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미국의 7월 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웃돌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목표치인 2%를 65개월 연속 상회했다.
이란 전쟁 이후 급등했던 인플레이션이 최근 두 달간 둔화했지만 7월에는 하락세가 멈춘 데다 서비스 물가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기준금리를 인상할지 동결할지를 둘러싼 연준 내부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26일(현지시간)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고 밝혔다. 연간 상승률은 6월과 같았으며 로이터와 다우존스가 집계한 시장 예상치 3.6%를 웃돌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시장 전망을 0.1%포인트 상회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3.3% 각각 상승해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연준은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를 모두 살펴보지만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을 판단할 때는 근원 물가를 더 중요하게 본다.
PCE 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4.1%까지 치솟아 3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말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습한 뒤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5분의 1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영향이다.
이후 양측의 공격이 줄고 국제유가가 고점에서 내려오면서 인플레이션도 최근 두 달간 둔화했다. 그러나 이란과의 분쟁은 시작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최종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 상품값 내려도 서비스 물가 0.3%↑…소득·소비도 견조
7월 물가를 세부적으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가격의 흐름이 엇갈렸다.
상품 가격은 전월 대비 0.1% 하락했다. 휘발유와 기타 에너지 관련 상품 가격이 2.7% 떨어졌고 가구와 내구성 가정용 장비 가격도 0.9% 하락했다.
반면 서비스 가격은 0.3% 상승했다. 금융서비스와 보험 가격이 1.2% 뛰었고 주거비도 0.3% 올랐다. 에너지 가격 하락에도 서비스 부문의 물가 압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소득과 지출도 예상보다 견조했다. 7월 개인소득은 전월 대비 0.4%, 소비지출은 0.2% 각각 증가해 모두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예상보다 높은 헤드라인 물가가 확인되면서 금융시장도 반응했다. 지표 발표 직후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고 미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 연준 목표 2% 65개월째 상회…금리 인상론 다시 힘받나
이번 지표는 향후 금리 경로를 둘러싼 연준의 고민을 더욱 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두 달간 인플레이션이 둔화한 것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하는 데 찬성했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다수 위원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12월 이후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2021년 2월 이후 65개월 연속 연준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는 데다 개선 속도도 더디다는 점은 추가 긴축이 필요하다는 연준 내 소수 의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들은 추가적인 통화 긴축 없이는 물가 상승률을 2% 목표까지 낮추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PCE 물가 상승률은 2022년 6월 7.2%로 정점을 찍은 뒤 연준이 1980년대 이후 가장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2%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대규모 수입 관세를 부과하면서 흔들렸다. 광범위한 상품 가격이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이란 전쟁까지 겹치면서 물가 압력이 다시 커졌다.
여기에 새로운 관세발 인플레이션 압력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두 번째로 큰 교역 상대국인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지난 주말 결렬되면서 200억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수입품에 새로운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미국과 캐나다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몇 달 안에 추가 보복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각각 예고한 상태다.
현재 금융시장은 오는 9월 15~16일 열리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변경할 가능성을 약 3분의 1로 반영하고 있으며,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점으로는 12월을 보고 있다.
◆ 장기 국채 금리 2007년 이후 최고…28일 워시 잭슨홀 연설 주목
최근 장기 국채 수익률 급등도 연준의 정책 판단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10년물과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준이 물가 목표인 2%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에 미국의 막대한 정부 부채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까지 겹친 영향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주 국채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환매)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국채 수익률이 한때 하락했지만 시장에서는 바이백 확대만으로 장기물 수익률의 상승 압력을 의미 있게 낮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오는 28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예정된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연설로 향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워시 의장은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구체적인 신호를 보내는 데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예상보다 높은 헤드라인 PCE 물가와 끈질긴 서비스 물가가 확인된 만큼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얼마나 강하게 강조할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 어떤 신호를 보낼지가 금융시장의 다음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BEA가 이날 함께 발표한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수정치는 연율 1.5%로 기존 추정치와 같았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