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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현영 기자 = 인공지능(AI) 반도체주 전반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마벨 테크놀로지(종목코드: MRVL)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선은 오히려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FT)가 자체 AI 칩 '마이아(Maia) 300'을 공개하면서 마벨의 맞춤형 반도체 사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왔고, 앞서 회사가 투자자의 날에 제시한 공격적인 장기 성장 목표에 대한 신뢰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습이다.
마벨 주가는 13일(현지시간) 1.08% 오른 268.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10월 초 급등 이후 차익 실현이 이어지며 최근 5거래일 동안 5.60% 밀렸지만, 이날 반등에 성공했다. 시가총액은 약 2,356억 달러로,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16% 넘게 치솟으며 S&P500 편입 종목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 MS의 '탈(脫)엔비디아' 행보, 마벨에는 호재
마이크로소프트는 12일 최신 AI 칩 마이아 300을 공개하고, 이를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주력 추론(inference) 시스템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MS는 마이아 300이 엔비디아(NVDA)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최상위 시스템보다 전력 1메가와트당 40% 더 많은 토큰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토큰은 AI 질의의 입력과 출력을 측정하는 단위다. MS는 또 2027년부터 '애저 마이아' XPU 제품군의 배포 규모를 수 기가와트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번 발표는 엔비디아와 AMD 등의 고가 칩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하드웨어 활용을 늘리려는 MS의 의지를 보여주는 최신 사례다. 물론 MS가 엔비디아 칩 구매를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며, 클라우드 고객에게 다양한 반도체 선택지를 계속 제공하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자체 칩 비중을 높여갈수록, 이들에게 맞춤형 칩과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공급하는 마벨의 입지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마벨은 아마존(AMZN)의 AI 프로세서 '트레이니엄(Trainium)'과 MS의 '마이아' 설계를 함께 맡고 있다. 세계 1·2위 클라우드 플랫폼을 모두 고객으로 두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MS 애저(Azure)는 AI 연산 수요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스티펠의 토레 스반베리 애널리스트는 13일 보고서에서 마이아 300 출시가 마벨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매수' 의견과 목표주가 370달러를 재확인했다. 13일 종가 대비 38%에 가까운 추가 상승 여력이다. 그는 마이아 300이 마벨이 2028회계연도(2027년 2월 시작)부터 생산 확대를 예상해 온 주요 'XPU 어태치(보조처리장치)' 프로그램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마벨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이 프로그램을 예고했고, 맷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회사의 최대 매출 기회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스반베리는 "마이아 300 발표와 마이아를 MS의 기본 추론 컴퓨팅 인프라로 삼겠다는 계획은 마벨의 맞춤형 칩 사업에 긍정적"이라며, 2031회계연도까지 이어지는 맞춤형 반도체 사업 전망에 대한 확신이 한층 커졌다고 평가했다.
◆ 발표 시점은 공교롭게도 반도체주 '검은 하루'
다만 발표 타이밍은 좋지 않았다. MS가 마이아 300을 공개한 12일, 투자자들이 반도체주를 대거 내던지면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7% 급락했고 약세는 밤사이 아시아 증시로 번졌다. 이번 실적 시즌에 기술 기업들이 높아진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마벨 역시 이날 3% 하락하며 매도세에 휩쓸렸다.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혹 탄 브로드컴(AVGO) CEO의 발언이었다.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상당수 AI 투자자들이 자신이 무엇에 투자하는지도 모른다며 이들을 카지노의 도박꾼에 빗댔다. AI 붐의 종말을 예고한 것은 아니지만, 데이터센터와 각종 인프라에 투입될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를 뒷받침할 자본이 부족해 결국 지출이 제약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 조정의 출발점이 된 '투자자의 날' 랠리
최근의 조정은 앞선 급등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마벨 주가는 10월 6일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의 날 직후 5.8% 뛰어 287.01달러에 마감했다. 머피 CEO가 새로운 장기 매출 목표를 공개하자마자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회사가 제시한 2031회계연도(2031년 1월 종료) 매출 목표는 700억~900억 달러, 중간값 기준 약 800억 달러다. 지난 1월 마감한 2026회계연도 매출 82억 달러의 약 10배로, 향후 5년간 연평균 55~60% 성장에 해당한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2026회계연도 2.84달러에서 30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익이 매출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로, 영업이익률 목표는 기존 38~40%에서 44~46%로 높였다. 장기 매출총이익률 목표는 56~59%로 2026회계연도의 59.5%를 소폭 밑돈다. 회사는 잉여현금흐름의 약 50%를 주주에게 환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단기 전망도 끌어올렸다. 2028회계연도 매출 전망치는 기존 18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2029회계연도 맞춤형 AI 가속기 및 관련 제품 매출 전망치는 8월 말 제시한 100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로 상향했다. 2030년까지의 전체 유효시장(TAM) 추정치도 4,000억 달러로 넓혔는데, 이 가운데 약 3,850억 달러가 데이터센터 관련 시장이다. 세부적으로는 맞춤형 제품 2,350억 달러, 스위칭·스토리지 850억 달러, 인터커넥트 650억 달러 규모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시장이 특히 주목한 대목은 목표치의 근거였다. 스반베리에 따르면 회사는 매출 800억 달러라는 수치를 "이미 확보한 설계 수주"에 대한 자체 분석을 토대로 산출했다. 크리스 쿠프먼스 마벨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망치를 내놓을 때는 여러 건을 수주할 것이라는 희망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는 이미 보유한 관계와 이미 따낸 계약을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라 훨씬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모닝스타의 윌리엄 커윈 애널리스트는 이번 전망이 "막대한 AI 투자가 향후 5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강력한 지지 신호"라며, 경영진이 장기 목표와 관련해 신뢰성을 입증해 왔다고 평가했다.
◆ GPU를 넘어 '맞춤형 칩' 시대로
마벨의 청사진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년간 연산과 학습의 거의 전부를 GPU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빅테크가 한층 고도화된 모델을 배치하고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특정 모델이나 작업에 최적화할 수 있는 맞춤형 프로세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맞춤형 칩은 일반적으로 GPU보다 초기 비용이 낮고 일부 작업에서는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수요의 주체는 클라우드 연산 능력과 AI 서비스를 임대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이다. 알파벳(GOOG)의 구글 클라우드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82% 급증한 248억 달러를 기록하며 그룹 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사업부가 됐다. 아마존(AMZN), 알파벳, 메타 플랫폼스(META), 마이크로소프트(MSFT)는 모두 AI 학습과 추론을 위한 자체 맞춤형 칩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픈AI도 올해부터 자체 칩 배치에 들어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맞춤형 프로세서 시장이 약 45% 성장하는 반면 GPU 시장 성장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이 흐름의 최대 수혜주로는 맞춤형 칩 설계 업체인 브로드컴(AVGO)과 마벨, 그리고 위탁생산을 맡는 TSMC(TSM)가 꼽힌다.
▶②편에서 계속됨
kimhyun01@newspim.com
