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1일(현지시각) 430억유로(약 65조2500억원) 규모의 재정 절감 방안을 담은 2027년도 예산안을 내놓은 가운데 연금과 공무원 임금 인상이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현재 상태로는 지탱이 쉽지 않은 국가 재정 상황을 어떻게든 바로잡아 보려는 노력이지만 야당과 일부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5.4%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 같은 재정적자 규모를 내년에는 5%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의 차입 비용은 거의 2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상태이며 이런 상황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우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 정부는 이날 2027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가 지출 감축과 증세를 통해 내년 재정적자를 GDP의 5.0%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앙·지방정부 지출을 줄이고 연금과 공무원 임금 인상 폭을 제한하는 한편 일부 세제 혜택을 폐지해 모두 430억유로 규모의 재정 개선 효과를 거둘 계획이다.
프랑스가 긴축에 나선 것은 재정 악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4.96%까지 치솟아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 대비 가산금리도 1.3%포인트를 넘어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됐다.
국가채무 이자 부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이자 비용이 626억유로, 내년에는 912억유로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교육이나 국방보다 더 많은 예산이 이자 상환에 쓰인다는 의미다.
롤랑 레스퀴르 재무장관은 "프랑스를 재정적자 감축의 길로 되돌려야 한다"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조치를 취해야 앞으로 더 큰 증세와 지출 삭감을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논란은 연금 개편이다. 정부는 월 1260유로 이상 연금을 받는 은퇴자에 대해 물가연동 연금 인상을 중단하고, 모든 은퇴자가 적용받던 10%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금 지출 증가폭을 약 55억유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장피에르 파랑두 노동장관은 "은퇴자들도 공동의 부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야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와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은퇴자 부담을 늘리는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르펜은 국가채무 위기를 고려하면 예산안 통과 자체는 필요하다는 입장도 내비쳐 향후 의회 협상이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24년 이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예산안 처리가 번번이 난항을 겪었고, 르코르뉘 총리의 전임 총리 두 명도 예산안을 둘러싼 갈등 끝에 물러난 바 있다.
이번 예산안은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임기 마지막 예산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때 친기업 개혁을 앞세워 법인세를 33.3%에서 25%로 인하했던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19 지원과 잇따른 감세 정책으로 국가부채가 급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는 르펜이 대선 1차 투표 선두를 달리고 있어 이번 예산안 처리 과정이 프랑스 재정뿐 아니라 내년 대선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