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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대개 회사채 발행 속도를 늦춘다. 하지만 올해 기술 기업들은 오히려 발행을 늘려 왔고 이번 주 스페이스X(SPCX)와 브로드컴(AVGO) 등의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앞으로 쏟아질 부채 물량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커졌다.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대형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와 AI 칩 등 AI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차입에 나서고 있고 기대 수익도 막대한 만큼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할 의향이 있다. 오픈AI는 연환산 매출이 올해 말까지 700억달러 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 시장이 비싸지는 상황에서도 차입을 이어가려는 이들의 태도는 부채 시장의 오랜 안전장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 차입 비용이 오르면 보통 발행이 줄어 투자자들이 신규 물량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까지 10년간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발행량과 차입 비용은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기업들이 약해지는 시장에 채권을 내놓는 것을 피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는 이 관계가 뒤집혀 금리와 신규 채권 공급이 함께 오르고 있다. 올해 미국 회사채 발행액은 1조690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약 30% 늘었고 올해 평균 금리는 약 1.2%포인트 상승해 목요일 종가 기준 5.97%를 기록했다.
바클레이스의 스콧 슐트 투자적격등급 채권 인수 부문 글로벌 공동대표는 "내년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이 1조달러 안팎으로 예상되는 만큼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도 AI 관련 채권 발행은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이 공급 물량을 흡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 우려가 크고 특히 앞으로 예정된 유럽 선거들이 글로벌 금리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는 신용 파생상품과 여러 기술 기업의 위험 프리미엄에도 나타나고 있다. 추가적인 대형 기술 기업 자금 조달 보도가 나온 수요일과 목요일 위험 프리미엄은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블룸버그와 다른 언론 매체들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엔비디아(NVDA)에서 칩을 구매하기 위해 은행 및 투자자들과 400억달러 조달을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AI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부채 조달로는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며 거래는 내년 마무리될 전망이다.
브로드컴은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맞춤형 AI 칩 구매를 지원하기 위한 또 다른 대형 거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와 다른 언론 매체들이 이번 주 보도했다. 브로드컴은 앞서 앤스로픽과 다른 기업들을 위한 600억달러 규모 AI 칩 금융 조달에 착수한 바 있다.
이번 자금 조달이 올해 안에 성사되지 않더라도 시장에 몰려드는 부채 물량이 얼마나 끈질긴지를 이들 거래가 보여준다. 신용 스프레드가 0.25%포인트에서 0.75%포인트 오르는 정도라면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 수요에는 큰 영향이 없고 발행 구성만 달라져 단기물 차입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헤지펀드 소나에셋매니지먼트의 크레이그 니콜 등 전략가들은 2026년 9월 자 보고서에서 밝혔다.
TD증권의 한스 미켈슨 미국 신용 전략가는 9월 말 고객 대상 보고서에서 AI 관련 활동과 인수합병(M&A)을 함께 거론하며 "가격에 민감하지 않은" 공급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늘어나는 공급을 소화하기 위해 스프레드가 추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른 대부분의 기업은 금리가 오르면 발행이 줄어들며 이번 주에도 이런 모습이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114억달러어치 채권을 발행하는 데 그쳤다. 딜러들이 예상한 250억~300억달러에 못 미치는 규모다. 전 세계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평균 금리는 약 5.5%로 올라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와 0.5%포인트 이내로 가까워졌다. 8월 초에는 5%를 밑돌았다.
유럽에서는 채권 발행액이 162억유로(181억달러)에 그쳐 블룸버그의 주간 설문조사에서 가장 비관적인 추정치에도 못 미쳤다.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기업의 AI 관련 자금 조달에 더해 각국 정부의 차입이 늘고 있고 미국과 이란의 대치가 이어지면서 최근 몇 달 새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자금 담당 책임자들이 언제 채권 발행에 나서거나 보류할지 시점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 세계 투자적격등급 기업의 회사채 발행량 이동평균은 시차를 두고 자금 조달 비용과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블룸버그가 집계한 데이터는 보여준다.
MUFG의 앙투안 보드롱 EMEA 자본시장 공동대표는 "가격에 대한 충격 때문에 아직 시장에 나오지 못한 거래가 여러 건 있다"며 "내부적으로 기대했던 수준이 아니어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bernard0202@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