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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단순한 제조업에서 고마진 소프트웨어와 구독을 중심으로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전환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자들 관심권에서 소외됐던 페라리(RACE)와 테슬라(TSLA)가 모멘텀을 얻고 있다.
미국 온라인 투자 매체 모틀리 풀은 특히 페라리가 과도하게 소외되면서 저평가된 가운데 신제품 판매 호조와 브랜드 희소성을 앞세워 유망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자동차 산업의 체질 변화는 상당수의 투자은행(IB)과 컨설팅 업체들이 연이어 제기한 시각이다. 모건 스탠리는 보고서를 내고 오토 2.0에서 오토 3.0으로 전환을 강조했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 중심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 역시 보고서에서 이른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시장 규모와 FoD(Feature on Demand) 구독 서비스의 가치를 꾸준히 강조해 왔다.
완성차 업체의 기존 하드웨어 영업이익률이 5~8%에 그치는 반면 소프트웨어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하고, 미래 자동차 기업의 멀티플은 소프트웨어 매출 비중이 결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컨설팅 업체 맥킨지도 같은 목소리를 낸다. SDV 시대의 자동차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제품을 구매한 이후에도 무선(OTA)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고 성능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AI) 모델을 이용한 자료 분석에 따르면 SDV는 소프트웨어로 구동하거나 제어되는 자동차를 총칭하는 개념이다. 차량 내부에 수십 개로 쪼개져 있던 전자제어장치(ECU)를 몇 개의 중앙 고성능 컴퓨터로 통합해 소프트웨어가 자동차 전체를 통합 제어하는 구조다.
자동차의 스마트폰화, 전기차의 플랫폼화 그리고 수익 모델의 다변화가 자동차 업계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추세다. 자동차 업체가 일회성 판매 수익에 의존하던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테슬라 FSD를 포함한 자율주행 옵션과 인포테인먼트, 안전 및 편의 기능을 월 구독료나 건별 결제로 판매하는 FoD(Feature on Demand) 모델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자동차 제조업의 고질적인 저마진 문제를 극복하고 소프트웨어 특유의 고마진 수익 구조를 이식하려는 시도라고 해석한다.
모틀리 풀은 자동차 산업의 구조적인 변혁 속에 페라리가 유망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패러다임 재편 속에 입지를 강화할 요건을 다수 갖췄다는 얘기다.
주요 투자은행(IB) 역시 업체의 영업이익률 개선과 첫 순수 전기차 루체(Luce)의 소비자들 반응에 긍정적인 목소리를 낸다.
AI 모델을 이용한 자료 분석 결과 페라리가 주목 받는 이유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소프트웨어가 따라올 수 없는 브랜드의 희소성이다. 일반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를 많이 판매하기 힘들어진 구조 속에서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로 지속적인 마진을 내려고 하는 움직임이다.
이와 달리 페라리는 차량 자체가 명품 또는 고가의 자산으로 역할하기 때문에 굳이 소프트웨어 구독료를 쥐어짜지 않아도 대단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와 경기 침체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고액 자산가 고객층이 업체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럭셔리 전기차(EV)의 가격 결정력도 시장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대중 전기차 시장은 가격 경쟁이 극심해 치킨 게임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페라리는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더라도 100만달러 내외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을 지녔다. 최근 루체 완판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전기차 시대에도 유지되는 고마진 구조가 페라리의 또 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배터리 원가 부담으로 대중 브랜드들이 전기차 전환 초기 마진 감소에 시달리는 사이 페라리는 높은 판매 단가 덕분에 전기차 부문에서도 상당한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는 소수의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모건 스탠리와 번스타인 등 주요 투자은행(IB)은 페라리의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 일반 자동차 업계 평균치인 5~8%를 압도한 데 커다란 의미를 둔다. AI를 활용한 업체의 공식 데이터 분석 결과 영업이익률이 2024년 28.3%를 기록했고, 2025년 29.5%로 상승한 뒤 최근 분기 29.7%까지 상승했다.
페라리는 고마진의 비결을 세 가지로 제시한다. 수요가 아무리 폭발해도 연간 생산량을 철저하게 1만3000대 가량으로 제한, 희소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가격 결정력을 확보한다는 것.
경영진은 시장의 수요보다 항상 한 대 적게 만든다는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원칙을 여전히 지키며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높게 거래되는 기현상도 여기서 비롯됐다.
두 번째는 맞춤 제작이다. 차량 기본 가격도 고가에 해당하지만 고객이 원하는 내외장재와 컬러, 탄소섬유 옵션 등을 추가하는 개인 맞춤 옵션 비중이 높아 가격대가 한층 뛴다. 맞춤형 옵션의 마진율이 무려 50%를 웃돌아 전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린다고 업체는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F1(포뮬러 원) 레이싱 및 라이선스, 스폰서십 수익이다. 페라리는 자동차 판매 이외에 F1 팀을 운영하면서 스폰서십 수입과 브랜드 라이선스, 테마파크 및 굿즈 사업 등 하드웨어 제조 비용이 들지 않는 고마진 부가 수익을 창출한다.
사실 업체의 첫 순수 전기차 루체가 공개됐을 때 주요 외신과 월가의 반응은 싸늘했다. 로이터를 포함한 외신에 따르면 파격적인 5인승 패스트백 형태를 포함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렸고, 엔진음 소실 우려 등으로 단기적인 주가 조정과 밸류에이션 하락이 발생했다.
하지만 판매 실적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여러 논란 속에서도 루체는 출시 불과 2개월만에, 2026년 생산 물량 500대의 첫 인도가 시작되기도 전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 7월29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단독 보도 이후 주요 외신들은 루체가 5월25일 로마에서 공개된 뒤 약 8주만에 올해 할당 물량 완판을 달성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 시장 배정분 88대가 출시 직후 순식간에 매진됐고, 전통적인 엔진차 커렉터 이외에 실리콘밸리 기술 기발 초고액 자산가들의 신규 수요가 완판 기록에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전년 동기 대비 8.4% 늘어난 19억4000만달러의 매출액과 10% 이상 늘어난 희석 주당순이익(EPS) 2.62달러의 2분기 성적을 내놓은 가운데 페라리는 연초 이후 약 11%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종가 412.29달러를 기준으로 1년 사이 주가는 9%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해 10월 500달러 선을 뚫고 오르며 52주 최고치를 나타낸 주가는 올해 5월 310달러 선까지 주저앉은 뒤 강하게 반등하는 모양새다.
시장 조사 업체 팁 랭크스에 따르면 페라리에 투자 의견을 제시하는 14개 투자은행(IB) 가운데 '매수' 의견이 13건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보유'와 '매도'가 각각 1건과 0건으로 나타났다. 목표주가 평균치는 468.61달러로 13.66% 상승을 예고했고, 최고치와 최저치는 각각 566.17달러와 400.94달러로 파악됐다.
shhwang@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