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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지난주 오픈AI가 출시한 신형 인공지능(AI) 모델 'GPT-6 아스트라'가 연내 상장을 준비 중인 앤스로픽의 몸값 셈법에 새 변수로 들어섰다. 올해 앞서 오픈AI의 기업가치를 추월한 앤스로픽은 상장을 앞두고 2조달러 기업가치를 겨냥하고 있다. 오픈AI가 아스트라 출시와 함께 기술 주도권 탈환을 노리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앤스로픽의 기술 우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된 만큼 밸류에이션이 압박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기 시작했다.
다만 압박 관측이 오픈AI의 밸류에이션 재역전 구도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오픈AI의 2분기 손실 확대 폭이 매출 증가 폭을 넘어서 매출 회복이 손익 개선으로 이어질지 확인되지 않았고 아스트라의 성능이 앤스로픽 최상위 모델을 넘어섰는지도 평가 지표에 따라 결론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오픈AI가 투자자에게 밝힌 3분기 성장 가속은 수치로 공개되지 않아 추격의 근거는 아직 회사 측 주장에 머문다.
◆앤스로픽에 내준 우위
앤스로픽의 몸값 우위는 올해 들어 두 단계에 걸쳐 굳어졌다. 첫 단계는 올해 5월 자금조달 단계다. 앤스로픽은 5월 하순 650억달러를 조달해 기업가치 9650억달러를 인정받아 3월 조달 당시의 평가액 8520억달러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은 앤스로픽이 2분기 매출을 두 배 넘게 늘려 첫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근거로 몸값이 책정됐다.
두 번째는 8월 알려진 사업 성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앤스로픽 2분기 매출은 116억달러로 오픈AI의 67억달러를 처음 앞서 5월 조달 당시의 전망이 실적으로 확인됐다. 오픈AI는 같은 기간 영업손익 적자폭이 93억달러에서 123억달러로 늘어난 반면 앤스로픽은 영업손익상 흑자를 냈다. 오픈AI의 챗GPT 성장 둔화와 앤스로픽 코딩 도구 클로드 코드의 확산이 매출 순위를 뒤바꿨다.
몸값 우위가 재무 성과로 뒷받침되자 상장 순서도 앤스로픽이 앞서게 됐다. WSJ는 올해 1월 오픈AI가 4분기 상장을 준비하면서 앤스로픽이 먼저 상장할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우려했다고 보도했으나 정작 오픈AI의 IPO 서류 제출은 앤스로픽보다 일주일 늦었고 상장 예상 시점은 내년 초로 밀렸다. 앤스로픽이 먼저 상장하면 오픈AI 공모가의 기준은 공개시장에서 형성되는 앤스로픽의 거래 가격이 된다.
◆'우위 유지' 전제 균열
아스트라를 내세운 오픈AI의 반격으로 앤스로픽의 성능 우위가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최상위 모델의 순위는 출시 시점에 따라 바뀌어 왔지만 앤스로픽에 대해서는 코딩과 에이전트 업무에서 격차가 유지된다는 판단이 9650억달러 기업가치와 2조달러 상장 목표를 받쳐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스트라에 대해 오픈AI가 앤스로픽으로부터 기술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출시로 규정했다. 격차 유지 판단이 흔들리면 오픈AI 대비 앤스로픽 밸류에이션 격차의 근거도 논쟁 대상이 된다.
FT는 아스트라가 앤스로픽 밸류에이션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경고가 일부 제기된다고 전했다. 오픈AI가 최근 수개월간 회복세를 보인 데 더해 앤스로픽의 7월 연간 환산 매출액이 650억달러로 투자자들의 낙관적인 기대치인 800억달러대에 못 미친 점이 경고의 배경으로 거론됐다. 2조달러 기업가치는 계산상 7월 연간 환산 매출의 약 30배에 해당해 매출 증가세가 둔해지면 배수 정당화가 어려워진다.
가격 경쟁 조건도 앤스로픽에 불리한 방향으로 바뀌었다. 아스트라 API 가격은 앤스로픽 최상위 모델 클로드 페이블5.1과 같은 100만토큰당 입력 10달러·출력 50달러다. FT에 따르면 앤스로픽 최상위 모델의 이용은 출시 후 정체됐고 이용자들은 더 싼 대안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오픈AI에 따르면 아스트라는 수학 추론 평가 프런티어매스 4단계에서 97.6%로 페이블5.1의 87.8%를 앞섰고 명령어 창에서 여러 단계 작업을 완수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터미널벤치 4.0에서도 57.9% 대 55.8%로 우위였다고 했다. 같은 단가에 성능이 앞선다면 이용자가 옮겨갈 유인은 커진다.
투자자 평가의 방향 전환은 오픈AI 연관 종목에서도 확인된다. 오픈AI와 5년간 3000억달러 규모 컴퓨팅 구매 계약을 맺은 오라클(ORCL)은 10일 분기 매출액 193억달러(전년 대비 30% 증가)와 클라우드 인프라 매출 74억달러(121% 증가)를 내놓고 잔여이행의무(RPO)가 전분기 대비 260억달러(4%) 늘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 훈련이 오라클의 텍사스주 애빌린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졌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한때 7% 넘게 올랐다. 차입 부담 우려 속에서 실적 호조에도 주가 반응이 제한됐던 종전과는 다른 흐름이다.
