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반도체·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전력소비 산업을 비수도권으로 분산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세제와 전력·교통 등 인프라, 정주여건까지 결합한 종합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높은 전력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전의 안정적인 전력공급뿐 아니라 온사이트 발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설비 이중화 등 기업의 자체 대응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뉴스핌TV는 '3대 메가프로젝트 검증-전력편' 3부 대담을 진행했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진행을 맡고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1부에서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 전망을, 2부에서 발전설비와 송전망 구축 문제를 살펴본 데 이어 3부에서는 산업용 전기요금과 전력품질, 산업·전력 입지, AI 데이터센터 지역분산 등 경제성과 경쟁력 문제를 집중적으로 짚었다.
◆ 한국 산업용 전기요금 비싼가…"국가별 단순 비교는 어려워"
진행자(박종배 건국대 교수)= 산업용 전기요금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22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집중적으로 인상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미국이나 일본, 대만 등 경쟁국과 비교해 비싼 수준입니까. 아니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봐야 합니까.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요금 수준은 국가마다 상황과 전력공급 여건, 전원믹스 등 여러 가지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더 비싸고 싸다고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최근 산업용 요금을 수도권과 지역으로 차등화하면서 지역의 전기요금이 조금 더 저렴해졌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반도체나 데이터센터가 지방이나 발전소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고, 그에 따라 요금 경쟁력도 어느 정도 생겼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반도체·AI 데이터센터 핵심은 전력품질…"기업도 자체 대비 필요"
반도체 공정과 AI 데이터센터는 전력공급이 순간적으로 끊겨도 상당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일반 산업보다 높은 수준의 전력품질이 요구된다.
진행자= 반도체 공정도 그렇고 AI 데이터센터도 그렇고 전력품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순간적인 정전이 발생하면 전체 공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피해비용도 상당히 큽니다.
우리나라 전력계통의 신뢰도는 현재 상당히 높은 수준이지만 앞으로도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있습니다.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봅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이 부분은 교수님께서 더 전문가이실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우리나라는 정전이나 전력품질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고 거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전력품질을 갖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수준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진행자= 우리나라는 가구당 정전시간이 연간 10분 이내일 정도로 전력품질이 상당히 높습니다. 이런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국내외 반도체 팹과 AI 데이터센터가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전원구성이 변화하면 지금의 전력품질을 계속 유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특히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필요한 반도체 팹은 한전으로부터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받는 것뿐 아니라 사업자가 온사이트 발전소를 건설하거나 ESS를 확보하고 주요 설비를 이중화하는 방식으로 자체적인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이제는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 비수도권 전기요금 인하…"기업 지방 이전에는 플러스알파 필요"
진행자= 과거 국내 기업이 미국 등에 투자할 때 해외의 전기요금이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저렴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을 통해 영·호남 등 비수도권의 산업용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안이 나왔습니다. 이런 수준의 요금 차이가 신규 반도체 팹이나 AI 데이터센터, 공장을 비수도권으로 옮기기에 충분하다고 봅니까. 아니면 추가적인 플러스알파가 필요합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역에서 더 저렴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전기요금은 기본적으로 공급원가에 따라 결정돼야 합니다. 다른 목적을 위해 공급원가와 지나치게 다르게 요금을 설정하면 그 목적이 달성된 이후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역의 전기요금이 저렴해지면 기업들이 옮겨갈 하나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을 것입니다. 산업체와 수요를 지방으로 옮기려면 요금뿐 아니라 다른 조건들도 함께 붙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금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면 원가보다 훨씬 큰 요금 차이를 둬야 할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나중에는 또 다른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요금은 요금에 맞는 적절한 차이를 두고, 세제를 절감해 주거나 다른 지원책을 제공하는 등 여러 정책이 패키지로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결국 요금 인하는 출발점일 뿐이고 다른 부대조건이 함께 갖춰져야 기업이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추가적인 유인책을 같이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 반도체·데이터센터 전용요금제…"특혜보다 실제 원가 차이부터 봐야"
진행자=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팹에 별도의 전용요금제를 적용하거나 PPA, 직접구매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습니다.
