 장기간의 디플레이션과 초저금리로 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BOJ가 금리 정상화에 나서면서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BOJ는 2024년 약 8년간 이어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현재 정책금리는 연 1.0%로 199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은행들은 보통예금 금리도 올리고 있지만 기업과 개인에 적용하는 대출금리의 상승 폭이 예금금리보다 크다. 이에 따라 대출이자 수익이 늘어나면서 은행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BOJ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강하다.
MUFG의 실적 역시 사상 최고 수준이다. 회사는 2026회계연도 연결 순이익이 전년보다 11% 증가한 2조7000억엔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망대로라면 4년 연속 사상 최대 순이익을 경신하게 된다. 중동 정세가 안정될 경우 실적이 현재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MUFG는 수익성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자와 준이치 MUFG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중장기적으로 10%대 중반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하반기에는 디지털은행 개업을 추진해 개인금융 부문의 수익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MUFG를 비롯한 일본 3대 메가뱅크가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총액은 2026회계연도 처음으로 연간 2조엔을 넘어설 전망이다. 기업 간 정책보유주식 해소가 이어지면서 개인주주의 영향력이 커지자 배당 등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MUFG는 2005년 미쓰비시도쿄파이낸셜그룹과 UFJ홀딩스의 경영 통합으로 출범했다. UFJ홀딩스는 산와은행과 도카이은행 등을 뿌리로 두고 있다.
MUFG의 시총 1위 등극은 한 기업의 주가 상승을 넘어 일본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버블 붕괴 이후 부실채권과 초저금리에 짓눌렸던 은행이 40년 만에 일본 증시의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금리 정상화 시대를 맞은 일본 금융주의 재평가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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