투자심리 변화의 근거는 계약 이행 가능성에 대한 재평가에 있다. S&P글로벌레이팅스에 따르면 오라클 RPO의 절반가량은 오픈AI의 계약분으로 추정된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모닝스타의 루크 양 애널리스트는 오픈AI가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고 아스트라가 여러 벤치마크에서 페이블을 앞선다고 평가했다. 오픈AI의 모델 성능 재인식과 이용자 증가 기대가 오라클 계약 잔고의 회수 가능성에 대한 신뢰 형성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가 따른다.
◆기업 매출 위시한 오픈AI 반격
오픈AI의 추격 기대를 뒷받침하는 것은 기업 부문의 매출 증가 속도다. 사라 프라이어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8일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7월 기업 매출이 전월보다 32% 늘어난 것으로 밝혔다. 같은 기간 회사 전체 매출 증가율 20%를 웃돌았다. 연말로 예상했던 기업 매출과 소비자 매출의 50대 50 균형은 이미 올해 중반 도달한 것으로 보고됐다. 코딩 도구 코덱스 이용자는 2500만명으로 늘었고 GPT-5.6 계열 최저가 모델 '루나'는 7월 80% 가격 인하 뒤 사용량이 약 10배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다.
오픈AI는 기업 매출 가속과 동시에 클로드 코드에 내줬던 기업 시장 점유율도 되찾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법인카드 결제 데이터를 집계하는 램프에 따르면 미국 기업 7만여곳 가운데 앤스로픽 유료 이용 비중은 7월 43.5%로 오픈AI 39.7%를 앞섰으나 지난달 1일부터 같은 달 중순까지의 이용 증가 속도는 오픈AI가 앤스로픽을 웃돈 것으로 집계됐다. 또 램프 조사에서 7월 토큰 사용량 기준으로는 오픈AI GPT-5.6 계열 최상위 모델인 '솔'이 25%를 차지해 앤스로픽 페이블5의 6%를 앞선 것으로 파악됐다.
사용량 회복 흐름은 아스트라 출시 이후 오픈AI가 신규 가입을 받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오픈AI는 10일 월간 200달러 프로 요금제의 신규 가입을 일시 중단했다. 오픈AI에서 챗GPT·코덱스 제품을 총괄하는 티보 소티오 책임자는 소셜미디어 엑스에서 아스트라 수요가 앞선 급성장기와 비교해도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해당 등급이 시스템 부하가 가장 크다고 했다. 100달러 프로·플러스 요금제와 API는 계속 판매된다.
◆"재역전 논의는 아직 일러"
다만 지금까지 추격 근거는 매출이나 사용량 쪽에 한정돼 오픈AI의 기업가치 재역전을 논하려면 손익 개선이이 확인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픈AI의 2분기 영업손익 적자는 123억달러로 매출액 67억달러의 두 배에 가깝고 직전 분기 대비 적자 확대 폭(30억달러)은 매출 증가 폭(10억달러)을 넘어섰다. FT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연간 영업손익 적자는 209억달러였고 손익분기 예상 시점은 앤스로픽의 2028년보다 2년 늦은 2030년이다. 최근 사용량 확대가 손실 축소로 이어질지는 3분기 수치부터 확인 대상에 오른다.
성능 우위도 회사 발표와 독립 평가가 갈린다. 아티피셜애널리시스 인텔리전스지수에서 아스트라는 61.2로 페이블5.1의 65.7에 못 미쳤다. API 단가는 전작의 2.5배다. 앤스로픽은 페이블5.1의 기본 단가를 유지한 채 캐시 읽기 가격을 75% 내려 에이전트 작업 비용을 최대 45% 낮췄다. 같은 단가에서 성능이 앞선다는 오픈AI 측 설명은 독립 평가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오픈AI는 스스로 목표 기업가치 '최소 1조달러'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미룬 상태다. 뉴욕타임스(NYT)의 6월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1조달러 미만 기업가치로 상장하기보다 시점을 늦추는 선택을 했다. 자문사들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에게 낮은 가격의 연내 상장과 1조달러 고수 가운데 선택을 요구했고 이에 올트먼 CEO는 목표 하향을 거부했다고 한다.
앤스로픽도 상장 시점을 11월 중간선거 직전으로 미뤘다. 다만 늦춰진 기간이 수주에 그쳐 오픈AI와 다르게 3분기 실적으로 상장 전에 밸류에이션 압박론을 반박할 기회가 생겼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예상됐던 증권신고서(S-1) 공개를 이달 늦은 시점으로 미루고 이르면 다음 달 중순 투자설명회를 시작해 11월3일 중간선거 수일 전 상장을 마칠 예정이다. WSJ는 실적이 강력할 경우 일정 조정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