특정 산업에 혜택을 주면 다른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 간 형평성과 전용요금제, PPA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합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산업에 다른 산업과 구별되는 특별한 부하 특성이 있고, 그에 따라 실제로 다른 요금제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 전용요금제를 허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허용할 것이냐 말 것이냐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의 부하가 다른 수요와 실제로 다른지, 그리고 전력을 공급하는 원가도 실제로 다른지를 따져보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에는 항상 소비자 간 형평성이 존재합니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요금의 원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전력을 공급하는 데 실제로 얼마의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여기에 다른 정책목적을 지나치게 많이 넣으면 그 목적이 달성된 이후 다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결국 원가주의가 핵심이라는 말씀이군요.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진행자= 소비자별로 전력을 공급하는 데 얼마의 원가가 드는지를 따져 그에 맞는 전기요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PPA나 직접구매 등은 장기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산업단지 먼저 짓고 전기 끌어오는 시대 지나"…전력입지 함께 봐야
진행자= 지금까지의 산업정책과 산업단지 정책은 산업단지 인프라를 갖춘 곳을 중심으로 개발한 뒤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3대 메가프로젝트를 보면 앞으로는 전력입지가 훨씬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입지 정책과 전력입지 정책을 동시에 가져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과거에는 산업단지를 먼저 입지시키고 그다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 가능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했듯이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것도 어렵고 주민 동의를 받기도 어렵습니다. 계통접속 역시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전력입지와 산업입지를 정책을 세울 때부터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력입지가 좋은 곳은 전력을 공급하기 쉽고 장기적으로 보면 전기요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력공급이 원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보면 산업단지 입지와 전력입지가 크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산업입지와 전력입지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것은 이제 당연한 방향이 될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도로를 건설할 때 전력망도 같이 구축하는 방식처럼 도로·수송·가스·전력 인프라를 함께 갖추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국가가 범부처 차원에서 이런 인프라 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AI 데이터센터 비수도권 유치…"전력·인프라 패키지 필요"
진행자= 데이터센터는 수요처가 수도권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도권 집중 현상이 상당히 강합니다.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신규 수요를 비수도권으로 분산하려는 방향이 제시됐습니다. 데이터센터를 비수도권으로 이전하기 위해 어떤 유인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지역으로 가면 공급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요금 자체가 하나의 인센티브가 될 수 있습니다.
발전소와 가까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보다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장점들이 다른 인프라와 함께 하나의 패키지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결국 데이터센터는 최종적으로 수요자가 결정하게 됩니다.
비수도권으로 이동해서 얻는 편익이 수도권에 남아 있을 때의 편익보다 더 커져야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이전이 일어날 것입니다. 정부가 할 일은 그런 유인을 만들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해 줄 수 있느냐일 것 같습니다.
◆ AI 데이터센터도 주민수용성 문제…"송전망 갈등 되풀이될 수 있어"
진행자= 전 세계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일고 있지만 반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AI 산업과 전력산업 양쪽에서 AI 데이터센터를 적기에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때 특히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합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해외 사례를 보면 결국 데이터센터도 송전망 건설과 비슷하게 주민수용성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도 이미 송전망에서 이런 문제를 겪었습니다. 데이터센터도 앞으로 굉장히 유사한 주민수용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송전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과 비슷하게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도 주민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프라를 미리 구축하는 부분은 우리나라가 계획을 잘 세우고 실행하는 강점이 있습니다. 2년마다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수요를 반영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미리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계획 간 정합성과 정교함을 더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해외에서는 지역에 허브를 만들고 전력 인프라를 먼저 구축한 뒤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정책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3대 메가프로젝트 역시 유사한 방향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반도체 팹이나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오기 전에 전력망과 용수, 도로 같은 기반시설을 먼저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사례도 보다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송전망보다 수요가 빨리 늘면…"자가발전·온사이트 발전 대안"
진행자= 전력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는데 송전망 건설은 늦어진다면 수요와 공급 사이의 시차를 메울 방법이 필요합니다.
자가발전이나 인근의 온사이트 발전, 임시 계통접속 등 수요와 공급 간 시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다고 봅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기본적으로는 계획을 세우고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없이 진행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엄청난 신규 수요가 생겼고 지금은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하는 상황입니다.
만약 실제로 수요와 공급의 시차가 발생한다면 말씀하신 자가발전이나 온사이트 발전 등을 활용해 일정 부분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이런 방식들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하려면…"전력뿐 아니라 정주여건까지"
3편에 걸친 대담의 마지막 질문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한전·전력거래소, 기업 등 주요 이해관계자가 무엇에 가장 집중해야 하느냐였다.
진행자= 지금까지 세 편을 통해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 발전소와 송전망을 통한 공급방안, 그리고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방법까지 논의했습니다.
관련 이해관계자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전력망을 공급하는 한전, 전력계통을 운영하는 전력거래소, 그리고 실제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 등이 될 것 같습니다.
각 주체가 앞으로 특히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까.
박명덕 선임연구위원= 앞으로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면서 기업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분산과 해당 지역의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방으로 이전해 생활하는 사람인데 전력이나 산업 인프라뿐 아니라 문화시설과 정주여건 같은 부분은 상대적으로 논의가 많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여건이 얼마나 잘 갖춰지느냐에 따라 지역분산과 기업 이전이 진행되는 속도가 굉장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각 주체에게 하나씩 주문하기보다는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앞으로 이런 부분까지 함께 신경 쓰는 것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세 편에 걸쳐 3대 메가프로젝트에 따른 전력수요 전망이 과대인지 과소인지, 늘어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하고 송전망을 구축할 것인지, 마지막으로 산업입지와 전기요금 등 경제성과 경쟁력 문제까지 세 단계로 짚어봤습니다.
오늘 토론이 하나의 정답을 내는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와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사회 구성원들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앞으로 해외 사례도 보다 깊이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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