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핌] 남정훈 기자 = 선두 탈환을 노리는 삼성에 비상이 걸렸다. 리그 타격 1위를 달리는 주장 구자욱의 부상 공백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LG와의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구자욱의 몸 상태에 대해 "오늘도 출전이 어렵다. 계속 치료를 받으며 병원을 들락날락하고 있는데 통증이 꽤 세게 온 것 같다"라고 밝혔다.
구자욱은 전날(12일) LG전을 앞두고 정상적으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경기 전 훈련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등 쪽에 담 증세가 발생했다. 삼성은 경기 시작을 앞두고 구자욱을 제외한 라인업을 급하게 다시 제출했다. 박 감독은 당시 "급성으로 온 상태라 체크해봐야 한다"라며 13일 출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도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박 감독은 "오늘도 출전은 쉽지 않고 화요일까지도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경과가 좋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하루 휴식으로 끝날 것으로 기대했던 삼성으로서는 구자욱의 이탈이 길어질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백은 결코 작지 않다. 구자욱은 올 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363, 142안타, 14홈런, 93타점 8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007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타율 0.363으로 리그 전체 1위다. OPS 역시 1.000을 넘기며 정확성과 장타력, 출루 능력을 모두 갖춘 삼성의 핵심 타자로 활약했다.
6월 한 달 타율 0.287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매달 4할 안팎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꾸준했다. 지난 시즌까지 개인 통산 네 차례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받은 구자욱은 올해 데뷔 첫 타격왕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무엇보다 삼성에서 구자욱의 존재감은 단순히 타율 1위라는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다. 주장으로 선수단을 이끌면서 타선에서는 중심을 잡는 3번 타자다. 테이블세터가 출루하면 주자를 불러들이고, 주자가 없을 때는 직접 장타로 득점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왔다.
구자욱이 빠진 첫 경기부터 삼성은 빈자리를 실감했다. 12일 LG전에서 삼성은 2회 강민호의 투런 홈런으로 먼저 앞서갔지만 이후 공격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3회부터 6회까지 4이닝 연속 무득점에 그쳤고, 7회 한 점을 추가했지만 결국 3-4로 역전패했다. 팀 득점 세 점 가운데 두 점이 강민호의 홈런에서 나왔다.
반면 LG에는 오스틴 딘이 있었다. 오스틴은 삼성 에이스 아리엘 후라도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데 이어 8회 1사 만루에서 동점 적시타까지 때려냈다. 5타수 3안타 2홈런 3타점. 중심타자 한 명이 경기 흐름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경기였다. 삼성으로서는 공교롭게도 그 역할을 해줄 구자욱이 빠져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삼성은 KT와 시즌 막판까지 정규시즌 1위를 놓고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한 경기 결과로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핵심 타자의 공백은 치명적이다.
여기에 이재현까지 빠졌다. 이재현은 12일 LG전 3회말 스윙 과정에서 오른쪽 목에 근경직 증세가 발생해 4회 수비를 앞두고 양우현과 교체됐다. 13일에는 아예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박 감독은 "어차피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오늘 경기 종료 후 말소될 예정이었다"라며 "괜히 무리해서 출전시켰다가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하루 먼저 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팀 순위 싸움도 중요하지만 본인과 국가대표팀에도 중요한 상황이다. 하루 푹 쉬게 해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라며 대표팀 합류 이후 훈련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은 이재현의 자리에 퓨처스팀에서 뛰던 심재훈을 등록했다.
이재현은 아시안게임 차출로 어차피 자리를 비울 예정이었지만 구자욱은 다르다. 언제 정상적으로 타격과 수비를 소화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박 감독이 화요일까지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힌 만큼 당장 다음 경기 출전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삼성은 시즌 막판 김지찬·이재현·배찬승의 아시안게임 차출이라는 전력 공백을 이미 계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구자욱의 부상까지 겹쳤다.
1위와 매 경기 살얼음판 승부를 펼치는 삼성에 구자욱은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선수 중 하나다. 하루 결장만으로도 타선의 무게가 달라졌던 삼성으로서는 이제 승패만큼이나 구자욱의 회복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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