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며 형사사법체계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된다. 1954년 이후 유지된 검사의 수사권이 전면 폐지돼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고, 검찰청을 대신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도 개청한다. 각 조직이 분주하게 새 체계에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변화가 예측되는지 다방면으로 알아본다.
[서울=뉴스핌] 백승은 기자 = 형사사사법체계 대전환으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측되는 가운데 법원의 역할 확대도 전망된다. 검찰이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며 법원은 공소제기의 타당성과 검찰의 불기소 처분까지 더욱 폭넓게 들여다보게 됐다. 다만 새로 부여된 판단 기준이 구체화 전이라 시행 초기 법원 판단을 둘러싼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형소법에는 수사와 기소를 완전 분리하는 내용과 함께 법원에 영향을 미칠 제도도 담겼다. 대표적으로 공소기각 판결 사유의 추가와 재정신청 대상의 확대다.
공소기각은 법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고 공소 제기에 절차상 하자가 있을 때 재판을 종결하는 절차이며,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법원에 다시 판단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다.
기존 형소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2호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여기에 2호와 3호에 '중대한 위법수사가 확인되거나', '공소제기 및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 시'가 추가된다.
관련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8월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한 판례와 그렇지 않은 판례를 소개한 바 있다. 법원행정처가 소개한 판례에 따르면 위법한 함정수사 등이 중대한 위법수사에 해당해 공소기각 대상이다. 단 "정확한 판단 기준은 결국 대법원 판례를 통해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중대한 위법 수사와 소추재량권의 현저한 일탈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며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 현직 판사는 "현재로서는 해석의 여지가 크다. 대법원 판례가 있어야 명확해질 것"이라며 "새로 추가된 조항이 기존 형소법 제327조 공소기각 판결 조항과 중첩되는 성격도 커 사문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경찰 단계에서 사건 수사를 도맡아야 하는 만큼 공소기각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실제 최근 공소기각이 늘어나는 추세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22년 1심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인원은 총 2656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3209명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3536명이 공소기각 판단을 받았다.
정초 법률사무소 대중 변호사는 "기존 검사가 보안수사권 등을 통해 수사하는 부분이 완전히 사라지고 경찰만이 수사를 하게 된다면 증거 확보 등 수사에 상당 부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경찰이 증거를 완벽하게 수집하지 않은 채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면 검사가 그대로 기소해야 하는데, 재판 단계에서 유죄심증이 흔들릴 여지가 많다. 결국 형사사건에 국한해서 보면 공소기각, 나아가 무죄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판사들이 이재명 대통령 사건과 같이 주요 정치인 사건에 대해 정치적으로 판단해 공소기각을 하는 '사법의 정치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에서 봐 주고 싶은 사람을 공소기각하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재판 자체를 무효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법의 형평성을 깨고 형사사법 정의를 무너뜨리는 여지를 준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는 2027년 2월 5일부터 재정신청 대상이 피해자에서 고발인으로 확대되지만 제도의 실효성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재정신청은 그동안 낮은 인용률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원행정처의 '2025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재정신청 등록 건수는 1만8105건이었지만 95.2%가 기각됐다. 법원이 공소 제기를 결정한 사건은 84건에 불과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판사는 "재정신청 자체가 신청 건수도 적고 인용률은 더 희박해 이를 확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짚었다.
이밖에도 재판 기간 자체가 길어질 공산도 크다. 검사가 사건을 직접 보강할 수 없게 되면서 공판에서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를 맞추는 과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수사 단계에서 정리되던 부분이 재판으로 넘어오면서 변론과 증거조사가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대법원 법원행정처도 개정 형소법에 대해 "재판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는 의견서에서 "법정에서 증거조사와 재판 심리가 한층 충실해질 경우 심리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보였다. 심리 기간 장기화를 보완하기 위해 구속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거나 조건부 구속·석방제도 도입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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