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동룡 군사방산전문기자 =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 25일 해상에서 실시된 중형 자폭 무인기(드론) 전투실험 도중 발생한 추락 사고의 원인을 공식 확인했다.
방위사업청은 28일 국방부 기자실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2단 적층형 다연장 발사대의 하단 발사관 좌측 개폐문이 제대로 정렬되지 않아 발생한 구조 변형이 추락의 직접 원인"이라고 밝혔다.
로켓 보조추진(RATO) 방식으로 발사관을 이탈하던 무인기의 추력이 뒤틀린 문짝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기체가 급격히 자세를 잃고 바다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설명이 사고 발생 이틀 만에 나온 초동 분석 결과이며, 최종 확정된 결론은 아니라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이번에 추락한 무인기는 발사관 내에서 추진체의 힘으로 튀어 오른 뒤, 추진체 연소 종료와 함께 미부(꼬리)의 추진체가 분리되고, 이후 엔진 프로펠러 동력으로 전환해 비행하는 3단계 발사 메커니즘을 적용했다. 문제가 된 것은 2단으로 적층된 발사대 가운데 상단 무인기가 발사되는 과정이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상단에서 발진하는 무인기의 추력선이 하단 발사관에 직접 닿는 구조인데, 하단 발사관의 왼쪽 개폐문이 안쪽으로 움푹 들어가 있었다"며 "직진성이 유지돼야 할 추진체가 변형된 구조물에 부딪히며 추력 편향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급격한 자세 변화가 동반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모터보트가 방향타로 진행 방향을 바꾸는 것과 비슷한 원리로, 반발력을 낼 수 있는 구조물의 변형이 추력을 편향시켰다"고 부연했다.
편향은 좌측 문짝 손상에도 불구하고 우측 방향으로 나타났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개폐문이 안쪽으로 우그러지면서 발사 초기 추력이 그 반사면을 타고 우측으로 과도하게 꺾인 것"이라며 "무인기는 저속 구간에서 이 반발력을 감당하지 못해 자세가 무너졌고, 비행제어컴퓨터가 자세를 잡으려는 로직이 작동했지만 이미 상실 조건에 해당하는 과도 편향 상태여서 회복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발사관 내부에서는 프로펠러가 발사관 규격보다 커 파손을 막기 위해 엔진만 가동하고 프로펠러는 돌지 않도록 설계돼 있었으며, 현장에서 발견된 그을린 프로펠러는 이 추락 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라고 방위사업청은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은 이번 사고가 두 차례 발사 시도 끝에 벌어진 점도 이날 함께 설명했다. 1차 발사 실패 직후 현장에서는 무인기와 추진체 간 결합 상태의 기하학적 정렬 오차를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판단했고, 재조립 상태를 면밀히 점검한 뒤 2차 발사를 강행했다. 그러나 2차 발사에서도 동일한 추락이 재발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발사관 개폐문은 구조적 강성이 있어 추력에 의해 순간적으로 우그러졌다가 다시 원형으로 복원되는 특성이 있다"며 "이전 시험들에서는 이런 변형이 전혀 없었고 현장에서도 문짝이 복원돼 있었기 때문에, 개폐문 쪽 개연성을 낮게 보고 정렬 미스매치 쪽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촬영 영상을 실시간 분석하지 못한 점도 원인 파악이 늦어진 배경으로 꼽혔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촬영 카메라가 안전 통제 구역 내부에 설치돼 있어 현장에서 즉시 데이터를 분석할 환경이 되지 못했다"며 "개폐문 문제를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했다면 문을 열어두거나 개폐 장치를 제거한 채로 2차 발사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폐문의 역할에 대해서는 "다연장 발사대에서 여러 대를 적층해 순차 발사할 때, 위쪽에서 쏘는 무인기의 화염이 아래쪽에 적재된 다른 무인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호하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해상 환경 특유의 항법·GPS 오작동 가능성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선을 그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상 성능시험에서도 운용 제한 풍속 조건을 모두 고려하는데, 함상 시험도 그 기준을 넘지 않는 조건에서 이뤄졌다"며 "발사관을 함수·사선·측면 어디에 배치하느냐는 함정 운용상의 위치 배치 문제일 뿐이며, 다연장 발사대는 원하는 방향으로 틀어 발사할 수 있어 바람의 영향과는 기술적으로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무인기는 육상 시험에서 무발사관·발사관 1개·발사관 2개 적층 등 단계별 검증을 거치며 30여 차례 모두 성공한 바 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발사 초기 과도 편향에 의한 추락은 연구개발 과정에서 한 번도 겪지 못했던 첫 사례"라며 "정렬 오차만 없었다면 아주 높은 확률로 시험에 성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단 발사관이 없는 단발 구성이었다면 애초에 간섭 구조물이 없어 이런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번에 활용된 다연장 발사대는 발사관 분리·결합이 가능해 무인기 재장입이 용이하도록 설계됐으며, 발사관·비행체·지상통제장비 모두 순수 국내 기술이라고 방위사업청은 강조했다. 유사 무기체계로는 이란의 '샤헤드', 이스라엘의 '하롭(Harop)'이 꼽혔으며, 미국·영국·중국도 유사 방식의 체계를 전략자산으로 운용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2단 적층 구성은 향후 전력화 단계에서 각 군 요구와 운용 지역에 따라 2발에서 10발, 20발 규모로 재조합할 수 있는 기술 소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과제는 9월 말 계약이 종료된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함상에서 배를 이용한 재시험을 다시 진행할 여지는 많지 않다"며 "핵심 기술은 지상 시험을 통해 이미 대부분 확보한 상태로, 이번 시험에서 확인한 운용 편의성과 개선점을 흡수해 과제 종료 보고서와 향후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함정에서 운용할 경우 지금과 같은 박스형 다연장 발사관 대신 개방형 레일 형태의 발사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언급도 나왔다.
'실패' 규정 여부를 두고는 "함상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운용 가능성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행착오이지, 전투실험 자체가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함상 운용 체계를 사전에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채 시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전투실험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확보한 기술을 전제로, 다양한 플랫폼 배치 시의 운용 편의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고 답했다. 방위사업청은 브리핑을 마치며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봐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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