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만에 진행된 미중정상회담이 화려한 행사와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악대와 군용기 편대비행 그리고 공항에 이어 백악관 환영식까지 레드카펫을 까는 등 시진핑 주석에게 최고의 환영 의전을 제공했다. 시 주석도 판다 2마리 기증과 10만 명의 미국 청소년을 초청했고, 역사 속 미중관계의 상징적인 우호적 스토리를 소개하며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가 그동안 목도한 미중관계를 의심할 정도로 미국은 시 주석 방미에 엄청난 공을 들인 모습이다. 트럼프 1기와 2기를 통틀어 직접 공항에 나가 외국 정상을 영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역사 전체를 통틀어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직접 영접한 것이 1962년 존 F. 케네디의 영국 총리 영접이후 64년 만의 일이다.
영국은 당시 미국의 최고 동맹이니 그럴 수 있었지만, 중국을 암묵적인 적대국으로 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이 1시간 먼저 나와 중국 최고 지도자를 기다렸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중국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외교·안보 문서에서는 가장 중대한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이자 안보 위협 세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미국에 대항하는 유일한 경쟁자이자 반드시 이겨야 하는 적대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통신 등 서방매체 대부분은 이번 워싱턴 미중정상회담은 화려한 의전 행사로 채워졌지만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에서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9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정상회담에서 무역휴전 2개월간 연장을 제외하고 AI 이슈, 희토류 유예 연장 및 타이완, 이란 전쟁 등 핵심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없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매우 좋은 회담이었다" 라는 말만 반복했다. 타이완 이슈 언급에 대한 미국기자 질문에도 트럼프는 '훌륭한 회담이었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전략경쟁의 양상은 줄곧 미국이 공격하고 중국이 방어하는 구조였다.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가 부딪히는 전략경쟁이었고 패권경쟁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은 '중국의 창과 미국의 방패'로 규정할 만큼 미중 양국의 공격과 수비가 완전히 뒤바뀐 형국이다. 따라서, 이번 워싱턴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양국간 3가지 숨겨진 속내와 전략적 함의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시진핑의 분발유위(奮發有爲)와 트럼프식 도광양회(韜光養晦)가 가지는 함의는 무엇인가? 분발유위는 '떨쳐 일어나 힘써서(奮發) 성과를 이뤄낸다(有爲)'는 뜻으로 중국이 대외정책 기조에 있어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노선으로 전환했음을 나타내는 외교 표현이다.
중국의 대외외교 원칙은 과거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 및 후진타오의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할 때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를 거쳐 변화되어 왔다. 그리고, 2013년 시 주석이 등장하고 나서 본격적인 분발유위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 일관 양국간 체제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중관계가 어느 때보다 좋으며 과거보다 훨씬 긴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의 발언은 상호협력과 우호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력한 중국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환영 연설에서 시 주석은 "양국의 이익은 깊이 얽혀 있고 갈등과 대립을 피해야 한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베이징 회담에 이어 또 다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한 것은 미중의 충돌이 필연적인 운명이 아니며, 패권국과 도전국간의 무력 충돌을 피하고 대등한 G2 지위로서 신형대국관계를 구축하자는 의미로 읽힌다. 다시 말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과 제재에 대한 경고로서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미국과 동등하게 중국의 지위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국익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며 주도권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공이 직면한 어려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1월 3일 중간선거 승리가 절실한 트럼프는 중국과의 직접적인 충돌보다 경제적인 실익이 더 중요하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디커플링이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의 경제력과 기술적 우위를 재정비하고 내부 역량을 다지기 위해 대중국 관계에서 일시적 유연성이나 실리적 조율을 모색해야 하는 트럼프식 도광양회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중국 테크기업을 대동하지 않은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 회담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시 주석의 공식 수행단으로 중국 기업인이 올 것 인가였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 방중시 미국 테크기업인들이 대거 동행한 것과 비슷한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로이터통신은 비야디, CATL, 샤오미 등 주요 테크기업 경영진이 동행할 가능성도 보도한 바 있다.
이는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미국인을 고용한다면 중국 전기차 기업의 미국투자와 생산을 허용할 수 있다"는 폭탄 발언 이후 가능성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반대로 백악관 만찬 자리에 엔비디아∙메타∙오픈AI 등 미국 테크기업들만 참석했다.
중국기업이 공식 수행단에 포함하지 않은 이유는 여전히 중국기업의 대미투자를 둘러싼 양국간 첨예한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국 테크기업 대부분은 미국제재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라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공식행사에 해당 기업이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에게는 정치적, 외교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중국 전기차 투자 허용 관련 발언은 실제 미국 자동차 업계의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미국 내 GM·포드자동차 등 완성차 기업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고, 부품·딜러 관련 6개 단체 공동명의로 항의 서한도 백악관에 보냈다. 만약 허용할 경우 미국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지고, 중국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통해 미국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되면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를 환영하는 동시에 중국기업들도 미국에서 공평하게 대우받기를 희망한다'는 시 주석의 말은 중국기업 제재와 투자제한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셋째, 2개월 연장되는 무역휴전이 가지는 전략적 함의는 무엇인가? 성과 없는 미중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무역휴전의 2개월 연장이라는 결과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미이행분 압박, 미국의 첨단반도체 규제, 희토류 유예, 타이완 이슈 등 핵심 이슈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특히, 중국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 무역 휴전을 원했지만, 미국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입이나 대두 및 항공기, LNG 수입에 대한 약속이행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결정을 하겠다는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베선트 장관이 '중국이 대두구매 약속은 지켰으나, 170억 달러 규모 농산물 구매와 희토류 공급 약속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수면 아래에서 양국의 협상카드를 극대화하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양국은 내년 1월 10일까지 지속적인 협상을 통해 가능한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 내용을 구체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 10일전까지 희토류 유예기간 연장과 각각 300억 달러 규모의 비민감 품목 관세 철회를 협의하는 양국 무역위원회 가동과 우발적 사고를 막기 위한 양국간 AI 소통 핫라인 구축과 같은 이슈는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전면적인 경제 충돌과 대립은 트럼프와 시 주석 모두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따라서 승패의 열쇠는 경쟁의 수위를 조절하고, 자국의 정세 안정성을 확보하는데 달려 있다.
박승찬(한중연합회 회장/용인대 중국학과 교수)
중국 칭화대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대한민국 주중국 대사관에서 경제통상전문관을 역임했다. 미국 듀크대(2010년) 및 미주리 주립대학(2023년) 방문학자로 미중기술패권을 연구했다. 현재 사단법인 한중연합회 회장 및 산하 중국경영연구소 소장과 용인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더차이나>, <딥차이나>, <미중패권전쟁에 맞서는 대한민국 미래지도, 국익의 길>, <알테쉬톡의 공습> 등 다수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