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글로벌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미국 장기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트코인은 19일 6만4000달러대를 지켰다. 위험자산 전반에 매도세가 번졌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상대적으로 충격을 비껴갔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6시 50분 기준 비트코인(BTC)은 6만4300달러 부근에서 거래됐다. 하루 기준으로는 소폭 상승했고,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1% 넘게 올랐다.
알트코인도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이더리움(ETH)은 1.2% 오른 1917달러에, 솔라나(SOL)는 2% 가까이 오른 77달러 부근에서 거래되며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상승세를 나타냈다.
하이퍼리퀴드의 HYPE는 이날 1% 넘게 떨어져 58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다만 주간 기준으로는 4% 가까이 상승해 주요 암호화폐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유지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7%대 급락…코인은 '무풍지대'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든 것은 반도체주 급락이었다.
서울 증시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나란히 7% 넘게 떨어지면서 코스피는 6% 이상 급락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2% 하락했다.
아시아 반도체 관련 지수는 3% 넘게 밀렸다. 전날 미국 증시에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5% 급락하며 7월 말 이후 최악의 하루를 보낸 충격이 아시아 시장으로 번졌다. 미국과 유럽 주가지수 선물도 추가 하락을 가리켰다.
반도체주를 짓누르는 것은 치솟은 장기금리다.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뛰었고, 10년물 수익률도 2025년 초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특히 장기금리 상승은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기술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AI주 투자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다만 이날 미국 국채시장은 다소 진정됐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약 1bp(1bp=0.01%포인트) 내린 4.69%를 기록했다. 전날 약 2% 떨어졌던 금 가격은 장중 0.6% 반등해 온스당 4360달러를 웃돌았다.
시장의 시선은 이날 공개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으로 향하고 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다음 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로이터 설문조사에서는 경제학자 104명 가운데 94명이 연준이 9월 기준금리를 현행 3.5~3.75%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이 반영하는 9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약 68%에 달한다.
◆ 로빈후드 CEO "토큰화 슈퍼사이클 온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가격 흐름과 함께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테네브 로빈후드 최고경영자(CEO)는 X를 통해 금융시장이 글로벌 '토큰화 슈퍼사이클(tokenization supercycle)'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토큰화 기술을 전통 금융을 재편할 '화물열차'에 비유한 데 이어 한층 강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테네브는 특히 미국이 규제를 정비하지 않을 경우 차세대 금융시장 인프라의 주도권을 해외에 내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로빈후드는 이미 미국 밖에서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제공하고 있다. 120개국 이상의 이용자들이 배당금을 포함해 190개 이상의 미국 주식에 경제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테네브는 "토큰화는 단순히 주식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것이 아니다"며 "자산이 인터넷상의 정보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소유권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로빈후드의 토큰화 주식은 실제 주식을 1대1로 기초자산으로 보유하지만 토큰 투자자가 해당 주식을 직접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토큰 투자자에게 기존 주주와 같은 권리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는 이유다.
◆ 게임스톱 사태 꺼낸 테네브…"실시간 결제가 답"
테네브가 토큰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운 것은 '실시간 결제'다.
그는 2021년 게임스톱(GME) 사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당시 개인투자자의 매수가 폭발하면서 청산기관이 로빈후드에 요구한 담보가 급증했고, 로빈후드는 결국 게임스톱을 비롯한 일부 종목의 매수를 제한했다.
테네브는 이 사건이 기존 증권 결제 시스템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록체인에서는 주식 토큰이 실시간으로 거래되고 결제되며 이동할 수 있다"며 "실시간 결제는 심각한 시장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시스템의 위험과 압력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후 결제 기간을 거래 후 2영업일(T+2)에서 1영업일(T+1)로 단축했다. 테네브는 토큰화를 활용하면 이를 사실상 실시간으로 줄여 거래와 결제 사이에서 발생하는 위험과 담보 부담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시간도 달라질 수 있다. 로빈후드는 현재 미국에서 주 5일, 하루 24시간 주식 거래를 제공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시장에서는 여러 거래소와 대체거래시스템(ATS)을 연결하지 않고도 24시간·주 7일 거래를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간 자산 이전에 며칠이 걸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토큰화된 자산은 호환 가능한 지갑과 플랫폼 사이에서 직접 이동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규제다. 미국 증권법은 주식의 거래와 보관, 청산, 주주 권리 등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주식을 블록체인에 올린다고 해서 이런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테네브는 규제가 허용될 경우 향후 토큰화 주식에도 기존 주식과 같은 주주 권리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상장주식뿐 아니라 비상장 기업과 부동산 등 거래가 쉽지 않은 자산까지 토큰화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테네브는 "전 세계가 미국 자산을 기반으로 미래의 소유권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정작 미국인들이 뒤처진다면 이상한 결과가 될 것"이라며 미국 정책 당국에 제도 정비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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