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지헌 기자 = 두산에너빌리티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 증가를 타고 글로벌 가스터빈 시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12기를 추가 수주하며 누적 수주량을 24기까지 늘렸다.
이제 관건은 수주보다 생산능력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형 가스터빈 생산능력은 연 8기 수준으로, 회사는 이를 2028년까지 연 12기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미국을 중심으로 가스터빈 주문이 몰리는 속도를 감안하면 이마저 빠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다고 증설 속도를 무작정 높이기도 쉽지 않다.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 등 글로벌 선두업체들도 대규모 증설에 나서면서 2028년 전후 공급능력이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공급 부족기에 공격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보해 점유율을 높이는 것과 향후 공급 확대에 따른 판가 하락 위험 사이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1기, 2024년 4기, 지난해 7기의 대형 가스터빈을 수주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5기와 해외 7기 등 12기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누적 수주량이 24기까지 늘었다.
특히 미국에서의 성과가 두드러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380MW급 가스터빈 5기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3월 미국 기업과 7기를 추가 계약했다. 이에 따라 미국향 누적 수주 물량은 12기로 늘었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가 있다. 가스발전은 상대적으로 건설기간이 짧고 출력 변동성이 낮아 단기간에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용이해 현실적인 발전원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에 따라 가스발전 수요가 늘어나면 가스발전 설비와 핵심 주기기인 가스터빈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모도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산업용 가스터빈 시장은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 미쓰비시파워 등 3개사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오랜 기간 축적한 설치 실적과 운전 데이터, 유지보수 네트워크 등을 앞세워 중동·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결국 두산에너빌리티 입장에서는 확보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이를 얼마나 후속 수주로 연결하는 지가 중요하다는 평가다.
◆글로벌 3강 증설 본격화…두산, 가스터빈 증설 속도 딜레마
문제는 생산능력이다.
대형 가스터빈은 주문을 받은 뒤 제작과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최근 AI 데이터센터와 발전소 프로젝트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주요 업체들의 생산 일정도 빠르게 차고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사업자에게는 발전효율뿐 아니라 원하는 시점에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가스터빈 업체의 생산능력과 납기 자체가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선두업체들도 이에 맞춰 증설에 들어갔다.
대형 가스터빈은 주문 이후 제작과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최근 주문이 몰리면서 생산 일정도 빠르게 차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확보 시점이 중요한 프로젝트가 늘면서 제품을 필요한 시기에 공급할 수 있는 납기경쟁력과 생산능력이 중요한 요인이다.
GE버노바는 올해 약 20GW 수준인 가스터빈 생산능력을 2028년 24GW, 2030년 3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지멘스에너지도 미국에 10억달러를 투자해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에서 가스터빈 생산을 재개하고 관련 부품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미쓰비시파워 역시 북미 데이터센터 전력공급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380MW급 대형 가스터빈 기준 연 8기, 3.04GW 수준인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연 12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 수주 증가세와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고려하면 연 12기 수준의 생산능력도 빠듯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생산능력을 무작정 늘리는 것이 반드시 유리한 건 아니다. 지금처럼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는 긴 납기 가 공급자 우위를 강화해 판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두산을 비롯해 GE버노바와 지멘스에너지 등 주요 업체의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들어오는 시점에는 공급 부족이 완화되면서 현재의 높은 가격 협상력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자금 부담도 변수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약 7755억원이다. 반면 회사가 계획한 투자액은 올해 7051억원, 2027년 7889억원, 2028년 3907억원으로 3년간 총 1조8847억원에 달한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는 연간 투자액이 7000억~8000억원 수준에 이르는 만큼 추가적인 대규모 설비투자에는 자금 배분 부담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이 향후 큰 폭으로 개선되면서 투자여력이 커질 거라 보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올해 1조원을 넘어선 뒤 2027년 1조4000억원대, 2028년에는 1조7000억원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스터빈 생산능력은 현재 연 8기에서 2028년까지 연 12기로 확대될 예정이지만 이마저도 빠듯한 상황"이라며 "GE버노바에서 나타났듯 타이트한 수급이 수주 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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