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남정훈 기자 = 아시안게임 사상 최초의 남자축구 4연패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축하만 이어지지는 않았다. 우승 직후 일부 선수들이 병역 혜택과 관련해 내놓은 발언과 행동이 논란으로 번졌다. 결국 양민혁(베스테를로)과 이기혁(강원), 박승수(뉴캐슬)가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이민성 감독이 이끈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도요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1-0으로 꺾었다. 한국은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2022 항저우에 이어 4개 대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논란은 우승 직후 시작됐다. 결승전에서 엄지성(스완지)의 결승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양민혁의 인터뷰가 발단이었다.
양민혁은 경기 후 금메달에 관한 질문을 받고 "메달, 트로피가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정말 저희가 보상받는 것은 군 면제라는 보상이 있으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경기를 했던 것 같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양민혁에게 병역 문제 해결은 선수 경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러나 '군 면제 하나만 보고 뛰었다'는 표현이 부각되면서 국가대표로 출전한 대회의 의미와 금메달의 가치를 병역 혜택으로만 바라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주장 이기혁의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와일드카드로 대회에 출전한 이기혁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면 귀국 직후 입대를 앞둔 상황이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외쳤고, 인터뷰에서도 병역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대표팀 막내 박승수의 행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승수는 금메달 획득 뒤 라커룸에서 이른바 '전역모'를 쓰고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된 선수들이 '군 면제'를 지나치게 가볍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해당 게시물은 이후 삭제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세 선수 모두 사과에 나섰다. 양민혁은 사과문을 통해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큰 의미였고 선수로서 당연히 우승과 금메달을 목표로 최선을 다했다"라며 자신의 발언이 본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병역 혜택 역시 제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가질 수 있었던 여러 동기 중 하나였다는 뜻이 잘못 전달됐다"라며 "제 의도가 어떠했는지와 관계없이 제 말로 인해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셨고 국가대표로서 금메달의 의미를 가볍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은 분명 제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금메달 역시 당연하게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양민혁은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응원이 있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며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계신 분들과 앞으로 그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모든 분들의 노고를 결코 가볍게 생각하거나 조롱하려는 마음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주장이었던 이기혁도 귀국 후 자신의 발언을 사과했다. 선수단을 대표하는 주장으로서 말 한마디의 무게를 더욱 신중하게 생각했어야 했다며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전했다. 특히 자신의 행동과 발언이 어린 선수들에게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박승수 역시 SNS를 통해 사과했다. 경기 직후 팬에게 받은 모자를 별다른 생각 없이 착용했다며 해당 모자가 가진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방의 의무를 조롱하거나 가볍게 생각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자신의 경솔한 행동으로 불편함을 느낀 이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에게 병역 문제는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특히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선수 생활의 연속성과 직결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향한 동기 가운데 병역 혜택이 포함되는 것 자체를 부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국가대표로 출전해 얻은 혜택인 만큼 이를 표현하는 방식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흔히 말하는 완전한 의미의 '군 면제'가 아니라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돼 기초군사훈련과 정해진 의무를 수행한다.
한국 축구는 개최국 일본을 결승에서 꺾고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아시안게임 4연패를 완성했다. 하지만 환희 직후 나온 몇 마디와 행동은 금메달 못지않게 국가대표라는 이름의 무게가 크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양민혁과 이기혁, 박승수 모두 자신의 발언과 행동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어렵게 일군 금메달의 의미가 뜻밖의 논란에 가려진 만큼 이제 세 선수에게 필요한 것은 사과를 넘어 앞으로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보여줄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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