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일본 미야기현이 SK하이닉스의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확대를 배경으로 일본과 미국이 잇따라 SK하이닉스의 생산 거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SK하이닉스의 일본 공장 신설을 둘러싸고 한국과 일본, 미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이날 일본 센다이시에서는 한일 양국 상공회의소가 AI와 반도체를 주제로 회의를 연다. 정례 행사지만 올해는 미야기현의 관심이 특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측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기 때문이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은 SK하이닉스의 공장 유치에 적극적이다. 반도체 공장은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데다 생산시설과 협력업체가 들어서면서 고용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야기현 외에도 일본 내에서는 수도권과 홋카이도, 규슈 등이 후보지로 거론돼 왔다.
◆ 한국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첨단 기술 유출'
문제는 한국 정부의 해외 생산시설에 대한 시각이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특히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관리되고 있다. 첨단 반도체 생산기술이 해외로 이전될 경우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되는 최첨단 메모리 제품의 해외 생산에는 정부의 허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일본에 공장을 짓더라도 어떤 제품을 어떤 기술로 생산할지가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일본에 생산거점을 확보할 유인도 적지는 않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생산능력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일본의 반도체 생태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일본에는 반도체 제조장비와 소재 분야의 강한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어 생산시설을 일본에 구축하면 현지 기업들과의 공급망을 강화할 수 있다.
최 회장 역시 지난 6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에 반도체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어 충분히 훌륭한 후보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생산거점을 한국에 집중하는 데 따른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는 점도 있다. 한반도 유사시나 자연재해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일본에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다면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미국도 SK하이닉스에 공장 건설 압박
SK하이닉스의 해외 생산거점을 둘러싼 경쟁은 일본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도 SK하이닉스의 현지 투자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7일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반도체 조립공장 착공식을 열었다. 미세한 회로를 만드는 전공정 생산시설은 아니어서 투자 규모는 약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 수준이지만, 현지 기업 100여 곳과 협력하고 7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착공식에는 미국 정부와 현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투자를 한미 간 AI 협력의 새로운 기반으로 강조했다.
미국 정부의 투자 유치 압박도 강해지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7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결국 SK하이닉스의 해외 생산거점을 놓고 일본과 미국은 투자를 유치하려 하고, 한국 정부는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을 경계하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일본 진출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일본 지방정부의 강한 유치 의지와 미국의 투자 압박이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어떤 기준으로 해외 공장 신설을 판단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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