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중국 정유업체들이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해외 지역으로 석유제품 수출을 사실상 중단했다. 중동 전쟁과 러시아산 공급 감소로 글로벌 석유제품 시장이 이미 공급난을 겪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정유국인 중국까지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제 연료 가격의 추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4명을 인용해 중국 정유업체들이 베이징 당국의 추가 지시가 있을 때까지 홍콩과 마카오 이외 지역으로 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내수 공급 확보에 나선 가운데 국영 석유기업 페트로차이나는 전날 10월로 예정돼 있던 휘발유와 항공유 선적 일부를 취소했다. 취소된 물량 대부분은 최근 2주 사이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이날 일주일간의 연휴에 들어갔지만 당국은 주요 정유업체들에 홍콩과 마카오 이외 지역으로 석유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민간 대형 정유업체인 저장석유화학(ZPC)도 연휴 기간 석유제품 선적 일정을 잡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중동·러시아 공급 차질에 중국까지 가세
다만 이번 조치가 장기화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소식통들은 연휴가 끝나는 오는 7일 이후 중국 당국이 정유업체들의 수출을 다시 허용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전했다. 수출 재개 여부는 중국 내 연료 재고와 정유 생산량 등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페트로차이나와 저장석유화학,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연휴 기간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글로벌 석유제품 공급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30일 정유업체에 적용되는 경유 수출 금지 조치를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러시아는 주요 경유 수출국 가운데 하나로,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유 시장의 수급 부담이 커지고 있다.
중동과 러시아는 전쟁 이전 전 세계 해상 경유 수출의 약 5분의 1을 담당했지만 분쟁으로 정제 능력이 훼손되면서 공급이 크게 줄었다고 로이터는 최근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산 경유가 글로벌 공급 부족분을 상당 부분 메우고 있다. 미국의 경유 수출은 올해 들어 전년 대비 20% 넘게 증가한 하루 약 130만배럴에 달했다.
하지만 해외 수요가 미국산 경유로 몰리면서 미국 내 재고도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의 경유 재고는 계절 기준 40여 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전년 동기보다 약 13% 적은 수준이다.
미국 내 경유 가격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로이터가 인용한 미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미국 소매 경유 가격은 지난달 22일 갤런당 6.528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치솟는 연료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경유 수출 금지 방안을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유 수출 제한 문제를 사실상 매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국내 공급을 늘리기 위해 농업 등에 사용되는 면세용 '적색 착색 경유(red-dyed diesel)'의 판매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유럽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석유제품 의존도를 낮춘 데다 지난 20년간 자체 정제 능력도 크게 줄면서 미국산 경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럽연합(EU), 특히 프랑스와 독일에 비상 경유 재고를 시장에 방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최근 이용 가능한 통계 기준 약 3900만t의 비상 가스오일·경유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이 약 35%를 차지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추가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회원국들과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IEA 32개 회원국은 지난 3월 이란 전쟁에 따른 공급 차질에 대응해 사상 최대인 4억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공동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비롤 사무총장에 따르면 현재까지 전체 물량의 약 20%가 방출됐다.
◆ 아시아 경유 정제마진 배럴당 75달러로 급등
이런 상황에서 중국까지 해외 석유제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수급 압박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로이터는 중국의 수출 중단이 중동과 러시아산 공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시장을 더욱 옥죌 수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석유제품 가격을 새로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수출 중단으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아시아 경유 정제마진은 배럴당 약 75달러로 반등해 일주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원유 가격보다 경유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며 경유 시장의 수급이 빠듯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koinwo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