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강남권에서 추진하는 역세권 복합개발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비와 건축비 상승에 대출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사업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공사 원가율을 단기간에 낮추기 어려운 만큼 민간사업자의 사업비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사업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이 힘을 모아야 사업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강남·판교 생활권" 복정역 복합개발 유찰...토지비·자금조달 부담
8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SH는 최근 복정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재공모에 나섰지만, 신청자가 없어 또다시 유찰됐다.
복정역 환승센터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600-2번지와 592-5번지 일대에 공동주택을 비롯해 업무시설, 판매시설, 주차장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중 SH공사는 위례 택지개발사업지구 내 주차장 P3블록과 업무시설 B6-1 블록에 공동주택, 환승센터, 업무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을 맡았다. SH공사는 공급예정가로 약 5836억원을 산정했다.
복정역은 위례신도시에 있고 강남, 판교와 연결성을 갖춘 입지로 시장에 관심을 받았다. 복정역 인근 지역은 현대차와 포스코 연구개발시설이 들어서 지역 가치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복정역에는 지하철 8호선과 수인분당선 외에 서울 송파구 마천으로 연결되는 위례선 트램이 올해 말 개통 예정이어서 교통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10여곳 민간사업자들이 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입찰에 응한 곳은 없었다. 재공모가 유찰된 데에는 토지비 상승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대출 부담이 원인으로 꼽힌다.
앞선 공모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지정됐으나 사업성 문제로 인한 갈등으로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SH공사는 지난 2021년 민간사업자 공모를 통해 DL이앤씨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업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업 여건이 악화되면서 컨소시엄 측은 사업 조건 조정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양측은 협의를 거쳤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해 10월 협약을 해제했다.
업계 관계자는 "토지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른데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이 겹쳐서 사업 추진에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며 "오피스나 시설의 경우 공실 우려도 있어서 확실한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이 아니라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SH는 추가 공모 등 추후 계획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를 거쳐 재공모 여부를 정할 계획이다.
◆ SH, 공법 수정·리츠 지원 사업자 유치 당근책 고심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복합개발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SH도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사업성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SH는 지난달 구로구 가리봉동 옛 가리봉시장 부지 복합개발 사업의 설계용역 업체를 선정하고 설계 작업에 착수했다.
사업 추진 방식도 기존 모듈러 공법에서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민간사업자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모듈러 공법에 비해 공사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랑구 신내동으로 이전하는 SH 본사 사옥 개발사업에는 프로젝트리츠를 활용한 사업 추진 지원도 이뤄진다. 프로젝트리츠는 부동산 개발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해 개발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주식 공모와 과세이연 등의 제도를 활용해 민간사업자의 자금 조달과 수익성 제고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공사비와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민간사업자의 사업 부담이 커진 만큼 추가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인센티브 확대와 함께 인허가 및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사업 추진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등 실질적인 사업성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SH가 위례신도시에 추진되고 있는 복합개발 사업인 의료복합타운은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으나 보건복지부 병상 관리 정책 등 행정 절차가 길어지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성과 자금 조달 문제도 있지만 인허가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나 지자체와 사업주체 간 갈등, 이에 따른 법정 공방 등이 사업 추진에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한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