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김하영 기자 = 산업통상부와 한국전력공사가 해남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에 대해 '전력수요를 예상할 수 없고, 변전소를 서둘러 지을 이유도 없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도 1256억원 규모의 전력 인프라 조기 구축을 밀어붙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이 과정에서 특혜 논란을 우려해 법률 검토와 감사원 사전컨설팅까지 시도했지만, 감사원 판단을 받지 못한 채 사업을 이어갔다. 사업 주체인 BS그룹을 향한 특혜 의혹과 함께 한전의 결정 과정에 외부 압력이 작용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한전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전은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가 전기사용 신청 전 단계여서 전력수요량을 예측할 수 없다고 봤다. 인근 기존 변전소에도 공급 여력이 남아 있어 변전소를 앞당겨 지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함께 담겼다.
◆ 전력수요도 확정도 안 됐는데…'10조원 사업'에 산업부·한전 무리한 강행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는 전남 해남군 산이면 일대 약 50만평에 데이터센터 25개동을 짓는 사업이다. 전체 규모 1기가와트(GW), 총사업비 10조원에 달한다. 산업부는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한전은 전력 공급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전 내부자료에는 당시 사업을 뒷받침할 실제 전력수요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전은 솔라시도 데이터센터파크가 전기사용 신청 전이어서 전력수요량을 예상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존 인근 변전소에도 공급 여력이 있어 변전소를 조기에 건설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앞서 사업자 측이 지난 2022년 260메가와트(MW) 규모의 전기사용 예정 통지를 제출했지만 한전은 이를 실제 전력수요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한전은 전기사용 신청이나 고시 등 수요를 입증할 자료를 요구했지만 제출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도 전력 인프라 조기 구축은 빠르게 강행됐다. 당초 구성 1변전소는 오는 2030년 9월 준공이 목표였지만, BS산업 측 요청 등을 반영해 2028년 12월까지 앞당겨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관련 사업비는 약 1256억원으로 추산됐다.
이후 한전은 2024년 8월 변전소 부지를 확정했고 같은 해 10월 전남도·BS산업과 전력 인프라 구축 협약을 체결했다. 2025년 1월에는 전력구 설계용역에 착수했다.
입주 기업도, 전력수요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공 인프라부터 깔아준 셈이다. 때문에 BS그룹 등이 참여한 사업에 선제 지원이 이뤄진 배경을 두고 특혜 의혹이 커지고 있다.
◆ '특혜 의혹' 우려에 발 빼려던 한전, 결국 사업 강행…외부 압력 있었나
한전은 전력 인프라 조기구축 과정에서 특혜 논란을 우려해 법률 검토와 감사원 사전컨설팅까지 거쳤다. 그러나 사전컨설팅 절차가 무산된 뒤에도 사업은 그대로 추진됐다. 한전이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사업을 강행한 배경에 외부 압력 등 요인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전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24년 4~5월 정부법무공단에 법률 검토를 요청했다. 문건에는 검토 목적이 '특혜 없는 대안 마련'이라고 명시돼 있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특혜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을 한전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한전은 감사원에 판단을 구했다. BS산업과 변전소·송전선로 조기 건설에 따른 비용 부담을 놓고 이견이 이어지자 2024년 11월 감사원에 사전컨설팅을 공식 신청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한전이 해당 사업의 문제점을 이미 알고 있는 만큼, 사전컨설팅을 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한전은 2025년 8월 사전컨설팅 신청을 취하했다.
다만 한전이 감사원에 보낸 문서에는 사전컨설팅 신청 취하 사유로 '기관 내부 사정'이라는 근거만 명시했다.
감사원의 판단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도 한전은 솔라시도 전력 인프라 조기 구축 사업을 강했했다. 사업 추진의 부담을 떠앉으면서까지 사업을 강행한 셈이다.
이에 한전이 특혜 의혹 문제를 의식하고도 사업을 이어간 배경을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이 법적·절차적 검토를 거치고도 사업을 강행한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외부 압력이 작용했는지 여부도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전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해당 의혹에 대해 "해당지역(솔라시도)에는 전력계통영향평가 통과사업 등 신규수요가 발생하여 추가 공급능력 확보를 위한 변전소를 건설중"이라며 사업의 타당성을 설명했다.
◆ 전직 기재부 차관·산업부 과장 몸담은 BS그룹…"내부적으로 따져보는 중"
BS그룹에 전직 경제·에너지 관료들이 몸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문재인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고형권 부회장과 산업통상자원부 분산에너지과장 출신인 문병철 부사장이 현재 BS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 부회장은 2023년 2월, 문 부사장은 2025년 2월 이전 각각 합류했다.
산업부가 데이터센터 지방 분산을 내걸고 업무협약(MOU)에 참여했고, 한전이 수요 근거 부족을 인지하고도 인프라 조기 구축을 이어간 만큼 구자근 의원실은 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BS그룹 관계자는 "해당 사업에 대해 불법이나 특혜는 전혀 없었다"면서 "다만 지적된 내용에 대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gkdud9387@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