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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법 대혼란] ④ "거래 자체가 안돼"…'농지 거래절벽'에 등돌린 農心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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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핵심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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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2월 24일 농지 전수조사와 처분을 지시했다.
  •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로 농지 거래가 급랭했다.
  • 고령 농민들은 병원비와 노후자금 마련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AI가 자동 생성한 요약으로 정확하지 않을 수 있어요.

세종 중개업자 "올해 계약 20건 중 농지 0건"…급매 전단에도 손님 뜸해
"값 낮춰도 안 팔린다"…병원비·자녀 지원 목돈 마련하려던 농민들 '한숨'
고령화·수요 부족에 규제 우려까지…"침체된 시장에 정책 영향 더해져"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농지가 투기 대상으로 전락했다며 농지 전수조사와 처분 명령을 지시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7일 농지법 위반 농지에 대한 처분 명령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을 처리했고, 개정 농지법은 8월 28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전수조사와 규제 강화로 농촌 현장에서는 혼란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촌의 복잡한 소유·임대차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농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제언을 통해 농지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군산·세종·포항·홍성=뉴스핌] 유재선 나병주 기자 = "올해 계약한 20건 중 농지 거래는 한 건도 없어요. 팔아달라는 요청은 있지만 살 사람이 없습니다."

세종시 장군면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씨가 한산한 사무실 분위기를 한탄하며 혀를 내둘렀다. 땅값 하락폭을 묻자 매수자가 없어 가격 형성도 안 돼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A씨는 "고령 농민들은 자녀 지원을 위한 목돈 마련을 위해 농지를 파는데 가격도 너무 떨어졌고 안 팔려서 답답함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8~29일 취재한 전북 군산과 세종시, 포항시, 충남 홍성군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는 정부가 78년 만에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자 농지시장도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드문드문 이어졌던 농지 거래였으나 시세를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랭했다. 농지를 팔아 병원비나 노후자금을 마련하고 자녀에게 목돈을 보태려던 고령 농민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 "땅값 낮춰도 살 사람이 없다"…매도 요청만 쌓이는 중개업소

장군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약 10곳은 오전 내내 손님 발길은 거의 없었다. 중개업자들은 인근 상인들과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신문을 읽었다. 빼곡한 '상가 매매', '부동산 매매' 전단 사이로 '토지 급매'라고 적힌 전단이 눈에 띄었다.

세종시 장군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농지 급매 전단이 붙어 있다. [사진=유재선 기자]

충남 홍성군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70대 유모 씨의 사무실에도 적적함이 가득했다. 유씨는 최근 몇 달간 농지 거래가 없었고 매물을 내놓으며 연락처와 내용을 남기는 사람만 늘 뿐이라고 전했다.

유씨는 "나이가 들어 직접 농사를 짓기 어려워지거나 소유자가 사망하면서 나오는 매물이 늘고 있다"며 "가격을 낮춰서라도 팔아달라는 요청은 꽤 있지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평당 8만원을 받아달라던 사람이 한두 달이 지나도 문의가 없으면 1만~2만원씩 낮춰달라고 한다"며 "3~4년 넘게 팔리지 않은 매물도 있다"고 말했다.

29일 오전 경상북도 포항시에서 손길호 북구 신광면 이장협의회 회장이 제초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건주 기자]

경북 포항시 신광면 토성2리 손길호(71) 이장은 "과거 평당 15만원 정도였던 안쪽 농지는 지금 10만원에도 거래가 잘 안 된다"며 "결국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게 문제"라고 전했다. 

규제와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가 농지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군면 중개업자 A씨는 "농지 매입이 투기로 간주되거나 자금 출처·세무조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매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것 같다"며 "그나마 은퇴 후 고향 근처에서 농사지으려는 사람들이 간간이 땅을 샀는데 최근에는 이들마저 없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시 북구 신광면 주민 B씨 역시 "예전에는 퇴직 후 텃밭을 가꾸거나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사는 수요라도 있었다"며 "이제는 이런 사람들의 농지 취득이 어려워지면서 거래가 더 위축됐다"고 말했다.

◆ 병원비·노후자금 마련 막막…거래 막힌 농민들 '한숨'

고령 농민에게 농지는 생산수단이자 필요할 때 처분할 수 있는 노후자산이다. 가격 하락뿐 아니라 거래 자체가 막히는 상황을 걱정하는 이유다.

고구마밭에서 작업 중에 만난 장군면 도계1리 최영환(68) 이장은 "가격을 종전의 60~70% 수준으로 내려도 땅이 안 팔린다"며 "나이가 들어 농사를 그만두거나 자녀에게 목돈을 보태려는 농민들이 농지를 처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고 가쁜 호흡을 가다듬으면서도 농지 거래 상황을 설명하는 말투는 또박또박했다. 농촌 현실을 정확히 설명하려는 듯했다.

포항 신광면 우각2리 이정숙(62) 이장도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느냐를 따지기 전에 매매 자체가 거의 안 되는 분위기"라며 "평생 농사를 짓다가 나이가 들고 아프면 땅 일부를 팔아 병원비나 노후자금으로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매매가 어려워지면 그런 안전망까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충남 홍성군 홍동면의 한 논에서 고령 농민이 농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유재선 기자]

A씨도 "땅을 파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 더는 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경우가 많다"며 "자녀를 지원할 목돈을 마련하려고 파는 경우도 있는데 가격이 떨어지고 거래도 안 되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답답함이 크다"고 했다. 농촌 현실을 설명할수록 정책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나는 듯 A씨의 말투는 빨라졌고 목소리는 높아졌다.

세종 택시기사 C씨는 "농촌에 사는 부모님을 찾아가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며 "도시 아파트는 오르는데 농촌 땅값만 막느냐, 농민도 평생 일군 땅을 처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인 그는 "시골 사람들은 평생 농사만 지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현장에서는 이미 위축된 시장에 전수조사에 따른 불안이 겹치면서 남아 있던 매수 수요마저 줄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유씨는 "고령화와 매수 수요 부족으로 나빠진 시장에 정책 영향이 더해진 것"이라며 "농지는 실제 이용 가치뿐 아니라 향후 전망과 보유 가치에 대한 기대도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데 최근에는 그런 기대마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A씨 역시 "전수조사 이전부터 농지를 살 사람과 경작자가 부족했다"며 "그나마 은퇴 후 고향 근처에서 농사지으려는 사람들이 간간이 땅을 샀는데 최근에는 이들마저 없다"고 말했다.

jason1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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