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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용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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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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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중...
  • AI 채용이 확산되며 지원자 불신이 커졌다
  • 역검 기준 불투명해 차별·편향 우려도 컸다
  • 정부는 가이드라인·법개정으로 대응에 나섰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사람한테 떨어지면 이유라도 짐작했을 텐데 기계한테 떨어지니 알 방법이 없어 서럽다."  AI 면접 탈락자의 하소연이다. 화면 속 AI가 표정과 목소리, 답변 구조를 채점하고 그 점수가 당락을 결정한다.

추가된 'AI 역량검사(역검)'는 지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화면 가득 채운 칸에 생쥐와 고양이가 나타났다 사라지는데 두 동물이 동시에 나타난 칸을 찾는 일종의 게임이다. AI역량 검사라는 이름으로 보면 지원자의 인지능력, 성향, 직무 평가성을 응답 과정을 통해 분석 평가한다는 것 같은데 대체 이게 무슨 역량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지원자도 인사 담당자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AI역량 검사는 2018년 30개 기업에서 시작해 현재 1,200개 이상의 기업, 기관이 도입했다. 대기업은 물론 시청,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 부문까지 확산된 상태다.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기업 채용동향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396개 기업의 86.7%가 공식 또는 비공식적으로 AI 도구를 인사 업무에 도입했다. 채용 단계로 좁혀도 21.7%(86곳)가 AI를 활용했고, 이 중 69.8%는 AI 기반 인 적성 또는 역량검사를 쓰고 있었다.  기업들은 '객관적 판단'(34.6%)과 '채용 시간 단축'(31.5%)을 도입 이유로 꼽았다. 서류 검토와 면접 결과 분석까지 AI가 관여하는 채용이 이미 대기업의 표준 절차가 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절차가 무엇을 평가하는지 아무도 명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행 채용절차법에는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구직자에게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명시적 의무가 없다. 게다가 사람이 실질적으로 최종 결정에 개입했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자동화된 결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어, AI가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더라도 지원자가 그 결과에 설명을 요구할 권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공백이 생긴다.

기준이 보이지 않으니 지원자들이 스스로 규칙을 짐작해 움직이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취업 커뮤니티에는 AI 역량검사에 포함된 게임형 과제를 직군별로 다르게 풀어야 한다는 요령이 공유된다.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직무인지, 신중함을 보여야 하는 직무인지에 따라 같은 게임에서도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이 요령이 실제로 점수에 반영되는지는 누구도 검증해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소문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조정한다. 지원자들이 이른바 '카더다' 확률게임에 끌려 다니는 셈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래라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 [사진=블룸버그통신]

원래 AI 채용의 명분은 사람의 주관을 걷어내는 것이었다. 학연, 지연, 면접관 개인의 선호가 개입할 여지를 줄이고,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결과는 역설적이다. 사람이 AI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AI가 원할 법한 답을 짐작해 자신을 그 틀에 맞추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올해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150개 고용주, 11개 산업에 걸친 채용 광고 1,700건과 지원자 340만 명, 지원 건수 400만 건을 분석한 결과가 국내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이들 채용 건은 모두 동일한 외부 업체가 만든 AI 채용 도구로 서류를 분류, 평가받았다. 백인, 히스패닉 지원자가 불이익을 받은 비율은 1% 미만이었던 반면, 아시아계는 5.3%, 흑인은 10.6%가 AI 도구로 인한 악영향을 받았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같은 AI 채용 도구를 쓰는 여러 회사에 지원한 사람 가운데 10%가 지원한 곳 전부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알고리즘 하나가 여러 회사의 채용 판단을 대신한 셈이다. 연구팀은 이를 '알고리즘 단일재배(algorithmic monoculture)'라 불렀다. 같은 씨앗만 심은 농장이 병충해 한 번에 흔들리듯, 같은 알고리즘에 기댄 기업들도 편향 하나로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채용 시장은 이 위험을 더 키우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국내에서 AI 채용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는 업체는 손에 꼽힐 정도로 소수이며, 그중 한 업체의 역량검사 도구를 1,200개 이상의 기업과 기관이 함께 쓰고 있다. 한 회사의 검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지원자가 다른 회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AI 이미지 = 배상희 기자]

물론 스탠퍼드 HAI 수준의 대규모 실증 분석은 국내에 아직 없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24년 구직자 1,055명을 조사한 결과 44.2%가 AI 채용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40.3%는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고 답했다는 통계가 현재로선 가장 구체적인 국내 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체감 데이터로 검증할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셈이다.

