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비트코인이 지난주 20% 넘게 급등한 뒤 7만7000달러선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미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환매) 확대가 향후 유동성 완화와 수익률곡선통제(YCC)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자극한 가운데, 미국 현물 암호화폐 상장지수펀드(ETF)로 26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되며 기관 투자자들의 수요도 되살아났다. 대규모 숏 포지션 청산까지 겹치면서 XRP와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도 비트코인을 웃도는 상승세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은 24일 오후 7시 15분 기준 7만7500달러 부근에서 움직였다. 지난 24시간 기준 1.10% 올랐으며, 7일 기준으로는 20% 넘게 상승했다. 지난주 비트코인은 약 6만3500달러에서 출발해 한때 8만달러에 근접했다.
◆ 미 국채 바이백 확대에 '통화가치 희석' 베팅 확산
이번 랠리에는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확대가 결정적인 촉매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9일 10년·20년·30년 만기 장기 국채의 회당 바이백 규모를 기존 최대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여러 차례 장기 국채를 40억달러 이상씩 환매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기본적으로 세계 최대 채권시장인 미 국채 시장의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 국채 수익률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오른 상황에서 발표됐다는 점에서 시장은 재무부가 장기 금리 상승을 억제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18일 5.33%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바이백 확대 발표 직후 5.19%까지 내려왔지만 이후 다시 5.25% 부근으로 상승했다. 10년물 수익률도 4.7%를 웃도는 등 장기 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와 금은 오히려 급등했다. 시장에서는 재무부의 조치만으로 장기 금리를 끌어내리지 못할 경우 향후 더 공격적인 개입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미 정책 당국이 결국 중앙은행이 장기 국채 수익률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필요한 만큼 채권을 사들이는 YCC와 같은 강력한 완화 수단에 나설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파비안 도리 시그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비트코인의 움직임은 거시경제와 정책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며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는 돈을 찍어내는 정책은 아니지만 미국 부채 비용 관리가 적극적인 정책 우선순위가 됐다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는 통화가치 희석 논리를 다시 부각시키고 있으며 금과 은도 비트코인과 함께 상승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40조달러에 도달한 점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재정적자가 지속되면 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 공급 증가는 채권 가격 하락과 수익률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높은 금리는 통상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과 비트코인에는 악재지만, 이번에는 금리 상승 자체가 재정 악화와 통화가치 하락 우려를 반영하면서 오히려 희소 자산에 대한 수요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인 레이 달리오도 이런 흐름에 가세했다. 달리오는 최근 투자자들이 채권 비중을 줄이고 포트폴리오의 10~15%를 금에 배분하는 동시에 "약간의 비트코인"을 보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달리오는 미국 정부가 올해 약 5조5000억달러의 세입을 거두는 반면 지출은 약 7조5000억달러에 달해 재정적자가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내부 부채를 제외한 연방정부 부채는 약 32조달러, 이자 비용만 약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부채 위기가 약 3년 뒤 현실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관 자금 복귀·숏 청산 겹쳐
기관 투자 자금도 다시 암호화폐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미국에 상장된 현물 암호화폐 ETF에는 지난주 총 26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비트코인 ETF에는 한 주 동안 19억2000만달러가 들어와 10월 10일 이후 최대 주간 순유입을 기록했다. 이더리움 ETF에도 6억9700만달러가 유입돼 2025년 10월 초 이후 가장 강한 주간 유입세를 나타냈다.
대규모 숏 스퀴즈도 상승폭을 키웠다. 지난주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급등 과정에서 약 30억~40억달러 규모의 하락 베팅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한 매수 주문이 다시 가격을 끌어올리는 연쇄적인 숏 스퀴즈가 발생한 것이다.
이 가운데 시총 2위인 이더리움(ETH)은 비트코인보다 강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더리움은 최근 7일 동안 약 30% 상승해 2470달러대를 기록했다. ETH/BTC 비율은 지난 6월 6일 저점 이후 약 25% 상승했으며 최근 50일 이동평균선이 200일 이동평균선을 넘어서는 '골든크로스'도 형성됐다.
골든크로스는 통상 단기 상승 추세가 장기 추세보다 강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과거 ETH/BTC 비율에서 골든크로스가 항상 추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2021년 2월 신호가 나온 뒤에는 비율이 93% 급등했지만 2022년 5월과 8월에는 골든크로스 직후 오히려 하락해 '불 트랩'으로 끝났다.
다른 알트코인도 강세를 보였다. 하이퍼리퀴드의 HYPE는 주간 기준 32% 넘게 상승해 78달러를 기록했고 도지코인(DOGE)은 30% 오른 0.09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솔라나(SOL)는 주간 24~28% 상승한 94달러 부근, BNB는 약 15% 오른 700달러를 나타냈다. 지캐시는 그레이스케일의 현물 ETF 신청 소식에 한 주 동안 약 63% 급등했다.
◆ 시장은 잭슨홀 워시 발언 주목
시장의 관심은 이제 이번 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으로 옮겨가고 있다. 케빈 워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잭슨홀에서 연설한다. 투자자들은 높은 국제유가와 장기 국채 수익률 속에서 워시 의장이 향후 금리 경로와 금융여건에 대해 어떤 신호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금리가 내려가면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에는 대체로 호재가 된다. 반대로 높은 금리가 장기간 유지되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미 국채의 투자 매력이 커져 암호화폐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결국 지난주 급등 이후 암호화폐 시장의 추가 상승 여부는 숏 스퀴즈가 아닌 실제 현물·ETF 매수세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장기 국채 수익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잭슨홀에서 추가 완화 기대가 강화될 경우 최근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랠리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긴축적인 신호가 나올 경우 단기간 급등한 암호화폐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압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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