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아 기자 = 한국거래소가 오는 11월부터 장기간 주가순자산비율(P/B)이 낮은 상장기업 명단을 공개한다. 첫 공표를 한 달여 앞두고 현대제철과 이마트, 롯데쇼핑, 한화생명 등이 예상 기업으로 거론된다.
다만 첫 공표에 한해 다음 달 22일 기준 P/B가 업종별 선정 기준을 웃돌면 대상에서 제외한다. 주가 흐름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에 따라 실제 명단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공표를 앞둔 저P/B 기업들의 대응에도 관심이 쏠린다.
◆ 현대제철·이마트 등 예상 명단…코스피 하위 25%·코스닥 하위 10% 대상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오는 11월 2일 저PBR기업을 처음 공표할 예정이다. 저P/B는 주가순자산비율이 낮아 기업의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는 상태를 뜻한다.
거래소는 지난 3월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의 후속 조치로 저PBR기업 공표제도를 도입했다. 주가 저평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는 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공표 대상은 단순히 현재 P/B가 낮은 기업이 아니다. 거래소는 시장과 업종별로 매 반기 P/B를 산정한 뒤 누적 3년 동안 코스피는 업종 내 하위 25%, 코스닥은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을 공표한다.
업종은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에 따라 11개로 구분한다. 6개 반기 가운데 한 번이라도 기준을 웃돌면 원칙적으로 공표 대상에서 제외한다.
첫 공표를 앞두고 증권가에서는 실제 명단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추려내는 작업도 시작됐다.
KB증권 리서치센터가 지난 11일 기준으로 계량 분석한 결과 코스피에서는 ▲현대제철 ▲롯데쇼핑 ▲이마트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대신증권 ▲DB증권 ▲에스디바이오센서 ▲신도리코 ▲대한해운 등이 저PBR 공표 예상 기업군에 포함됐다.
다만 예상 기업이 모두 오는 11월 실제 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분석은 지난 11일 시점의 P/B를 토대로 한 추정치로 향후 개별 기업 주가와 업종 내 다른 기업의 P/B 변화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거래소는 제도 시행에 따른 충격을 고려해 올해 11월 첫 공표에 한해서는 가장 최근 P/B를 추가로 확인하는 특례를 마련했다. 10월 22일 기준 P/B가 코스피 업종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라는 선정 기준을 웃돌면 이전 3년간 저PBR 요건을 충족했더라도 첫 공표 대상에서 제외한다.
KB증권은 이를 토대로 예상 기업들이 첫 공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주가 상승폭도 추산했다. 지난 11일 기준 이마트는 주가가 1.2% 상승하면 업종별 저PBR 기준을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롯데쇼핑은 6.6%, 현대제철은 8.7%의 상승이 필요한 것으로 예측됐다.
대신증권은 9.6%, 대한해운은 13.2%였다. 한화손해보험과 한화생명은 각각 13.5%, 15.4%의 상승이 필요했다. DB증권은 17.3%로 추산됐다.
이에 첫 공표까지 남은 기간 저PBR 예상 기업의 주가 흐름도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특히 선정 기준선에 가까운 기업은 한 달 사이 주가 움직임에 따라 첫 공표 대상 포함 여부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 밸류업 공시도 변수…10월 22일까지 제출하면 1년간 '면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여부도 실제 명단을 결정하는 또 다른 변수다.
거래소는 저PBR기업 공표일의 7영업일 전까지 P/B 개선 계획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에 대해서는 1년 동안 공표를 면제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2일 첫 공표에서 면제받으려는 기업은 10월 22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해야 한다.
다만 장기간 저평가 상태가 이어진 기업에는 이 같은 특례를 적용하지 않는다. 시장·업종별로 누적 6년 동안 코스피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한 기업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더라도 공표 대상에 포함한다.
거래소는 기업들이 공표 여부를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지난 14일부터 PBR 조회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상장기업은 최근 6개 반기의 자사 P/B를 개별적으로 확인해 공표 대상 포함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거래소는 저PBR기업 공표와 함께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도 관련 태그를 표시할 예정이다. 공표는 매년 5월과 11월 첫 거래일 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11반기 연속 저P/B이면서 현재도 업종 기준을 밑도는 기업은 공시만으로 면제되지는 않지만, 계획 발표 이후 주가 흐름에 따라 마지막 P/B가 업종 기준을 넘으면 장기 저P/B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공표일까지는 신규 공시와 주가 흐름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공표 예상 기업 가운데 첫 공표 대상에서 제외되기까지 필요한 주가 상승폭이 크지 않은 기업과 아직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지 않은 기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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