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 역사의 검찰청이 폐지되고 오는 10월 2일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동시에 출범한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유지돼 온 검사의 수사권이 사라지고 수사와 기소가 완전히 분리되는 형사사법체계의 대전환이다. 뉴스핌은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수사권 재편이 일반 국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과 함께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을 짚어본다.
[서울=뉴스핌] 고다연 기자 = 검찰청 폐지를 약 한달 남겨놓고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간의 수사 권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 이첩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중수청 출범 직후 혼란이 예상된다. 수사 기관 간 혼란은 국민 불편으로 귀결된다.
3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다음달 2일부터 형사사법체계가 개편되면서 민생 사건 표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경찰이 사건을 통보하고 중수청 검토 후 이첩을 요구하는 절차가 생기면서 자칫하면 '핑퐁·지연'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5억원 이상 범죄수익 사건은 중수청에 '통보'…이첩 기준은 '모호'
시행을 앞둔 중대범죄수사청법에 따르면 중대범죄는 부패, 경제, 방위사업, 마약, 국가보호, 사이버, 법왜곡 등이다. 범죄로 인한 이득액이 5억원 이상이면 경찰이 중수청에 사건을 통보하도록 돼 있다.
중수청에 통보된 사건은 반드시 중수청이 수사하지는 않는다. 중수청은 사건 검토 후 경찰에 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 중수청이 필요에 따라 사건을 가져가거나 다시 돌려보내면 수사기관 간 책임 회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유재성 전 경찰청장 직무대행(전 경찰청 차장)은 올해 초 "중수청에 이첩요청권과 임의적 이첩권을 부여할 경우 경찰과 중수청 간 사건 핑퐁이나 수사 지연을 초래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중수청은 주로 규모가 큰 사건 및 경제, 부패 수사를 맡을 전망이다. 하지만 이첩 기준이 모호한 부분들이 남아 있어 현장 혼선이 예상된다. 민간인 피해자가 포함돼 있는 보이스피싱, 전세사기 등 일반·소액 사건들은 원칙적으로는 경찰이 우선 수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범죄 수익 규모와 사회적 파급력 등에 따라 수사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사기범죄의 경우에는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범죄 수익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사건이 경찰에서 중수청으로 이첩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한 사건 내 여러 종류의 혐의가 결합된 경우 수사 주체가 누가 될지도 관건이다.
◆ '내 사건은 어디에?' 피해자 혼란 예상…수사 핑퐁·지연 우려도
검찰청이 폐지되면서 검사는 고소를 접수할 수 없다. 고소·고발은 경찰과 중수청,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접수해야 한다.
문제는 사건 이첩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피해자가 고소 혹은 고발을 해도 자신의 사건이 어디로 갈지 바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수사 기관이 늘어나면서 수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중수청이 이첩을 요구하면 다른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수사 권한을 놓고 이견이 생기면 수사 지연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경찰이 중수청에 통보할 사건을 검토하는 과정, 중수청이 수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도 시일이 소요된다. 중수청은 사건 통보 이후 7일 이내 수사 개시 여부를 알려야 한다. 경찰과 중수청 간 사건이 오가는 사이 자칫 증거물 확보 등 초기수사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수사기관 관할이 겹칠 경우를 대비한 수사권관할조정협의회가 마련될 예정이다. 다만 아직 협의회의 구성이나 운영 절차는 정해지지 않았다. 검찰청 폐지까지 약 한 달이 남은 시점에 현장 혼란이 우려되는 이유다.
전문가는 중수청 출범 과정에서 국민 피해를 줄이고 수사 권한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식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중대 범죄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들, 통보 제도 등은 출범 이후 안착이 될 것 같다"며 "출범 초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피해가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두 기관이 서로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같은 행정안전부 내의 조직이고 고소·고발인이나 피해자에 대한 통보제도가 강화됐기 때문에 절차적인 권리 보장 문제는 크게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다만 기대하는 수준으로 신속하게 수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gdy10@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