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상반기 법인세로 10조원 넘게 낸 가운데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는 향후 최대 10년간 기업소득세를 전액 면제받을 수 있는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호황으로 YMTC의 이익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세제 지원까지 더해지면 생산시설과 차세대 기술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YMTC가 6세대 3D 낸드와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원가 경쟁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삼성·SK 세 부담 커지는데…YMTC는 '10년 면제' 카드
1일 YMTC가 상하이거래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YMTC는 중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시행하는 최대 10년간 기업소득세 면제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28나노미터(㎚) 이하 집적회로 생산기업 가운데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이나 프로젝트에 대해 세법상 이익이 발생한 연도부터 10년간 기업소득세를 전액 면제하고 있다. YMTC는 신고서에서 자사가 해당 요건을 충족한다고 명시했다.
YMTC는 아직 이 면제 혜택을 사용하지 않았다. 신고서상 보고기간까지 세법에서 정한 '이익 발생 연도'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면제기간이 시작되면 최대 10년 동안 기업소득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카드가 남아 있는 셈이다.
현재 YMTC는 정부로부터 별도의 세제 지원도 받고 있다. YMTC는 고신기술기업 자격에 따라 2022년부터 2027년까지 15%의 기업소득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집적회로 기업에 주어지는 부가가치세 추가 공제와 국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일부 반도체 장비·부품 등에 대한 수입 관세 면제 혜택도 적용받는다.
이는 최근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대비된다. 양사가 올해 상반기 납부한 법인세는 총 11조2083억원이다. 삼성전자가 3조9876억원, SK하이닉스가 7조2207억원을 각각 냈다. AI 메모리 호황에 힘입어 이익이 늘면서 법인세 부담도 함께 커졌다.
한국 역시 반도체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장기간 세 부담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중국의 지원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대규모 투자가 끊임없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YMTC의 현금 여력은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YMTC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70억4200만위안, 지배주주 순이익은 333억7900만위안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 142억1100만위안의 두 배를 웃돌았다. 과거 적자로 쌓인 누적손실도 2023년 말 570억6300만위안에서 올해 3월 말 약 34억위안까지 줄었다.
◆ 세금 아낀 돈, 6세대 낸드·eSSD로…삼성·SK 기술 추격 가속
YMTC는 세제 혜택으로 확보한 재원을 생산량 확대보다 차세대 낸드와 고부가 저장장치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앞서 YMTC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조달할 330억위안 가운데 208억위안을 기존 양산라인 기술 고도화에, 122억위안을 R&D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이를 통해 생산라인의 공정 세대를 높이고 고성능 제품 개발 능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YMTC는 제6세대 3D 낸드 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동시에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SSD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YMTC는 Xtacking 4.0 기반 3D 낸드를 활용한 PCIe 5.0 고성능 기업용 SSD 기술을 확보했다.
차세대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면 같은 웨이퍼에서 더 많은 저장 용량을 생산할 수 있어 비트당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수율까지 올라가면 가격 경쟁력도 커진다. YMTC가 세제 혜택으로 확보한 현금을 생산라인 전환과 차세대 낸드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입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원가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기업용 SSD까지 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업체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YMTC는 그동안 중국 내수와 PC용 클라이언트 SSD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체로 평가받았지만, 기업용 SSD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사용돼 높은 성능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대신 수익성도 높은 시장이다. YMTC가 범용 낸드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기업용 SSD까지 판매를 확대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범용 시장에서는 원가 경쟁을, 고부가 시장에서는 기술 경쟁을 동시에 벌여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낸드는 새로운 공정을 얼마나 빨리 안정화해 수율을 높이고 원가를 낮추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장기간 세 부담이 줄어들면 생산라인 전환과 연구개발에 다시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는 만큼 후발업체가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제 지원만으로 단기간에 기술 격차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업용 SSD는 성능뿐 아니라 장기간 사용에 필요한 신뢰성과 고객사 인증이 중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AI 호황으로 실적이 좋아지는 YMTC에 IPO 자금과 장기 세제 혜택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추격할 수 있는 투자 기반이 한층 두꺼워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YMTC와 같은 후발주자가 세제 지원을 받으면 단순히 세금을 아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품 원가를 낮추고 그만큼의 자금을 차세대 낸드와 연구개발에 다시 투입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투자와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