EU연합 AI법은 채용, 인사평가, 승진, 해고처럼 개인의 삶과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AI를 '고위험 시스템'으로 분류하고, 인간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감독 체계를 의무화하며, 알고리즘 사용 여부와 주요 결정 요인을 당사자에게 설명하도록 규정한다. 위반 시 과징금은 전 세계 매출의 최대 7%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국 AI기본법은 채용 등 중요한 결정에 AI를 쓸 경우 이용자가 요청하면 설명을 제공하도록 하면서도, 고 영향 AI라도 안전 조치를 이행하면 사용을 허용하는 산업 진흥 중심의 접근을 취한다. 위반 과태료도 3,000만원 이하로 상대적으로 낮고, EU AI법처럼 특정 관행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은 없다. 설명을 요구할 권리는 생겼지만, 그 설명을 강제할 실효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약한 실정이다.

지난 해 말 고용노동부는 '채용 분야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단계별 체크리스트와 사전고지 절차, 차별 방지 의무를 담고, 채용절차법 개정을 통해 사전 안내와 차별 금지 조항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42개 고용센터에 AI 면접 체험실을 설치해 구직자가 미리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2026.08.20 chk@newspim.com

그러나 관련 업계 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3월까지도 노동분야 AI 윤리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용역 입찰이 다시 공고되는 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을 발표한 지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실제 법 개정과 가이드라인 확정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정부 조사에 의하면 청년층의 63.8%가 AI 채용 전형 도입에 찬성했고, 실제 AI 채용을 경험한 응답자(23.7%) 중에서 "AI의 판단 기준이 불투명하다"(23.1%), "자기표현이 왜곡될 수 있다"(18.4%)는 정도의 불만이 있었다. 청년층은 AI 채용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을 알 수 없는 채로 평가받는 상황에 반대하고 있다. 

학연, 지연이 아닌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어 하는, 그 어느 세대보다 공정성에 민감한 세대에게 AI 채용은 애초에 '스펙보다 역량'을 보겠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정작 그 약속을 지키는 방식이 불투명하다면, 공정을 요구하는 세대에게 가장 불공정하게 느껴지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게임의 규칙을 알려주지 않은 채 게임만 늘리는 채용 방식은 오래가기 어렵다. 지원자들이 눈치싸움을 벌이고 카더라 답안에 휩쓸리면, 정작 채용의 본질인 '누가 이 일을 잘할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뒷전으로 밀린다.

AI가 채용의 표준 도구로 자리 잡아가는 지금,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게임이 아니라 그 게임이 무엇을 측정하는지에 대한 명확하고 투명한 설명이다.

◇하민회 이미지21대표(미래기술문화연구원장) =△경영 컨설턴트, AI전략전문가△ ㈜이미지21대표 △경영학 박사 (HRD)△서울과학종합대학원 인공지능전략 석사△핀란드 ALTO 대학 MBA △상명대예술경영대학원 비주얼 저널리즘 석사 △한국외대 및 교육대학원 졸업 △경제지 및 전문지 칼럼니스트 △SERI CEO 이미지리더십 패널 △KBS, TBS, OBS, CBS 등 방송 패널 △YouTube <책사이> 진행 중 △저서: 쏘셜력 날개를 달다 (2016),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2008), 이미지리더십(2005), 포토에세이 바라나시 (2007) 등

22대 국회의원 인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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